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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독립좌파 사태와 한국사회당의 미래.

2003년과 2008년. 공통점.....
2002년 출동 사태와 2003년 1월 발표된 독립좌파를 선언한 글로 시작한 독립좌파 사태는 처음부터 대규모 탈당으로 이어질 것이라 생각되지 않았다.
5월달에 진행된 당대표 선거를 앞두고 인터넷과 오프라인상에서 진행된 각종 공방과 인신공격, 신의를 무너뜨리는 사람들의 발언들은 사실상 "신의"를 중심으로 조직을 운영해 왔던 당 조직의 근간을 흔들었고, 당대표 선거 이후 벌어진 "이일재선생 발언사건"과 "술자리 폭력사건"은 이미 벌어진 신의를 완전히 갈라놓는 역할을 했을 뿐이었다.
 
결국 2003년 당대회이후 100여명이 넘는 당원들이 대량 탈당하는 사태로 이어졌고, 탈당자의 대부분이 중견 간부였던 탓에 사회당은 실무력의 부재와 당력 감소로 어느때보다 어려운 나날을 겪었다. 이후 사회당은 대규모적인 "레닌강좌와 시험보기" 등으로 과거 연수원이 담당했던 당간부 및 당원들에 대한 교육을 진행했다. "레닌 강좌"란 내용 특성상 러시아혁명기의 치열한 혁명가들의 활동과 민주집중제를 중심으로 한 당적 조직의 강화를 담을 수 밖에 없기에 나는 그것을 2003년 당대회 이후 흩뜨러진 당조직 대오를 가다듬는 작업으로 이해했다.
 
그리고 5년이 지났다.
처음에 진보신당을 중심으로 한 논쟁, 37차 중앙위원회를 결정사항을 중심으로 논쟁에 논쟁을 거듭하던 당 게시판은 3월 9일 갑작스러운 37차 중앙위 결정사항 발의자 이영기 당원의 사과문 게재로 분위기가 반전되었다. 물론 이전에도 후보자 각자에 대한 비판과 비난이 이어졌지만, 3월 9일을 기점으로 당게시판은 "후보로 나온 것이 수치"라고 생각한다거나 "기회를 저버린 후보"와 같은 원색적인 언어들이 함께 운동을 했던 당간부들로부터 나오고 있다. 자유게시판에는 벌써부터 "비선타도", "박출그룹"이란 단어들이 나오면서 선거의 혼탁함을 더하고 있다.
 
물론 각 발언의 온도차이는 있다. 함께 운동을 했던 당 간부들의 인신공격적 발언과 누군지 알 수도 없는 익명 글을 함께 놓고 이야기한다는 것은 적절치 않다. 또한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치고 박는 상황에서 이것이 누구(혹은 어느 선본)의 책임이라고 이야기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은 한국사회당의 현상황의 반영이고, 그 모든 것은 2003년 독립좌파 그룹이 당을 떠나기 직전과 너무나 같다는 점 만큼은 틀림이 없다.
 
그리고 이 모든 일이 주인공만 바뀌어 또다시 진행되고 있다.
 
신의로 움직여 왔던 이들에게 신의를 저버린 인신공격성 발언을 하는 것은 "나가라!!!"고 이야기하는 것과 같다. 그리고 이미 다양한 측면에서 한국사회당운동의 수명이 다했다고 생각하는 나같은 이에게 이와 같은 표현들이 오고가는 판은 "이제 더이상 진흙탕에 있고 싶지 않다"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2008년이 2003년과 다른 점 - '애당심'. 그러나 더욱 우려스러운 차이.
 
과거 독립좌파 사태의 경험 때문이었을까?
2008년의 국면은 2003년과 분명히 다른 방법이 동원되고 있는데, 이"한국사회당 10년의 역사"라는 표현으로 대표되는 "애당심 자극"이다. 어려운 상황에서 10년을 "벼텨"온 우리의 역사가 자랑스럽지 않을 사람이 어디있겠느냐만은 이것이 "애당심"이란 이데올로기가 되면 사정이 달라진다.
 
