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힘에서 제안한 민중경선 논의에 대한 사회당 비판 문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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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경선비판과 사회주의대통령후보 추대(대선토론회 자료)
10월 1일 대학생신문, 유뉴스 등이 공동 주최한 대선토론회에서 발표된 글입니다. 노힘과 사회진보연대는 기간의 입장과 비슷한 글을 발표했고, 사회당에선 민중경선을 전면 비판하는 글을 발표했네요.
사회주의 정치세력화!
투쟁하는 노동자계급 정당 건설!
사회주의 대통령 후보 추대!
사회당 대선기획위원 정성훈
1. ‘노동자, 민중의 정치세력화’ 역사에 대한 평가
지금은 좌파의 정치운동 구호가 ‘노동자, 민중의 정치세력화’이지만, 그 말의 기원이 되는 92년 민중후보 대선 투쟁을 호소했던 구호는 ‘민중의 독자적 정치세력화’였다. 92년 대선의 모티브를 제공했던 87년 사퇴한 민중후보 운동과 이후의 민중정당 추진 과정에서는 ‘민주연합’이란 말이 삽입되어 있었다. 후보의 이름도 87년과 92년엔 ‘민중후보’였고, 97년엔 ‘국민후보’와 ‘민중후보’가 경쟁하다 ‘국민후보’만 출마했고, 2002년 지금은 이른바 ‘범진보 후보’와 ‘사회주의 후보’가 추진되고 있다.
언어의 변화에는 역사가 내포되어 있다. 시대의 변화, 운동 주체와 운동 지형의 변화가 담겨 있다. 그리고 과거에 같은 언어를 썼던 집단이 지금 다른 정치적 행보를 한다면, 그것은 과거의 언어에 각자가 부여했던 의미가 달랐음을 드러내는 것이고, 지금 제각각의 의미를 부여하는 언어는 새로운 언어들로 분화될 것을 요구받는다.
재야와 운동권 다수파가 김대중 비판적 지지 운동을 할 때, 독자적 정치세력화를 위한 민중후보 운동은 후보 단일화의 열망까지를 포함하여 진행되었다. 반독재 민주화 운동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한 민중 운동의 독자 정립 과제와 ‘군사독재 종식’이라는 범국민적 요구가 절충되었던 민중후보 운동은 후보 단일화를 요구하는 중립 사퇴로 귀결되었다.
반독재 민주화 운동 속에서 분화되지 못했던 부르주아 민주주의 운동과 사회주의 지향의 운동은 김영삼이 여당 후보가 되고, 김대중의 보수성이 뚜렷해지고, 실패를 반복했지만 민중정당 건설 운동이 지속되면서 90년대 초반 뚜렷하게 분화되었다. 주체사상파가 여전히 시대착오적인 범민주연합 운동을 추진하는 동안, ‘민중의 독자적 정치세력화’라는 구호를 들고 87년보다 견고한 민중후보 운동의 대오가 형성되었다. ‘좌파’는 이때 실체로 형성되었다.
하지만 92년의 좌파 또한 ‘민중의 독자적 정치세력화’라는 모호한 언어에 다른 의미를 부여하고 있었다. 민중후보 운동을 사회주의 운동의 정치세력화로 이해하여 ‘사퇴하지 않는 민중후보’를 분명히 했던 세력이 있었던 반면, 김대중과의 연합 가능성을 열어놓은 개방적 독자후보론이 있었고, 이미 비판적 지지를 결정한 전국연합을 통해 민중후보를 추대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김대중이 민중운동의 요구를 부분적이라도 수용할 의지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그리고 전국연합이 민중후보 운동을 금지시켰기 때문에, 사퇴하지 않는 민중후보 운동과 좌파의 단결은 성사되었다. 사회주의 진영을 중심으로 한 통일전선이 형성된 것이다.
