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당 대선토론회 토론문] 논의 방식부터 다시 시작해야할 2007년 대선

<사회당 대선토론회 토론문 / 2007.5.23.>

논의 방식부터 다시 시작해야할 2007년 대선

이헌석^[각주:1]

? 토론회를 4시간 가량 앞둔 23일 오후 3시까지 토론회의 기본 발제문이 도착하지 않았다.

? 그동안 2007년 대선과 관련한 본격적인 논의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처음 이야기를 시작하는 자리인 오늘의 대선토론회의 위상을 고려할 때, - 사실상 대선에 대한 첫 번째 문건이 될 발제문이 아직 도착하지 않은 일은 당을 둘러싼 현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예가 될 것이다.

? 많은 대선주자들이 이미 출마를 선언했거나 출마를 향한 발걸음을 상당히 오래 전에 시작하고 있으며, 심지어 2008년 4월에 이루어지는 총선과 관련해서도 많은 이들이 본격적인 준비들에 들어가 있는 상황에서 2006년 10월 당 대회 이후 진척되지 않고 있는^[각주:2] 대선 논의는 단지 걱정을 넘어 심각함으로 다가온다.

? 한편 본인은 현재 당에 직접적으로 몸을 담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당의 이후 전망, 혹은 그와 비슷한 비중으로 다가올 수 밖에 없는 2007년 대선에 대해 언급하는데 많은 부담을 느끼고 있다. 더구나 ‘책임진다는 것은 구체적으로 일을 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팽배한 당의 현실에서 외각의 시각만을 갖고 ‘토론자’로 나선다는 것은 적지 않은 부담감으로 다가온다.

? 그러나 2002년 대선과 독립좌파사태이후 당의 모습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개적인 자리에서 풀어놓는 것 또한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이에 2007년 대선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풀어보려고 한다.

잘못끼워진 단추 - 대선논의

? 대선방침에 대한 그동안의 논의는 미래전략기획단의 논의로 거슬러 올라간다.

? 당시 미래전략기획단은 ‘사회적 공화주의’와 ‘제7공화국수립’을 중심으로 한 대선 참여를 의견으로 제시했으며, 이후 전략과 관련해서는 4월 조기 전당대회를 중심으로 하는 일련의 활동으로 계획을 맞추고 있다.^[각주:3]

<미래전략기획단의 29차 중앙위원회 보고서(2006.9.24.)>

과제와 전략 중 정치방침(본 보고서)

- 사회적 공화주의에 입각한 제7공화국의 수립을 목표로 하여 대선과 총선에서 적극적인 대중 정치 운동을 수행한다.

노동조합운동과 당(별첨 보고서)

- 1시기 : 정책적 마인드 확립기(～07년 4월까지) / - 2시기 : 일상적 소통 구조의 확보(07년 4월～10월사이) / - 3시기 : 희망사회당으로의 적극적 견인기(07년 10월～08년 4월) / - 4시기 : 일상적 토대 구축기(08년 4월이후～)

언론홍보계획안(별첨 보고서)

1단계(현재 ~ 조기 전당 대회) / 2단계(조기 전당 대회 ~ 대선 D-100) / 3단계(대선 D-100 ~ 대선) / 4단계(대선 이후 ~ 2008년 총선)

? 십분 양보해 당대표의 업무공백, 신임지도부 취임으로 인한 업무 인수인계 등을 아무리 고려한다 할지라도 2007년 5월말이 된 지금 현재의 ‘대선방침 없음’은 납득하기 어렵다.

? 이에 대한 지도부의 납득할 만한 평가와 이후 계획이 제출되어야 할 것이다.

