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게시판 글쓰기 / 댓글

GoodBye & See you later 한국사회당!!

“어떤 동지가 한때 어떤 분파에 소속되어 있었다는 이유 때문에 언제라도 재차 분파투쟁을 벌일 가능성이 있다고 그를 배척해서는 안된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어느 분파에도 속하지 않은 자는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자신의 기왕의 분파로부터 탈피하여 성심성의를 다해 자신의 기왕의 분파에 반대하여 싸우는 동지라면 훌륭하다. 이런 동지는 조선의 공산주의 운동을 위해서 대단히 필요한 존재이다. 분파가 영원히 사라지고 강철같은 혁명당이 만들어진다면 이것이 곧 승리의 담보물인 것이다.”

(「조선 공산주의 운동에 관해서」 일명 「쿠시넨 의견서」 중) 

-「자유로운 인간들의 공동체를 향하여」중 "학생운동의 좌익화와 대중적 연대 운동의 발전을 위하여"에서 재인용

 
 
운동을 할 것인가, 조직운동을 할 것인가?
벌써 10년도 넘은 이야기다.
좌파학생운동 문건 가운데 가장 오랫동안(92년 쓰여진 자인공은 더이상 학생운동 내부에서 조차 자인공이 통영되지 않던 2003년 "자인공과의 이별"로 끝까지 논란을 떠나지 않았다.) - 그리고 가장 많은 조직으로부터 비판을 받고 논쟁이 되었다는 자인공을 읽고 공부하던 때가 있었다.
 
당시 많은 선배들은 "운동"을 할 것인지 "조직운동"을 할 것인지를 끊임없이 물어왔다. 개인적 운동, 지향이 아니라 "조직"운동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당시  "세상을 바꾸는 것은 개인의 힘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가장 기초적인 진리로 "조직"운동의 필요성에 동의했고, 개인활동가, 운동가가 아니라 "조직"운동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것이 필요한지를 고민해왔다.
 
물론 당시 나에게 이런 이야기를 한 선배들은 "조직운동" - 정확히 표현하면 정파운동의 폐해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는 듯했다. 초정파운동, 사라지는 것을 사명으로 하는 조직과 같은 표현은 단순한 조직운동이 아니라, 당시 운동이 갖고 있었던 각종 폐해를 극복하는 운동으로서의 지향을 갖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그것에 동의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자기를 부정할 수 있는 조직운동의 자신감과 끊임없는 자기 부정을 통해 새롭게 태어나려는 그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10여년의 세월이 흘렀다.
 
변화... 실망... 좌절...
10여년의 세월이 지나면서 참 많은 사람을 만났다.
투철한 운동가, 조직가, 헌신적인 활동가, 뛰어난 실무능력을 가진이, 묵묵히 자기일만 하는 사람, 한없이 여리고 착한 사람, 운동과는 어울리지 않을 사람들....
 
그 모든 이들이 학생운동을 한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내가 10여년전에 보았던 문건과 운동의 대의에 동의를 하고 함께 했던 것도 아니었다. 따라서 서로의 생각은 달랐고, 이로 인해 긴장관계가 생겨가면서 지나왔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초기 이 운동이 갖고 있던 "건강함"과 "자기부정을 통해 일신하는 모습"보다는 "몇가지 지침에 따라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모습"과 "자기 방어를 통해 '자신의 논리'의 부족함을 보완하려는 태도"가 더 많이 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어느 곳에나 다양한 사람들이 있고, 국면에 따라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할 수 도 있는 것이 현실이기에 이러한 것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보다 멀리, 그리고 길게 보려고 노력을 했다.
 
2001년-2003년의 상황이 그러했다. 출동사태, 서울시장선거, 전국위원회의 갈등, 대선출마문제, 그리고 독립좌파 사태까지 사실 그 이전의 논리와 상황으로는 쉽게 이해 되지 않는 것이었지만, 나는 이것을 최대한 상황논리로 이해하려고 노력했고, 활동이 자유롭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나름의 역할을 찾으려 노력했다.
 
당시 독립좌파 그룹의 논리에 심정적 동의를 갖고 있었으나, 여러가지 감정적 물리적 충돌을 보면서 - 당시 격해진 감정으로 중견활동가들이 길에서 멱살잡고 싸우는 모습은 별로 새로운 것이 아니었다. - 어떻게 해서든 "사태를 진정시키고자"하는 노력을 진행했다. 그리고 그것은 당연히 독립좌파에 대한 반대, 당권파에 대한 옹호로 나타났다.
 
어렵게 다시 출범한 신석준-권태훈 지도부는 그야말로 "수습"을 위한 지도부였다. 정말로 어려운 시기. 당을 지키려고 노력했던 그들의 모습은 단지 "일을 하지 않는다"고 비판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 어려운 시기에 당을 책임지겠다고 나선 것이 오히려 고맙고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그리고 또 다시 세월이 흘러 금민지도부가 들어섰다.
금민지도부에 대한 기대는 - 다른 사람도 그러했듯이 - 매우 컸다. 그것은 금민 지도부 자체에 대한 기대감보다도 "수습국면"을 넘긴 한국사회당이 본격적인 재항해를 해 나가는 의미였기에 더욱 큰 기대감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기대감이 너무 컸던 모양이다. 이어 들려오는 지도부의 불엽화음, 사람연대를 중심으로 한 연대체 운동의 정체, 당운영 방식에 대한 불만 등은 기대감을 안고 시작한 것에 비해 너무나 컸다. 특히 개인적으로는 2-3년을 정체속에서 보낸 사람연대와 이를 둘러싼 매우 당황스러운 논리전개가 전반적인 실망감을 더욱 배가시켰다. 모두가 다른 생각, 정리되지 않는 사람연대의 상, 지침과 사업만 있고 책임지지 않으려는 연대운동의 모습들.... 어느 것 하나 마음에 드는 것이 없었다.
 