하지만, 보수야당 김대중이냐, 민중후보 백기완이냐라는 명확한 선택이 요구되었던 대선 국면이 지나자, 잠재되어 있었던 차이는 사회주의권 몰락이라는 이념적 혼란이 겹쳐지면서 좌파의 해체로 귀결되었다. 진정추(진보정당 추진위원회)는 사민주의 경향을 노골화하면서 합법정당의 성공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길을 갔고, 사추위(사회당 추진위원회)는 정권의 탄압과 이념적 혼란 속에 공중분해되었다. 오늘날 좌파라 불리는 나머지 세력들은 노동자 운동, 청년운동, 이론운동, 각종 부문운동으로 우회하게 되었다.
김대중이 당선되어도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 명확해진 97년에는 더 이상 ‘독자적’이라는 형용사가 불필요하게 되었고, 민주노조 운동의 급격한 성장으로 인해 막연한 민중 중에서 노동자를 별도로 호명할 필요가 생겼다. ‘노동자’의 등장은 또한 민중이라는 언어 속에 숨겨 두었던 사회주의 지향을 더 적극적으로 표현하려는 의지도 담고 있었다. ‘노동자, 민중의 정치세력화’라는 언어는 그렇게 형성되었다.
하지만 ‘노동자, 민중의 정치세력화를 위한 연대’, 즉 정치연대는 국민후보 운동 앞에서 좌초했다. 민중에서 노동자를 특화시켰지만, 사회주의 정치세력화와 투쟁하는 노동자의 계급적 단결이라는 목적의식을 분명히 갖지 못했던 좌파는 노동자 운동에서 가장 큰 힘을 가진 민주노총의 위력에 굴복했다. 그마저도 배신당하게 되지만, 국민승리21의 명칭 앞에 ‘민중과 함께하는’이라는 수식어를 집어넣는 것으로 만족하면서.
92년 전국연합에 짓눌렸던 좌파는 민주노총에 짓눌려 사는 시대로 진입했다. 노동조합으로 혁명을 이룬 나라는 거의 없는데 한국의 좌파는 유독 노동조합주의에 굴복하게 되었고, 97년 이후엔 민주노총에 의존하지 않고선 정치투쟁을 벌일 수 없는 지경에 처했다.
사회당은 97년에 국민후보 운동을 거부하고 민중후보 운동을 주장한 청년들의 주도로 만들어진 당이다. 이들은 92년 ‘민중의 독자적 정치세력화’라는 언어에 이미 ‘사회주의 진영의 정치세력화’라는 의미를 부여하고 사퇴하지 않는 민중후보를 주장했던 사람들이다. 사회당은 전국연합이나 민주노총의 대중운동적 위력이 아무리 크다 해도 자본주의를 근본적으로 극복하려는 사회주의 운동의 정치적 지향은 굳건히 세워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회주의 정치세력화가 노조의 방침에 의해 흔들릴 수는 없으며, 사회주의자의 정치적 단결을 통해 노조 운동을 포함한 대중운동을 좌익화하기 위해 노력한다.
2. 2002년 정치운동의 기치, 사회주의 정치세력화
2002년 현재, 대선 투쟁을 준비하면서 표현되는 ‘노동자, 민중의 정치세력화’의 실천적 언어는 ‘범진보 후보 추대’, ‘민중 단일후보’, ‘사회주의 대선 투쟁’ 등으로 분화되어 있다. ‘노동자, 민중의 정치세력화’라는 동일한 언어를 사용하고 있으나, 다른 정치적 실천을 위해 이 언어를 사용하고 있다. 사회당은 오세철 선생이 제안한 (가칭)사회주의정치연합 건설에 적극 참여하면서 92년부터 품어왔던 뚜렷한 언어로 정치운동의 기치를 다음과 같이 내건다. 사회주의 정치세력화!
그리고 사회주의 정치세력화의 제도적 영역에서의 실천으로 2002년 가을과 겨울 사회주의 대통령 후보를 추대하고, 대선 투쟁을 전개할 것이다. 이는 민주노동당이 계급타협적 운동 노선과 투쟁 없는 득표로 유럽식 사민주의 상태를 꿈꾸는 노선을 뚜렷이 하는 상황에서 구체적이고 명확한 정치 방침이다. 이는 또한 97년의 민중후보 운동과 국민후보 운동의 차이를 사회주의 정치세력화와 계급타협적 정치세력화로 뚜렷이 분화시키는 것이다. 97년의 국민후보가 2002년의 민주노동당 후보가 된 것은 이러한 분화의 필연성을 입증한다.
