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원고

요즘 청년환경센터는 반핵운동을 이렇게 하고 있습니다.

<청년환경센터 소식지(2007년 9월호) 원고>

요즘 센터는 반핵운동을 이렇게 하고 있습니다.

“청년환경센터는 주로 무슨 일을 하나요?”

누군가 이렇게 물으면 센터 상근자들뿐만 아니라 회원들도 대부분 “반핵운동을 주로 합니다.“라고 답할 것입니다. 센터에 있어 핵발전소, 핵폐기장 반대운동을 중심으로 한 반핵운동이 차지하는 비중이 이처럼 매우 큽니다.

하지만 반핵운동 가운데 주로 어떤 일을 하느냐고 물으면 담당자를 제외하고는 자신있게 이야기하기 어려운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는 그동안 센터가 ‘친절하게’ 활동을 설명하지 않은 것도 있고, 요즘 진행되고 있는 것들이 그리 대중적으로 설명되기 쉬운 것들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번 소식지 특집에서는 현재 청년환경센터가 진행하고 있는 반핵관련 업무를 간단히 정리해서 그 이해를 넓히고자 합니다.

2005년 방폐장 주민투표 이후

최근 우리나라 반핵운동의 큰 분기점을 찾으라면 누구나 “2005년 방폐장 주민투표"를 꼽을 것입니다. 2003년 부안군민들의 거대한 저항과 주민투표로 부안방폐장문제가 막을 내리고 2005년 정부는 ‘3000억원+알파’라는 재정적 지원책을 앞세워 금권-관권 선거 시비를 일으키며 주민투표를 강행하게 됩니다. 결국 2005년 11월 경주, 군산, 영덕, 포항 등 4개지역에서 진행된 주민투표에서 경주가 89.5%의 찬성율로 1위를 하면서 중저준위 방폐장으로 선정되게 됩니다.

‘한 번의 큰 승리와 한 번의 큰 패배’ 이후 반핵운동은 전환점을 맡게 됩니다. 과거의 선동중심의 캠페인 방식에 대한 반성, 지역주민과 환경단체들과의 관계에 대한 재정립 필요성, 핵발전 전체를 아우르는 정책적 접근의 필요성, 반핵운동의 의제 설정 방식에 대한 문제 등이 제기되었고, 이는 이후 활동으로 조금씩 드러나게 됩니다.

연대관계를 통해 본 청년환경센터의 반핵운동

노동조합과의 연대 -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

발전노조를 비롯 한국수력원자력노조, 가스공사노조 등 에너지관련 노동조합과 환경단체와의 연대는 발전노조파업을 계기로 제기되어 2004년부터 조금씩 진행되었습니다. 사실 핵발전소 노동조합과 반핵운동이 서로 연대를 모색한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낮설고 어려운 일입니다. 그러나 상호 교류와 연대활동을 통해 ‘불필요한 충동’을 줄이고 에너지 체제를 전환하자는 거대한 대의를 향해 맞춰가는 활동에 서로가 동의했기에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와 같은 노동조합-환경단체 연대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는 것입니다.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는 2005년 1년 프로젝트를 통해 에너지체제전환을 위한 공동 연구와 유럽 시찰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하였으며, 현재는 상호 이해를 위한 교육프로그램과 현안(공공부분 주식상장 문제 등)에 대한 공유 작업 등을 하고 있습니다.

지역주민, 환경단체들과의 연대 프로그램들 - 반핵국민행동, 국가에너지시민포럼

99년 활동을 시작한 이래, 청년환경센터는 반핵운동과 관련한 연대조직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왔습니다. 전국반핵운동본부, 한국반핵운동연대, 반핵국민행동 등 다양한 반핵운동연대체가 그때마다의 필요에 따라 만들어졌으며, 그중 가장 최근까지 활동을 한 것은 반핵국민행동입니다. 현재 청년환경센터 대표가 사무국장을 맡고 있기도 한 반핵국민행동은 부안투쟁과 방폐장 주민투표 대응을 중심으로 활동을 해 왔습니다. 현재는 반핵국민행동은 4개 핵발전소 지역주민과 환경단체들 간의 연락네트워크로서 위상을 바꾸어 사안에 따라 적극적인 지역과 단체를 묶어 보다 큰 활동으로 발전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바꿔 말하면 반핵국민행동이라는 이름을 적극적으로 드러내기보다는 ‘2006한일반핵포럼’, 고리1호기수명연장반대 문화제 - ‘즐거운 장례식’처럼 행사와 사안을 중심으로 네트워크를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한편 올해부터는 국가에너지위원회에 대응하는 연대체로 만들어져 청년환경센터가 공동사무국을 맡고 있습니다. ‘국가에너지시민포럼’이라 불리는 이 연대체는 대통령 직속으로 만들어져 에너지정책 전반을 결정하는 국가에너지위원회에 대응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환경단체와 노동조합 등이 처음 국가에너지위원회의 근거가 되는 ‘에너지기본법’을 재정을 주장하고 적극적인 활동을 펼친 덕택에 국가에너지위원회는 미약하나마 민간 측 위원이 참여할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또한 핵발전, 기후변화 등 주요 사회현안이 되고 있는 에너지문제뿐만 아니라, 자원개발, 에너지 정책 전체를 다루기 때문에 국가에너지위원회에 대한 모니터링과 정책 대응은 주요한 활동 중의 하나입니다. 아직은 구성초기라 국가에너지위원회나 국가에너지시민포럼 모두 제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으나 향후 적극적인 대응으로 그 중요성이 잘 대두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사안을 통해 본 청년환경센터의 반핵운동

