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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당 대선기획위원을 사퇴하며 좌파 동지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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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사회당 대선기획위원을 사퇴하며 좌파 동지들에게  
 
사회당 대선기획위원을 사퇴하며 좌파 동지들에게

정현수  

1.
지난 7일 사회당 중앙집행위원회는 사회당 독자 후보로 대선을 정면 돌파하기로 결정했다.

2.
나는 사회당 대선기획위원의 한 사람으로서 우리 당내에서 좌파 통합정당 결성을 위해 다른 좌파 동지들이 원한다면 이번에 사회당 독자의 대선 출마를 포기하자고까지 주장했던 사람이다. 내가 한국 사회주의 운동이 국민 대중 앞에 실체를 드러낼 유력한 기회인 대통령 선거 투쟁을 건너뛰고 싶어서 그런 주장을 했던 것은 아니다. 나는 누구보다 대선 전에 통합 좌파정당을 결성하고 그 정당의 후보로 대선을 정면 돌파하기를 염원했다. 이는 이미 우리 당 대선기획위원회가 <통일좌파> 문건을 통해, 우리 당의 13차 중앙위원회의 결의의 내용으로 거듭 밝힌 당론에도 부합하는 것이다. 그러나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일은 진행되지 않았다. 나는 이번 좌파 통합정당 건설 노력의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대선기획위원을 사퇴하며 아래의 글을 통해 좌파 동지들에게 몇 가지 사실을 확인하고 이어 나의 견해를 밝히고자 한다.

3.
지난 8일 열린 공투본 3차 예비모임에서는 사회당을 제외한 노동자의힘, 사회진보연대, 민주노총, 민주노동당, 전국연합(한총련, 한청), 자통협이 참가한 가운데 공동선거기구를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이 합의이후 민주노총은 <노동과세계>의 기사를 통해 사회당이 "진보진영 공동대선대응 움직임에 찬물을 끼얹었다"라고 비난했다.

4.
노동자의힘, 사회진보연대의 진보진영 경선 주장은 민주노동당에 대한 일반적 지지 선언에 불과하며 좌파통합의 대의에서 정확하게 어긋난다. 따라서 자칭 좌파를 주장하는 모든 동지들과의 대선 전 좌파통합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렀다.

5.
노동자의힘과 사회진보연대의 '좌파통합 구상'은 사실상 좌우합작에 불과한 것으로 이것은 결국 현실의 역관계에서 '민주노동당 권영길 지지'로 귀착될 수밖에 없다. 좌파 동지들! 도대체 유럽식 사회민주주의를 선전하고 다니며 자신은 과격하지도 않고 국가적 대안을 생각한다고 하며 국군의 날 기념식에 기세 등등하게 참석하여 국방을 생각하는 면모를 과시하는 후보가 당신들이 주장하는 신자유주의에 맞선, 투쟁하는 노동자계급 후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당신들은 그러한 후보와의 경선 구도에서 쪽수가 밀려 지면 그 후보를 밀 수밖에 없는 경선을 하자고 주장하면서 계급운동에서 사회주의 운동(또는 당신들이 자주 쓰는 표현대로 계급적 좌파 운동)의 자기 입지를 확보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가!

6.
민주노총은 자신의 [대선방침(안)]에서 <대선전략>을 "민주노동당을 중심으로 대선투쟁 전개""민주노동당 후보 지지 계급투표 조직"으로 요약하고 있다. 한편 <대선실천방침>에서도 민주노동당 선거대책위원회에 참여하고 선대본에 민주노총의 상근자를 파견하는 것을 확정했다. 이미 민주노총은 조돈희 울해협 의장이 사회당 울산시장 선거투쟁에 결합했다고 징계방침을 논의하는가 하면 민주노총 강원본부에 상근하고 있는 우리 당 당원을 제명하려고도 했다. 민주노총의 민주노동당 배타적 지지 방침에 따르면 정당 선택과 활동의 자유는 사실상 없는 셈이며 민주노총은 이와 같이 정치적 선택과 사상의 자유를 탄압해왔다. 나도 민주노총 사무금융연맹 소속의 조합원인데 민주노총이 자신의 정치방침에 따른다면 나를 비롯하여 모든 투쟁하는 사회당원인 민주노총 조합원을 제명해야만 한다는 모순에 봉착한다. 그렇다면 나부터 징계위원회에 회부하고 제명하라! 민주노총의 정치방침을 바꾸겠다며 공투본을 제안한 일부 좌파 동지들의 선의에도 불구하고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 지지 대오로 변모하고 있는 공투본을 나는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다. 