실망의 극단은 무엇보다 이번 당대표 선거.
 
이러한 조직운영상의 문제점 등은 그리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무슨 조직이든 운영하다보면 많은 문제가 있지 않은가? 그건 언제나 극복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뛰어넘는 실망은 이번 당대표 선거 과정에서의 모습이다. 선거과정에서의 소문과 인신공격을 걱정해서 미리 나에 대한 소문에 대해 경고한다는 글까지 썼지만, 단지 뜬 소문이 아니라 공개적인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인신공격이 난무했고 - 그것도 당간부들이 말이다 - 이는 당통합과 애당심으르 강조하는 흐름과 맞물려 단순한 선거 전략이 아니라 당의 새로운 이데올로기로 작용하고 있다.
 
"당해산"과 "통합논의"에 대해서는 어느 때보다 일사분란한 모습이 이어졌고, 이 시점에 맞춰 인신공격의 수위는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나는 인신공격성 발언을 일삼는 개인이나, 특정 후보의 정책을 탓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 이미 개인들이 사과도 했고(하지 않은 사람도 있지만), 정책을 갖고 뭐라고 하겠는가? 하지만 내가 실망하는 것은 이러한 흐름이 용인되고 정화되지 못하는 조직내 분위기다. 단일조직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강조해오고, 이것을 자랑으로 이야기해오던 이들이 갑자기 이러한 태도를 보이는 것을 어떻게 이해할까? 만약 민주노동당 등에서 이러한 일들이 있었다면 나는 전혀 실망하지도 걱정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것은 일상 정치의 모습이고, 자신이 살아 남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일조직을 강조하는 해 온 곳에서 이러한 태도는 - 마치 복수조직 정당에서 보이듯 - "자신이 살아남는 방식"에 지나지 않는다. 정당한 비판을 받아드리기 보다는 "강력한 비판"을 통해 "자신이 살아 남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것이다. 비판을 받는 이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곳에 있을지 아니면 나가게 될 지는 별로 생각하지 않거나 "나가라!!"고 강력히 이야기하면서 말이다.
 
그런 일들이 반복되면 이제 이곳에는 "쓴 소리"를 하는 사람보다는 "일사분란"하게 움직일 사람들만 남게 될 것이다. 통일좌파 노선에 가장 강하게 반대했던 독립좌파가 나간 것처럼 말이다. 내부적으로 상처받으며, 속썩여가며 운동을 펼치기엔 할일이 너무나 많고 의미있는 곳도 많다.
 
GoodBye & See you later 한국사회당!!
오늘이 당대회날이다.
선거 결과는 약 7-8시간 뒤면 알 수 있을 것이다.
그 선거결과에 상관없이 입장을 밝히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마치 선거 결과에 불복해서 이러한 입장을 내는 것처럼 보이고 싶지도 않고, 최근 1-2일사이 급격한 입장의 변화가 있기도 해서이다.
 
3개 선본이 모두 당선되면 새로운 진보정당에 적극참여한다고 했으니 앞으로 볼 날은 많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개개인에게는 아무런 악감정이 없다. 누구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그 사람에게 감정이 상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며, 사회당의 많은 이들이 품성적으로 올바르고 성격이 좋다는 것 역시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다.
 
당장 "이름뿐인" 정책위원회 정책위원직을 그만두려고 한다. 바뀐 당대표가 어짜피 정책위원회를 새로 구성해야 할 필요도 있을 것이고 "이름뿐인"자리였으니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오늘은 당대회 때문에 바쁠 것이니 월요일에 정식 사직서를 팩스로 전송하겠다.
 
탈당도 오늘 하려고 했으나, 주위의 많은 이들이 말려서 탈당서는 제출하지 않을 생각이다. 하지만 마음만큼은 큰 변화가 없다. 탈당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난다는 사람들도 있다지만, 나의 탈당의사가 확대해석되지 않았으면 한다. 나는 철저하게 내 개인의 판단과 의사에 의해 탈당의사를 밝힐 뿐이다. 적절한 때가 되면 공식적으로 탈당계를 낼 날이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꼭 다시 만나자!!!
마지막으로 "꼭 다시 만나자!!"는 말 전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새로운 진보정당 구성을 위한 논의가 잘 되어야 하며, 운동판과 국회에서 날고 기던 진보신당, 시민단체 사람들의 틈바구니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단일조직 정당과 정파 경쟁이 진행되는 정당은 차원이 다르다. 단일조직이라는 온실속에서 벗어나 진보정당운동의 훌륭한 밑거름이 되었으면 한다.
 
부디 "꼭 다시 만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