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원고/원고준비-좋은운동/싫은운동

출동에 대한 기억과 단상들....

1.
출동이라는 이름을 처음 들은 것이 언제인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항상 그러했듯이 "어디선가~" 들려오는 이야기 중의 하나였고, 대부분의 표현과 설명은 비밀주의와 엄숙주의에 싸여 있었다.

요즘은 그런 느낌으로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있으면 "무시"하거나 "가볍게 쳐 넘기"지만, 당시만 해서 서로 "비밀스럽게 이야기하기"가 일종의 룰이었다.
(마치 언어생활에서 "은어"가 자존감과 타인과의 차별점을 강조하는 용도로 쓰인 것처럼 별로 실체없는 내용이라 할 지라도 "이게 사실은 그런거야"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 더 높은 지위인냥 포장되고 서로에게 그렇게 이야기하는 분위기가 있다.
요즘 생각해 보면 80년대 학생운동사에서 비판해 오던 PO-system(대학별 post 시스템)의 폐해를 그대로 닮은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도 든다..)

출마동지회는 출마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그리고 일반 당원들에게 그러한 느낌이었고,
대단한 결사체로 인식되었다.

2.
지금도 그러한 경향이 있듯 "행정편의주의"는 언제나 있었다.

"어짜피 같은 사람이 모이는 것 아니냐?" 이러한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 회의체계와 절차를 우습게 만들었다.

여러군데에서 들려오는 이야기(1번의 이야기대로면 들려오면 안되는 이야기들이다. 이는 역설적으로 비밀주의를 모든 구성원들이 즐기고(!) 있었다는 이야기로 해석될 수도 있다. "비밀이야"라고 하면서 이야기하는 이야기를 들을 때의 희열(!) -_-;; )를 종합해보면, 공개회의와 출동총회는 겹쳐서 진행되었고, 서로는 이해하고 있는 바가 달랐고(그러나 놀랍게도 이견은 없었고), 다른 이해의 정도를 조율하고자 하는 조치는 취해지지 않았다.
문서는 회의 이후 회수되었고, 문서를 본 사람들의 대답은 "별것이 없었다"는 것이었다.

당시 옆에서 들었던 느낌은 "준비가 안되고 허둥대는 지도부의 모습"이었다.

3.
지금도 예전 사무실이 있던 공덕동에서 최혁 선배가 하던 말이 기억난다.
"외국(이라크를 의미한다)에서 돌아와 봤더니 모두 갑자기 동문회, 동창회, 향우회를 다니고 있더라. 잘 이해 되지 않는다."
"나도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라고 답했던 것 같다.

당시 내 솔직한 느낌은 반반이었다.
"운동"을 한다는 명목으로 모든 사회생활을 끊고 다니는 모습이 좋지 않아 보였기에 출동멤버들의 모습은 다소 긍정적으로 보였던 것도 있었다.(지역, 지인과 친밀하지 못한 정치가 존재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속이 뻔이 보이는" 친목모임 참석으로 과연 얼마나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인가라는 물음, 그리고 보다 근본적으로 "진보정당"이 그런 건가?에 대해선 회의감이 들었다.

4.
나도 한때 출동멤버가 될 뻔 했다?
정확히 내 이름이 지목되면서 "동대문에 환경운동을 내용으로 출동에 참여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이 대목에서 나는 "소문 정치"에 혀를 내둘렀다. 그런 내용을 들은 바 없다고 이야기하면, "아직 전달이 안된 모양이다. 조만간 전달될 것이고 그러면 당연히 할 것이다"는 식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출동이 마무리 되는 순간까지도 이런 제안을 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_-;;

이런 헤프닝이 생긴 이유는 몇가지가 있을 텐데,
조직의 운영을 절차와 시스템으로 하지 않고 "소문"으로 해 온 운영방식의 문제가 하나이고(이는 실수가 아니라, 조직운영방식이었다. 소문을 통해 분위기를 조성해 놓고 - 마치 대세인냥 -  결정적인 시점에 사람을 설득하는 매우 이상한 조직운영방식이다.), 또 하나는 서로가 자신의 정보가 "최신", 그리고 "최고급"정보임을 과시하려는 과욕에서 나온 헤프닝이다.
"아직 전달이 안된 모양이다~~"로 시작하는 내용은 사실 "내가 너보다 더 고급정보를 알고 있고, 더 강력한 내공을 가진 사람이 너를 정리할 것이다."라는 내용을 함께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는 출동뿐만 아니라, 환경운동때문에 지역담당자를 만날때도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었다. 자신의 내용으로 정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중앙(혹은 더 높은 지위의 사람)에 의해 정리되는 운동. 이는 그토록 비판해 온 정파주의의 폐해가 아니던가?

헤프닝은 이렇게 마무리되었지만, 이후 소문의 출처를 찾아보려 했다. 근원도 알겸 책임도 물을 겸.
그러나 소문정치의 끝은 - 예상했던 것처럼 - "무책임한 정치"였다. 근원도 알 수 없고, 따라서 책임질 사람도 없는.... 답답할 따름이다.

5.
그리고 출동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또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공개된 형태의 출동총회가 있었다.
출동멤버는 아니었지만, 구경삼아 논의참여삼아 총회에 참석했다.

출동에 대한 다양한 평가가 있었지만, 대부분 출동을 해산하는데에는 동의했다.

모두가 결의에 차게 시작했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모두 해산에 동의했다.
조금은 당황스러웠다. 사실상 유명무실화 된 것이기에 더 이상 지속시키자는 데 동의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던 것은 당연하겠지만, 이처럼 간단한 문제라니...

나중에 생각해보니, 자신의 필요성과 결의가 아니라, 타인에 의해 혹은 조직에 의해 만들어진 결의가 얼마나 허망한 것인가를 잘 보여준 예가 아닌가한다.
소수의 중핵들은 자각하고 자신의 필요성으로 느꼈던 것이 사실이지만, 빈칸 채우기로 나선 많은 이들은 몇년이 지나 자신이 어느 지역 담당이었지도 기억하지 못할 정도가 되었고, 거대한 프로그램에 구체적인 시나리오가 없는 것이 얼마나 허약한지를 너무나도 잘 보여주었다.

6.
다시 대선이다.
2007년 대선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며, 자료를 보니 출동이 생각나 단상을 적는다.
2003년 대선평가토론 당시 발표하겠다고 약속한 글도 발표하지 못한 것이 지금 생각났다.
지금의 시점에서 다시 2002년을 평가해 볼까 하는 생각도 든다.

'원고 > 원고준비-좋은운동/싫은운동'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글 준비...  (1) 2007.02.09
몇가지 단상...  (0) 2007.01.29
'우리'에서 벗어나기.  (0) 2006.12.27
뛰어넘기 & 집중하기  (0) 2006.0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