7.
비록 대선 전 좌파 통합정당 건설이 물 건너가는 듯 하지만 나는 우리 당이 오세철 교수가 제안한 (가칭)사회주의정치연합과 함께 좌파 통합을 위한 지속적 노력을 전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은 우선 투쟁하지 않는 세력과의 선거대응기구로서의 연합이 아니라 '투쟁하는 비전향 사회주의자들, 비전향 좌파들의 통합노선'이어야 한다. 지난 10월 7일과 8일에 연이어 열린 중앙집행위원회와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우리 당이 대선 독자 출마를 고심 끝에 결정한 것은 국민적 정치수준에서 좌파정치의 실종을 막기 위한 고뇌에 찬 결단이었다. 나는 민족주의, 사회민주주의, 조합주의에로의 투항 국면에 맞서 대선 정면 돌파 방침을 정한 당의 공식 결정을 거스를 수 없게 되었다. 사회당은 두 달여 남은 제16대 대통령 선거 국면에서 사회주의 대통령 후보를 자신만의 힘으로 추대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사회당의 사회주의 대통령 후보는 반자본주의-반조선노동당의 기치아래 민족주의, 사민주의, 조합주의, 김일성주의에 반대하는 혁명적 좌파의 대의를 위해 투쟁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 당 중앙집행위원회 결정, 비상대책위원회의 회의 결정사항과 호소문에서도 밝혔듯 우리 당은 좌파통합 노선을 포기하지 않았으며 일관되게 추진해 나갈 것이다. 앞으로도 사회주의 대통령 후보로 좌파 통합정당의 후보가 나온다면 우리 당은 당의 문호를 개방하고 좌파 통합정당의 후보를 열렬히 지지할 것이다. 나도 좌파통합에 도움이 된다면 무슨 짓이든 다 하겠다.

8.
나는 민주노총이 스스로 인정하듯 사실상 '제2의 범추' '확대 범추'에 불과한 공투본에 소속된 좌파 동지들에게 다시 한 번 비통한 심정으로 촉구한다. 좌파 동지들, 4.2 노정합의로 노동자들을 배신했던 민주노총 중앙파 지도부와 갈라서는 것이 그렇게 두려운가! 동지들은 '범진보진영'이라는 조합주의자, 김일성주의자, 민족주의자, 사회민주주의자, 개량주의자 연합의 날개아래 사회주의 정치의 깃발이 내려지는 것을 원하는가! 당신들이 참된 좌파, 사회주의자라면 지금 즉시 조합주의 정파연합당, 개량주의자들이 우글대는 민주노동당과의 정치적 타협의 산물인 공투본에서 뛰쳐 나와야 한다. 스스로 혁명적 좌파라고 생각하는 동지들, 당신들은 즉각 사회주의 운동의 날개 아래로 다시 결집해야 한다.

9.
좌파 동지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나는 지금도 사회주의 이념을 전면에 내건 좌파 공동의 후보로 이번 대선을 돌파하기를 간절히 염원한다. 1987년 6월 민주항쟁과 7.8.9 노동자대투쟁 정신으로 87년의 독자 후보, 92년의 사퇴하지 않는 독자 후보로 정면 돌파한 민중후보 운동의 정신은 사회주의 운동 통일단결의 대오를 만들기 위한 위용찬 진군이었다. 그때 만일 한국 사회주의 운동의 통일단결 정당이 건설되었다면 오늘의 좌파 통합정당 건설을 위한 논쟁도 불필요했을 것이다.

동지들에게 촉구한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우리 당 중앙위원회에서 모든 방침을 결정하는 14차 중앙위원회 전, 10월 13일 전까지 한국 사회주의 진영의 통일단결 대오의 정당 건설을 합의하고 대통령 선거 투쟁을 함께 대응하자! 나는 마지막 기적을 믿고 싶다. 좌파 통합정당의 대의아래 결단하는 동지들의 모습을 보고 싶다. 이러한 모든 믿음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나는 모든 책임을 지고 대선기획위원뿐만 아니라 부대변인직을 포함하여 사회당 중앙당의 모든 당직에서 사퇴할 것이다. 평당원으로 돌아가 좌파 통합운동과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비전향 사회주의 운동의 깃발, 혁명적 좌파의 현실태인 사회당의 승리를 위해 투쟁할 것이다. 

10.
좌파 동지들, 현재 수준에서 좌파 통합을 위해 가능한 현실성은 <조속한 좌파 통합정당의 건설>과 <좌파 독자후보를 추진>하는 것에 있다.

모든 사회주의자, 혁명적 좌파의 단결 투쟁으로 한국 사회주의 운동의 붉은 깃발을 지키자!

2002년 10월 9일
정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