대선의 과제와 목표 - 대선에서의 0.09%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1997년 대선결과 : 김대중(10,326,275표-39.7%) / 이회창(9,935,718표-38.2%) / 이인제(4,925,591표-18.9%) / 권영길(306,026표-1.2%) / 신정일(61,056표-0.23%) / 김한식(48,717표-0.19%) / 허경영(39,055표-0.15%)

2002년 대선 결과 : 노무현(12,014,277표-48.5%) / 이회창(11,443,297표-46.2%) / 권영길(957,148표-3.9%) / 이한동(74,027표-0.30%) / 김길수(51,104표-0.20%) / 김영규(22,063표-0.09%)

? 우리는 지난 2002년 대선에서 ‘돈세상 뒤엎어라!’라는 슬로건으로 0.09%의 표를 얻는 대선을 치룬바 있다. 선거이후 우리의 2만2천표와 ‘불심으로 대동단결!’이란 슬로건으로 나온 김길수 후보의 5만1천표는 많은 이들의 인구에 회자되었다.

? 선거의 의미와 목표를 떠나 선거라는 공간은 득표율을 통해 검증받는 자리이다. 이것을 조직내적의미로 승화시키거나 선명한 슬로건을 통해 우리는 각인시키는 따위의 일들은 그 이후의 문제이다.

? 이러한 측면에서 2007년 대선의 목표는 매우 정밀하게 다시 설명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 아직 대선 기획단(혹은 지도부)를 중심으로 올해 2007년 대선의 목표에 대해 들은바 없기에 어떻게 내용을 잡고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기본 내용을 중심으로 대선 목표 상정의 원칙을 잡는다면 대략 다음과 같을 것이다.

1) “(별 다른 근거없이) 정당이 대선을 건너뛰어서는 안 된다”는 당위론으로 접근하는 선거는 그만했으면 한다.

2) 조직내적 목표를 위한 선거참여라면 구체적인 조직 내적 목표에 대한 공유가 있어야 한다.

3) 2007년 대선이 중심이 아니라 2008년 총선 이후까지를 바라보는 당의 재편전략과 맞물려야 한다.

4) 1~3의 전제와 함께 기존에 사용했던 방식이 아닌 새로운 방식의 큰 틀짜기^[각주:4]가 필요한 때이다.

? 여러 가지 내용 중 1)의 상황이 가장 최악일 것이다. 이러한 논리가 다시 고개를 내민다면, 나는 솔직히 “2002년 대선 때 사용했던 8억을 나눔사업의 일환으로 2만2천명(이 숫자는 당시 우리에게 표를 찍었던 사람 숫자이다!) 에게 각자 4만원씩 지원할 것”을 제안하고 싶다. 그것이 대중적 파급력, 조직내적 목표, 이후 대선을 향한 발걸음에서 1)의 선택보다 훨씬 나을 것이다.

? 물론 1)의 경우에도 근거에 대한 판단 차이는 다양할 수 있다. 하지만 대선 참여의 근거는 조직 내적뿐만 아니라, 조직 외적으로도 충분히 납득될 때만 근거로서 의미를 가진다. 조직 외적으로는 한국사회를 향한 우리의 해법을 알리는 것이겠지만, 조직 내적으로 2008년 총선을 관통하는 우리의 조직적 과제를 풀어나가는 방식이 되어야 할 것이다.

대선을 중심으로 한 논의 방식에 대한 생각

? 대선에 대한 논의는 - 당연하게도 - 당원들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논의되어야 한다.

? 특히 현재와 같이 당력의 약화와 당원과 당조직의 소통약화가 언급되고 있는 시점에서 그 방식은 매우 풍부하고 면밀하게 진행되어야 한다.

? 그러나 현재의 대선논의는 안타깝게도 이에 훨씬 못미치고 있다. 과거 우리는 2002년 독립좌파사태와 당대표 선거를 통해 기층 당원으로부터 다양한 이야기를 모으고 논의를 촉발시킨 경험을 갖고 있다.

