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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문 - 제주 난산 풍력 문제의 교훈

지난달에 있었던 토론회에서 발표한 토론문이다.
다른 사람들의 발제문 등 전체 목차는 다음 링크를 참조.
http://eco-center.org/bbs/zboard.php?id=energypds&no=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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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력발전을 둘러싼 쟁점과 의견 - 토론문>

제주 난산 풍력 문제의 교훈

이헌석(청년환경센터 대표)

1. 반핵운동가로서의 당황스러움 - 풍력발전 지역갈등

? 핵발전소/핵폐기장 건설 반대와 재생에너지 공급확대를 슬로건으로 반핵운동을 해 오던 이들이 지역주민들로부터 풍력발전소 건설 반대라는 구호를 듣는 것은 당황스러운 일이다.

? 지역주민운동을 주도했던 영농조합 대표가 구속되고, 지역서명운동, 시위와 인터넷 홍보 등이 계속되는 광경은 대부분의 핵발전소/폐기장 반대운동에서 보이던 모습이다.

? 특히 환경단체와 지역주민들이 그동안 핵발전소/폐기장 건설 문제에서 제기해 온 문제들 - 환경적 피해 문제에 대한 과학적 논쟁, 발전사업자의 위법행위, 그리고 강제집행과정에서의 충돌 등은 각 사안의 옳고 그름을 떠나 난산문제를 단지 님비문제라고 치부해 버릴 수 없는 복잡성을 안고 있다.

? 향후 풍력발전을 비롯하여 태양광, 지열, 조력, 바이오에너지 등 다양한 재생에너지들이 도입되는 것을 고려할 때 난산문제가 갖고 있는 일반성과 특수성은 깊게 살펴보아야 할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2. 상황 인식 : 제주 난산 풍력 문제

? 사고의 위험성, 가동 시 환경적 피해, 부산물(폐기물)의 처리, 송전에서의 문제 등 다양한 문제를 갖고 있는 거대발전소(핵발전소, 화력발전소 등)를 풍력발전소와 비교하는 것은 적절치 않을 것이다.

? 그러나 발전소 건설의 절차적인 문제를 중심으로 살펴본다면 거대발전소 반대운동과 제주난산문제는 비교할 지점을 많이 갖고 있다.

? 결론부터 말하면 제주 난산의 사례는 해당 주민들의 뒤늦은 상황인식, 발전사업자의 지역친화력 부족, 제도적 미비, 그리고 환경단체에서 조차 재생에너지 발전을 통해 들어날 문제점을 짚어보지 못한 과오 - 이 네 박자가 잘 들어맞은 안타까운 사례가 아닌가 한다.

? 이러한 측면에서 제주 난산 문제를 몇 가지로 나눠 살펴보겠다.

<주민들의 뒤늦은 상황인식>

? 일반적으로 거대 발전소의 경우, 지역주민들이 발전소 건설을 인지하지 못하는 예는 찾기 힘들다. 법적으로 공청회들이 강제되어 있기도 하지만, 수많은 반대 투쟁 등으로 인한 사회적 학습효과에 의해 부지매입, 전력수급계획수립 등 여러 단계에서 발전소 건설이후의 상황을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 따라서 대부분의 경우 쟁점은 발전소가 건설될 줄 몰랐다가 아니라, 이미 짜여진 계획에 끼워 맞추기 식으로 진행되는 설명회, 공청회가 문제시 된다. 즉 언제 지역주민들이 관련 사항은 인지하게 되었는가가 쟁점이다.

? 그러나 제주난산의 경우 발전소 건설이 상당부분 진행될 때까지 지역주민들이 상황을 정확히 인식하지 못한 듯싶다.

? 뒤늦은 문제제기는 제주난산문제를 해결하기 힘든 수렁으로 몰아넣었다. 사업비 투자로 인한 각종 손실, 이후 재생에너지 확대에 대한 불안감 등은 제주문제를 어렵게 만들었다.

<발전사업자의 지역친화력 부족>

? 다음으로 발전사업자의 Risk 관리 실패를 꼽지 않을 수 없다.

? 발제문을 비롯하여 여러 가지 자료에서 발전사업자는 지역주민들과 대화의 노력을 했다고 이야기하고 있으나, 결론적으로 총 공사비 300억짜리 사업이 어려움에 처하는 결과를 낳게 되었다.

? 이는 다른 발전사업자의 경우에는 매우 일반적인 일이다.

? 구 한전을 비롯하여, 한국수력원자력 등 거대발전사업자들에게 있어 지역주민, 환경단체들과의 대화노력은 그 진실성 여부와 상관없이 중요한 변수로 이미 작용하고 있다.