고리1호기 수명연장 반대 문제

핵발전의 역사가 30년이 넘으면서 발전소의 노후화와 수명연장이 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부산청년환경센터를 중심으로 ‘30km'라는 공동대응을 위한 모임이 만들어지는가하면, 지난 6월에는 수명연장에 맞춰 ’즐거운 장례식‘이라는 문화행사도 진행하고 최근에는 국가인권위원회에 수명연장 문제를 제소하기도 하였습니다.

앞으로 12월 수명연장 발표를 앞두고 전열을 정비하고 이후에도 계속 이어질 다른 핵발전소 (월성 1호기, 고리 2호기 등)에 대한 대응 방안과 발전소 노후화에 대한 정책적 접근 및 지역주민에 대한 캠페인 등이 병행될 예정입니다.

반핵-에너지 문제의 확산, 기반을 확장하기 위한 활동들

2005년 주민투표 이후 반핵운동의 확산은 절대정명의 과제가 되었습니다. 이에 과거 해당지역주민들의 활동만을 주요 동력으로 찾던 방식에서 핵문제와 에너지문제 전반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인 활동을 벌이기 위한 이들을 찾는 활동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에너지문제를 주로 고민하는 대학생 모임을 만든다던가, ‘에너지대학 2007’과 같은 형식의 대중강좌를 여는 것, 인터넷 상의 뉴스 스크랩과 자료 수집을 통해 필요한 이들에게 자료가 공급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들은 모두 이러한 맥락에서 진행되는 일들입니다. 이러한 활동은 앞으로 더욱 크게 확장되어 ‘현안 중심 대응’ 뿐만 아니라 ‘저변을 확대해나가는’ 활동에도 청년환경센터가 중심에 설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반핵-평화를 위한 활동들

북한의 핵무기 실험 이후 한반도와 동북아를 비핵지대로 만들어야 한다는 흐름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일본의 로카쇼무라 핵재처리공장 가동과 국내의 재처리 관련 흐름들에 비춰 핵재처리에 대한 반대 흐름도 만들어져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에 청년환경센터도 적극 함께하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내의 단체뿐만 아니라, 동북아지역에 속한 다른 나라 활동가들의 교류를 통해 문제 해결책을 찾는 활동을 계속 벌이고 있습니다.

고준위핵폐기물 어떻게 할 것인가?

요즘 서울청년환경센터에서 가장 역점을 두고 하고 있는 반핵관련 사안은 단연 ‘고준위핵폐기물’문제입니다. 고준위핵폐기물은 중저준위핵폐기물과 달리 단지 ‘장소를 결정’하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고준위핵폐기물은 핵무기의 원료로 전용이 가능하고 아직 처분기술이 개발되지 않았기 때문에 처분여부, 처분 방식 등이 중요한 문제로 대두됩니다. 또한 경주 주민투표처럼 정부의 일방적인 주민투표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서는 안 되는 숙제 또한 갖고 있습니다. 따라서 다양한 요소들을 고려하면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방식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아직 정부 역시 개념을 정하는 단계에 머무르고 있으나 향후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어 또하나의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에 청년환경센터에서는 국가에너지시민포럼 등 네트워크를 통해 토론회 등을 열면서 문제의 심각성 인식을 확산하고, 공동대응 방안을 만드는 일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핵없는 세상을 위하여

핵발전소와 핵무기가 없는 세상을 현실에서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어렵고 중요한 일이기에 이 일의 가치는 더욱 빛나는 것이 아닌가합니다. 또한 현실에서 이 문제를 다루는 것은 ‘추상적인 선언이나 구호’로 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현실(핵발전으로 40%의 전력을 공급하는 현실, 아직도 수많은 핵무기가 나라별로 배치되어 있는 사실)’에서 시작하는 일입니다.

이러한 일들은 대중들의 거대한 지지를 받지 못할 지는 몰라도 반드시 필요한 일입니다. 또한 복잡하고 어렵더라도 더욱 많은 관심을 갖지 않으면 힘의 논리에 의해 정해지는 일들입니다. 이러한 활동을 하고 있는 청년환경센터에 더욱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