3. 범진보 후보론 내지 민중경선 단일후보론에 대한 비판
대선 후보 등록이 두 달도 채 남지 않았고,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가 TV 토론까지 출연한 지금도 사회주의 진영이 비사회주의 진영과 연대하여 범진보 후보를 추대하자거나, 민중 경선을 통해 단일 후보를 선출하자는 주장이 계속되고 있다. 초기에는 민주노동당 안에서 범진보 후보 추대론이 제기되었다가 민주노동당 대선 후보 선출 이후 사그라들었는데, 최근에 노동자의힘이 전국공동투쟁본부 건설 제안을 통해 이와 비슷한 대선 방침을 제안하면서 다시 논의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노힘이 제안한 민중경선 단일후보론은 올바르지도 않고 현실적이지도 않다.
다른 이념과 정신, 실천 방식을 가진 세력은 다른 후보를 내고 투쟁하는 것이 좋다. 경선을 통해 단일 후보를 선출한다는 것은 지는 쪽이 이기는 쪽을 위해 선거운동을 한다는 룰에 합의하는 것이다. 이는 특별한 정치적 목적, 예를 들어 당선을 노린다거나 연합하지 않으면 후보를 낼 수 없다던가 하는 상황에서만 고려할 수 있다. 현재 사회주의 진영에게 이런 특별한 정치적 목적은 필요 없다.
특별한 정치적 목적이 없는데도, 과연 사회주의 진영이 권영길 후보 선거운동을 할 수 있을까? 97년에도 ‘일어나라 코리아’라는 구호에 염증을 느끼고 좌파가 중도에 선거운동을 포기했는데 그런 일을 다시 반복해야 할까? 만의 하나 사회주의 후보가 경선에서 이긴다 해도 사회주의라면 염증을 느끼는 민주노동당 일부는 선거운동을 할 수 있을까? 민중 경선 단일 후보론은 서로 다른 길을 가는 사람들을 억지로 묶어서 단일화시키려는 비도덕적 정치 방침이다.
얼마 전 TV 토론에서 권영길 후보는 유럽식 사민주의 정책들을 나열하고 자신은 과격하지 않다면서 지지를 호소했다. 그 모습은 마치 울산시장 선거에 나왔던 민주노동당 송철호 후보를 보는 듯했다. 자신은 과격하지 않으니 시장만 시켜달라, 그러면 살기 좋아질 것이라고 말하던 모습, 자신이 시장이 되면 노사평화가 이루어질 것이라 말하던 모습이 떠올랐다. 사민주의를 강제할 수 있는 공산주의권이 몰락한 21세기 초반에, 신자유주의 광풍이 몰아치고 있는 한국에서, 과격하지도 않고 노동자-민중의 투쟁을 호소하지도 않고 과연 유럽식 사민주의 정책이 관철될 수 있을까?
사회주의자와 비사회주의자의 결정적인 차이가 바로 여기에 있다. 사회주의자는 노동자, 민중이 스스로의 투쟁을 통해 행복할 권리를 쟁취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선거 공간에서도 투쟁을 호소한다. 권영길 후보는 행복해질 수 있는 정책과 공약을 내세워 표를 많이 얻으면 투쟁하지 않아도 그리 될 것이라고 노동자, 민중을 현혹한다.
권영길 후보와 민주노동당의 역사인 ‘국민과 함께하는 노동운동’과 노사정 합의주의, 정책 중심의 사민주의 정치 운동은 총파업 투쟁을 비롯한 격렬한 노동자-자본가 사이의 계급적 격돌을 회피한 역사다. 사회당을 비롯한 실천적 사회주의자들의 역사는 대우자동차 공투본을 비롯한 정리해고 저지 투쟁, 캐리어사내하청 투쟁 등 비정규직 철폐 투쟁 등에서 일관되게 비타협적 투쟁을 벌여온 역사다.