? 이에 비해 2007년의 대선논의는 이러한 과거 경험을 뒤로 돌리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상층 결정’ - ‘(풍부하지 못한 토론 이후)집행부 집행’ - ‘당원의 암묵적 동의’는 지금까지 당의 풍부함을 가로막는 문제임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 이에 가장 안타까운 것은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대선이 6-7개월 정도 남은 상황에서 얼마나 풍부한 논의가 될 수 있을 지 장담할 수는 없으나, 현 시점에서의 문제는 ‘대선의 여부’과 ‘대선 방법론’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당 내외를 추스르는 것임을 명확히 인지하고, 이를 중심으로 지도부의 결단이 있었으면 한다.

2007년 대선 - 한국좌파운동의 발전을 위한 해법필요

? 2007년 대선은 그 이전의 대통령선거와 달리 한국좌파에게는 갈림길을 제공할 것이다.

? 현실적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는 민주노동당과의 실천적-사상적 차별점을 제대로 부각시키지 못한 채 전통적 ‘골방 스타일’의 비판으로는 이제 한계에 부딪힐 것이기 때문이다.

? 이미 90년대 시민운동의 급격한 부상이후 내용적인 특면에서 좌파의 독자성을 많이 훼손되어 온 것이 현실이다.(노동운동의 이슈를 제외하고 한국의 좌파가 틀어쥐고 있는 한국사회에서의 이슈가 얼마나 되는지를 생각해보아라!)

? 이러한 상황에서 2007년 대선과 이후 운동지형의 변화는 단지 ‘사회당’에만 국한되지 않을 것이다.

? 이에 2002년 대선때 채택했던 ‘독립좌파’나 과거 계속 반복해오던 ‘(상층지도부 중심의) 선좌파결집론’과 같은 이미 폐기된 담론이 아니라, 좌파의 상상력과 실력을 기를 수 있는 다양한 정치세력들과의 직접적이고 헌신적인 연대운동의 기풍을 다시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 민족주의와 자본주의에 대항해 싸워오고 있는 한국의 좌파는 과거 언급한 이들이외에도 얼마든지 있다. 아직 제대로 세력화 되지 못해 한국에서 시민권을 획득하지 못한 것은 그들이나 우리 당의 모습이나 별반 차이가 없다.

? 오히려 중요한 것은 헌신적인 실천력과 (상층중심의 연합이 아니라) 기층을 중심으로 한 풍부한 연대운동의 기풍을 만드는 것이 아닌가 한다.

? 이러한 중심에 사회당이 바로 섰으면 하며, 2007년과 2008년 대선과 총선은 한국좌파운동의 큰 판을 새로 짜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1. 토론회 선전용 웹자보에는 ‘청년환경센터 대표’로 이름이 나갔던 모양이다. 본 발표문은 청년환경센터는 물론이고, 본인이 소속되어 있는 당 정책위원회와도 전혀 교감이 없었던 내용이다. 따라서 청년환경센터 대표 자격으로 토론에 임하는 것이 아님을 밝힌다. [본문으로]
2. 다시 언급하겠지만, 2006년 전당대회 이전 많은 이들은 - 공식적인 통로를 통해 - ‘조기전당대회’를 이야기했던 것을 기억하자. 조기전당대회 무산의 이유와 무관하게 5월말이 지난 현재 대선에 대한 본격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간과할 수 없는 문제이다. [본문으로]
3. 이에 대해 미래전략기회단의 문서는 그냥 ‘안’에 불과하는 것이라고 치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이후 ‘조기전당대회론’이 사라지는 경위와 맞물려 생각하면 쉽게 이해된다. 이후 당대표의 건강상 문제와 맞물려 - 마치 ‘조기전당대회론’은 애초 없었던 것처럼 사라져버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앙위원회를 통해 보고되고 이후 ‘조기전당대회론’을 중심으로 당이 움직여 왔음을 생각할 때 이러한 평가는 옮지 않다. 문제는 계획을 책임있게 집행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공식적으로 당의 방향을 언급하지 않음‘과 ’(공식적으로 이야기한 적 없으므로) 별다른 부담없이 방침을 손쉽게 바꿈‘의 악순환은 현재 당이 넘어야할 과제 중의 하나이다. [본문으로]
4. 새로운 방식에 대해선 구두로 이야기하겠습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