애국심이 우리 사회에서 기성사회의 기득권을 대표하는 표현으로 쓰이는 것처럼 애당심은 당의 역사를 단지 자랑스러워 하는 것이 아니라, 이것을 지키고(수구守舊), 그 속에서만 가치를 찾아가는 모습으로 드러난다. 이러한 측면에서 "애당심"과 "당파성"은 분명히 구분되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 당 게시판에 올라오는 글들에서 "진보정당운동의 대의에 복무하고자 했던" 당파성은 찾기 힘들다.
 
대부분 "너(너희)는 왜 한국사회당 10년의 역사를 부정하려고 하는가?"라는 질문이 이어지는 것을 보면, 이는 쉽게 알 수 있다. 수차례 밝혔던 것처럼 10년의 역사를 부정하는 이는 없다. 하지만 애당심의 잣대에서 보면, "당해산", "진보신당과의 통합"과 같은 것들은 당의 정체성과 생각을 송두리째 팔아 먹는 것이고, 이러한 행위는 용서될 수 없는 것이다.
 
이는 과거 독립좌파 사태때보다 논의 수준이 오히려 후퇴한 것이다.
당시 중요한 쟁점이었던 당내 민주주의와 소통, 의사결정구조에 대한 문제의식은 이제 아무데서도 찾아볼 수 없다. 현재 당게시판을 보면, 개인에 대한 비판, 발언에 대한 질문, 서로 밑도 끝도 없는 논쟁이 이어지는 평행선 논쟁, 정치방침에 대한 입장만 있지, 정작 중요한 내용은 찾아 볼 수 없다.
 
점점 더 암울해지는 한국사회당의 미래.
 
나는 이번 당대표선거를 보면서 분명히 느낀 점이 있다.
이와 같은 흐름으로는 청년진보당, 한국사회당으로 이어져 온 "진보정당운동의 흐름을 만들 수 없다"는 점이다. (이를 내가 탈당을 염두해 두고 있다는 뜻으로 곡해하지 않았으면 한다. 나는 당의 특정한 흐름에 대해 반대의 뜻을 강하게 표현한 것이다.)
 
순간적인 지침과 일사분란한 행동만 강조할 뿐 매시기 구체적 지침이 없는 상태, 운동의 조직만 있지 노선이 없는 상태, 운동의 내용보다 신의가 더 중시되는 조직 풍토, 한 번 뒤틀리면 다시는 함께 하지 않는 왜곡된 신의구조, 무엇보다도 보다 넓은 세상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를 두려워하는 - 그래서 언제나 '우리끼리'를 외치는 운동이 진보정당운동을 만들 수는 없을 것이다. 만약 우리가 메이데이와 노동자대회에 '유인물 내는 것'을 주요사업으로하는 정치조직이었다면 이런 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이들은 합법-비합법-반합법의 틀로 자신의 설명하며, 골방에 모여 대중들의 흐름과 무관하게 몇차례 지침과 밖으로 드러나는 몇 차례 단기적인 이벤트만으로 만족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 최소한 내가 함께 하자고 했던 운동은 그런 것이 아니었다. 3월 16일 당대회는 우리 당이 어떠한 모습으로 남을 것인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자리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 3월 16일 당대회가 제2의 독립좌파 사태를 거치면서 - 이를 통해 나갈 사람 나가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면서 - 더욱 축소되고 어려운 한국사회당의 길로 빠져드는 기점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그렇지 않을 경우, 제3, 제4의 독립좌파 사태는 2012년, 2017년 대선이 있을 때마다 주인공을 바꾸어 다시 반복될 것이다. 그리고 그 다음 주인공은 이러한 나의 논리에 동의하지 않는 - 바로 당신 - 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나는 5년전 신석준-권태훈 선본과 함께 독립좌파에 대항하는 당헌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던 사람이다. 당시에는 이러한 사실을 "실감나게" 느끼지 못한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