현재 사회주의 진영과 비사회주의 진보 진영의 이러한 차이는 민주노조 운동의 위기 극복이나 민중투쟁 전반의 기세 회복을 위해 매우 중요한 차이다. 민주노총 주류와 민주노동당에 의해 노동운동과 진보운동이 대표되면서 침체된 노동자, 민중 투쟁의 기운을 다시 일으켜세우는 것이 사회주의 정치세력화와 대선투쟁의 중요한 과제이며, 이는 비사회주의 후보를 통해선 결코 이룰 수 없는 일이다.
사회당은 여러 차례 선거투쟁을 벌이면서 만났던 민중이, 투쟁을 호소했던 민중후보 백기완과 애국주의 국민후보 권영길을 같은 계열로 인식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했다. 백기완 후보가 사회주의를 언어로 천명하지 않았는데도. 사회주의 후보와 비사회주의 범진보 후보의 차이가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자신이 사회주의 운동의 투쟁 정신을 망각하고 있다는 것을 고백하는 것일 뿐이다.
사회주의 후보를 범진보 후보로, 민중 단일후보로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위에서 지적했듯이, 다른 정치적 길을 가야할 사람들의 발목을 묶는 비도덕적 정치 행위일 뿐만 아니라, 매우 비현실적인 주장이다. 상식을 가진 사람들에게 물어 보라. 민주노총, 민주노동당, 전국연합 등이 사회주의자에게 대선 후보를 내줄 수도 있는 그런 경선을 수용하겠는가? 국민적 인기가 정체되어 있는 권영길 후보의 지지율 상승을 위해서만 경선을 이용하지 않겠는가?
노동자의힘은 최근 민중경선 단일후보론을 포함하는 전국공동투쟁본부를 제안한 후, 전국연합, 민주노총, 민주노동당 등이 경선을 수용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호들갑을 떤다. 지자체 선거 당시 울산에서의 민주노총 조합원 총투표처럼 이회창 지지자건, 정몽준 지지자건 조합원이라는 이유로 노조의 지침에 따라 맹목적으로 투표하는 상황이 벌어질텐데, 그런 경선에서 사회주의자가 이길 수 있으며, 그런 경선이 과연 투쟁의 의지를 고양시키는 것인가? 울산에서의 조합원 총투표는 조금이나마 투쟁해왔던 후보를 떨어뜨리고 노동자 투쟁 현장에 한번도 나오지 않았던 당선가능성 높은 후보를 탄생시켰다. 반공 개발지상주의 후보를 민주노총 후보로 탄생시켰다.
참된 민중 경선은 투쟁하는 노동자계급의 정치세력화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려는 노동자, 민중 선거인단에 의해 다수의 사회주의 후보 중 한 명을 선출하는 것이다. 사회주의 후보 결의자조차 나서지 않은 상황에서 경선은 불가능하므로, 사회주의 진영은 노동자, 민중 선거인단을 조직해 사회주의 대통령 후보를 빨리 추대해야 할 상황이다.
대통령 선거 후보 등록은 11월 27일이다. 오늘은 10월 1일이다. 노힘은 11월 중순에 민중경선으로 후보를 선출하고 기존 정당 소속이 아닌 상태로 출마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과학생회장 후보도 한두 달 전에는 선출한다. 대통령 후보를 보름 전에, 그것도 민중 경선으로 선출하자는 주장은 대선투쟁 방해하려는 주장이거나, 이미 대선 후보로 선출된 권영길 후보를 한번 더 선출하자는 주장에 불과하다. 그리고 이미 정당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후보 등록은 물론 선거운동 과정에서도 불리한 무소속 후보를 하자는 주장을 과연 누가 받아들이겠는가? 97년 국민승리21은 정치연대의 요구를 수용하면서, 국승21의 명칭 앞에 ‘민중과 함께하는’이란 수식어를 집어넣겠다고 약속했다. 물론 이 약속조차 지키지 않았다. 이번에도 민주노동당을 재창당하는 방식 등 사회주의 진영의 후보 출마를 막기 위한 술수를 쓸 수 있다. 노동자의힘의 구상은 이런 술수에 넘어가 주겠다는 의지로밖에 받아들일 수 없다.
사회당은 노동자의힘이 제안한 전국공동투쟁본부 제안을 제한적으로 받아들였다. 대선 방침이 다르다 하더라도, 사회주의정치연합 건설을 위해 공동투쟁을 벌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투쟁을 통한 조직 건설’이야말로 좌파의 자부심 아니던가?
