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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원고준비-좋은운동/싫은운동

'우리'에서 벗어나기.

얼마전 한 토론회에서 지율스님은
대안교육을 고민하는 어머니들의 모임에서 '우리 아이들'이라고 말하는 것을 들어보니 사실은 '내 아이들'을 이야기하는 것이더라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사실 우리나라 어법에서 '우리'는 '나'와 비슷한 어법이 아닌던가?
우리나라. 우리가족, 우리학교, 우리고장, ......

좋은 뜻으로 생각하면, 그 정도로 나와 내 주위 사람들과의 경계가 없다는 것이지만,
나쁜 뜻으로 생각하면, '내것도 내것이고, 니것도 내것이다'라는 뜻을 생각할 수 있다.
혹은 많은 이들 가운데 '우리'라는 울타리를 치고 '너희'와 다른 것으로 구분하는 것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축구 한일전 같은 것들을 할 때 '우리나라'의 의미는 후자의 경우에 더 가까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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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이나 정치에서도 비슷한 표현들이 있다.
'우리 운동', '열린우리당' 같은 것들이다.
여기서 우리는 다른 것과 구분되지만, 이것이 보통대명사처럼 불렸으면 하는 바램이 강하게 들어간 표현이다. 처음 듣는 이들은 잘 이해가 되지 않을지 모르겠지만, 열린우리당 사람들이 자신들의 준말을 '열우당'이 아니라, '우리당'로 불리고 싶은 심리를 잘 생각하면 조금 이해가 될 것이다. 정치적 색깔이 다른 이들도 나와 동지들을 부를때 '우리'라고 부른다는 아이러니(!)... 여기서 느끼는 묘한 희열감(!). 이런 것까지 생각하고 설마 이름을 지었겠느냐는 말을 한다면 이는 정치를 모르는 사람이다.(이것보다 더 한 것도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의 폐해는 이런 애들 장난같은 것들만 머무르지 않는다.
많은 폐해 가운데에서도 '울타리'를 만들고, 그 속에서 빠져 나올 줄 모르는 오류가 가장 크다. '나'와 '우리'가 동일한 의미를 갖지만 '우리'는 복수형이기에 외부의 사람들은 '우리'에 소속된 이들과 그렇지 않은 이들로 항상 나뉘게 된다.
'우리'에게는 근거를 알 수 없는 묘한 친근감을 느끼고(외국에 나가 '우리'나라 사람을 만나봐라!), 그를 믿으며, 그가 잘못을 해도 너그러히 용서한다.
그리고 '너희'에 대해선 알 수 없는 묘한 적대감을 느끼며, 신뢰의 정도가 떨어지며 적극적으로 만날 대상이 아니게 된다.
'우리'의 개념이 강한 사람일 수록 문제에 봉착하면 해결책이나 도움을 줄 사람을 '우리'안에서 찾으려고 하고 '너희'는 보다 큰 일을 도모할 때만 찾게 된다.(혹은 '우리'가 제안할 것이 있을 때만 만난다.)
혹시라도 '너희'중에 뛰어난 사람이 있다면, '우리'를 만들거나 혹은 함께 할 대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이렇다보니 외부로부터 뛰어난 사람과 기술, 능력을 가져오기 보다는 '우리' 안에서 사람을 키우거나 역량을 길러서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고 한다. 그리고 그것이 원칙이라고 생각한다.(당연히 더디고 때에 따라서는 역량을 채우는 것이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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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런 말을 하는 나도 '우리'에 젖어 있다.
벗어나려고 하나 '젖어있는 몸'이 마르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우리'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면, 발전은 없다.
우물안 개구리는 우물안에서만 대장이듯이, '우리'라는 우물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렇지 않는다면.... 결과는 뻔 한것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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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좋은운동, 싫은운동'란을 쓴다. 앞으로도 종종 써 나갈 예정이다.
단상. 그렇지만 몇년을 이어오고 있는 단상들. 글을 써야 이것들이 정리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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