그런데 노동자의힘은 공투본을 자본과 권력에 맞선 공동의 실천 투쟁 기구로 사고하지 않는 듯하다. 전국연합, 민주노총, 민주노동당 등과도 함께하는 투쟁본부로 만들고자 하기 때문이다. 이런 단체들이 모두 참여하는 전선체는 이미 존재한다. ‘민중연대’라고. 그간 사회당과 노동자의힘은 민중연대가 노동자, 민중의 반신자유주의 투쟁을 조직하지 못하는 것을 비판하면서 소극적으로 참여해왔다. 그런데 또 하나의 민중연대를 만들려는 의도는 무엇인가?
사회당은 노힘의 공투본이 참된 공동투쟁기구가 아니라 민중 경선을 실시하기 위한 대선 기구라고 판단한다. 그렇게도 비판하던 선거주의의 전형이 바로 노힘의 공투본 구상이다. 노힘이 사회주의 대통령 후보를 추대하고 대선투쟁을 할 의사가 없다면, 최소한 공투본을 대선방침에 종속되지 않는 틀로 제안해야 한다. 그래야만 대선 방침의 차이를 승인한 가운데서도 사회주의 진영의 실천적인 공동투쟁은 가능하다.
사회당은 노힘에게 즉각 공동의 투쟁 체계를 꾸릴 것을, 공동의 투쟁 계획을 수립할 것을 제안한다. 사회당이 사회주의정치연합 건설 준비모임에 제안한 ‘신자유주의 분쇄, 비정규직 철폐를 위한 전국 순회투쟁단’을 함께 꾸릴 것을 제안한다. 그리고 공동 투쟁에 참여하는 사람들 다수의 의지로 대선 투쟁 방침을 확정할 것을 제안한다. 우리는 공투본의 공동 투쟁이 사회주의정치연합 건설, 독자 후보 출마를 포함한 사회주의 대통령 선거투쟁으로 귀결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노힘의 잘못된, 비현실적인 단일후보 선출 계획을 받아들여야만 공투본을 구성할 수 있다면, 그런 공투본은 사회당이 수용한 실질적인 공동투쟁 기구로서의 공투본이 아니다. 노힘의 제안문에 담긴 대로의 공투본은 참된 공동투쟁본부가 아니라 사회주의정치연합 건설과 대선 투쟁을 회피하기 위한 논의기구에 불과하다. 조직 건설과 즉각적인 실천투쟁을 방기하는 이러한 공투본 구상이야말로 선거주의의 왜곡된 형태다.
4. 사회주의 대선 투쟁의 상과 준비 일정
앞에서 사회주의자의 선거투쟁과 비사회주의자의 선거투쟁이 어떻게 다른지 설명하면서 이미 사회주의 대선투쟁의 상은 밝혔다. 한마디로 투쟁하는 선거다. 노동자, 민중의 삶을 이윤 논리로 희생시키는 신자유주의에 맞서 투쟁을 호소하고 투쟁을 촉발하는 선거투쟁이다. 2002년 가을 현재, 단일한 계급투쟁 전선을 형성하지 못하고 고립 분산된 노동자, 민중의 투쟁 현장에서 벌이는 대선 투쟁이다. 정책과 공약은 그러한 투쟁을 통해 쟁취해야 할 과제를 제시하는 것일 뿐이다. 정책과 공약의 현실성은 꿈을 이루기 위한 행동만이 보증한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는 자신의 공약은 과격하지 않으며, 재원을 확보할 방안을 제시할 수 있기 때문에 현실적이라고 말한다. 사회주의 대통령 후보는 자신의 공약은 과격한 방식으로만 쟁취할 수 있으며, 재원을 확보하는 것은 노동자, 민중이 자신이 생산한 재원을 재벌과 땅부자들로부터 되찾을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고 말할 것이다.
사회당은 9월 29일 사회주의정치연합 건설을 위한 준비모임에 즉각 사회주의 대선투쟁 준비에 돌입할 것을 주장할 예정이다. 10월 중순에 사회주의 진영 공동으로 ‘신자유주의 분쇄, 민중생존권 쟁취, 사회주의 정치세력화를 위한 전국 순회 투쟁’을 벌일 것과 10월 27일 사회주의 대통령 후보를 추대할 것을 제안할 예정이다. 노힘을 비롯한 여러 좌파 동지들이 사회주의정치연합 건설에 동참하여, 사회주의 진영 공동의 논의 속에서 대선 방침을 결정하기를 바란다.
스스로를 사회주의자 내지 좌파라고 생각하는 동지들에게 드리는 호소문으로 글을 맺도록 하겠다.
10월 안에 사회주의 대통령 선거 투쟁에 함께 돌입하자!
87년 이후 한국 사회의 제도적 민주주의 공간은 급격히 넓어졌다. 사회주의자가 공공연히 정당을 결성하고 공직 선거에 나설 수 있게 되었다. 사회주의자의 정치 실천이 제도적 민주주의 공간에 한정될 수 없다는 점을 사회당은 창당 시기부터 분명히 해왔으며, 대우자동차 공투본을 비롯한 현장과 거리에서의 정치투쟁에 헌신해왔다. 그래서 오세철 선생이 사정련 제안서에 담고 있는 합법주의, 선거주의에 대한 경계를 충분히 공감한다.
하지만 합법주의, 선거주의를 경계한다는 것이 열려진 제도적 민주주의 공간에 대한 회피 명분으로 악용되어선 안 된다. 수많은 조직 사건이 빈번하던 92년에도 사회주의자들은 백선본을 통해 자신의 실체를 간접적으로 전 민중에게 선포했다. 그런데 2002년에, 그것도 전 민중이 권력의 향방에 대해 이목을 집중하는 대통령 선거에 사회주의 정치세력이 명함조차 내밀지 못한다는 것은 얼마나 한심한 일인가?
노동자, 민중이 이 사회의 주인임을 선포하고, 분산된 민중 투쟁을 단일한 계급투쟁 전선으로 고양시키는 대통령 선거 투쟁, 고립 분산되어 있던 사회주의자들과 사회주의 운동을 지지하는 노동자, 민중을 하나로 단결시키는 정치 행동으로서의 대통령 선거 투쟁, 붉은 가슴을 요동치게 하는 이 대투쟁을 어떻게 회피할 수 있는가?
사회당이 사회주의정치연합 건설과 사회주의 대선 투쟁에 적극 나서는 것에 대해 좌파 동지들 중 일부는 비판하거나 우려를 표명한다. 사회당은 이런 동지들에게 대선 투쟁이 하지 말아야 할 것인지, 할 수 없는 것인지 묻고 싶다. 하지 말아야 할 것을 한다면 범죄요, 할 수 없어서 못한다면 부족이지만, 할 수 있는 것을 하지 않는 것은 회피다. 더구나 할 수 있는 것을 못하도록 방해한다면 비겁이다.
할 수 있다고 믿고 해볼 만 하다고 생각하는 동지들은 즉각 사회주의정치연합 건설과 사회주의 대선 투쟁에 동참하라. 못하겠다고 생각하는 동지들은 실질적인 공동투쟁을 벌이면서 사회주의 대선 투쟁을 격려해달라.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지금 무엇에 기여하고 있는지를 냉철하게 되짚어보고 침묵하라.
사회당은 10월 안에 사회주의정치연합 추진위원회가 건설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며, 사회주의 대통령 후보를 선출하기 위해 총력을 다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어떠한 기득권도 포기할 수 있다는 것은 이미 ‘통일좌파’를 통해 표명하고, 13차 중앙위원회 결의를 통해 확인한 바 있다.
16대 대통령 선거에서 투쟁하는 노동자계급 정당, 사회주의 정치세력의 등장을 전체 노동자, 민중에게 당당히 선포하자. 사회주의 대통령 후보와 함께 침체되고 분산되어 있는 민중 투쟁을 전국적 계급투쟁으로 고양시키자. 붉은 가슴으로 투쟁하는 동지들! 가슴 벅찬 사회주의 대통령 선거 투쟁에 함께 돌입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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