? 이는 경영차원에서 바라보면 Risk Management이며, 생태주의적 관점에서 바라보면 지역친화적, 지역자립적 에너지원 수립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 특히 지역영농조합 대표가 구속되고 제주도민들의 지역민심을 자극할 수 있는 외부 용역 투입과 같은 일들이 벌어지는 것은 제주 난산문제를 더욱 악화시키는 매개 고리가 되었다.

? 향후 발전사업자의 대화의지와 지역화합노력은 난산지역뿐만 아니라, 제주지역 전체에 있어 매우 중요한 키워드가 되어야 할 것이며, 그렇지 않을 경우 다른 발전사업자처럼 더욱 큰 비용을 부담해야 할 것이다.

<제도의 미비와 환경단체의 일관된 기준 마련 실패>

? 사실 제주 난산 문제의 가장 큰 문제 지점은 제도의 미비점이다.

? 단지 발전사업자와 지역주민의 자발적인 대화 노력에 문제를 맡기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 이번 문제를 계기로 들어난 것처럼 기존 거대 발전소 위주의 제도가 아닌 풍력발전의 특성과 규모에 맞는 새로운 기존이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 지역주민의 범위, 발전기 소음, 경관, 저주파, 얼음문제, 조류 피해, 빛 반사와 그림자 등 해외사례를 통해 문제가 되었던 것들을 총괄하여 새로운 기준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 이러한 노력에는 환경단체들의 몫이 필요하다.

? 그동안 거대발전소 반대운동의 대안으로 재생에너지 보급을 주장해 온 만큼 환경단체들이 앞장서서 재생에너지 보급에 걸림돌이 될 사안을 보완하고 제도화해야 할 것이다.

? 이러한 원칙에는 당연히 생태주의적 원칙이 견지되어야 할 것이다. 환경단체가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는 재생에너지 보급을 위해 뜻을 같이 하지만, 산업적 가치를 높게 보는 발전사업자와 달리 환경단체는 생태주의적 시각에서 기준을 높게 마련해야 할 것이다.

? 이는 단기적으로 재생에너지 보급에 걸림돌이 되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제도의 틀이 잡히면 오히려 재생에너지 보급에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 한편 환경단체의 역할로 지역주민들과의 연결고리가 되어야 할 것이다.

? 그동안 거대발전소 반대운동을 위해 지역주민들을 만나왔던 것처럼 재생에너지 보급과 생태적 안정화를 위해 환경단체들의 몫은 더욱 넓어지게 될 것이다.

? 특히 현행처럼 제도가 안정화되기 이전에는 언제든지 제2, 제3의 제주 난산 문제가 불거질 것이 분명한 만큼 이에 대한 준비 역시 환경단체의 몫이 아닌가한다.

3. 소결 : 제주 난산문제의 교훈.

? 제주 난산문제로부터 얻을 수 있는 교훈을 다시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 첫째, 에너지문제 해결에 있어 민주주의 문제를 다시 한 번 돌이켜 보게 된다.

- 에너지 문제는 과학기술적 해법만으로 되는 것이 결코 아니다.

- 친환경적 기술을 채택하고 결정해가는 민중들의 선택과 노력이 없다면 피크오일과 핵발전위주의 에너지정책을 극복할 방안은 만들어지지 않을 것이다.

- 이러한 측면에서 제주 난산 문제는 한국사회에서 그동안 깊게 고민해 보지 못했던 에너지 민주주의의 문제를 제기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 둘째, 지역에너지자립이라는 원칙 실현에서 필요한 법률-제도적 보완점을 찾게 되었다.

- 지역에너지자립이라는 큰 원칙은 환경단체의 대표적 주장이었다.

- 그러나 제주 난산에서 들어난 것처럼 현실에서는 많은 충돌지점은 내포하고 있다.

- 이러한 문제는 끊임없는 시행착오를 통해서만 거둘 수 있는 것이며, 제주 난산 문제는 이러한 시행착오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 지역에너지자립이라는 큰 원칙에 대한 보다 풍부한 고민과 실제사례를 통해 에너지 자립을 실현할 수 있는 계기를 제주 난산 문제는 제시하고 있다.

? 셋째, 생태주의의 원칙을 과거보다 더욱 풍부하게 고민하게 되었다.

- 단지 폐기물, 배출가스를 만들지 않는다고 해서 생태적인 에너지원이 될 수 없다.

- 그동안 문제제기되었던 풍력의 문제 중 저주파, 그림자, 경관문제 등은 그동안 환경단체 내부에서도 깊게 고민해 본 주제가 아니었다.

- 이러한 고민들은 앞으로 더욱 깊어져야 할 것이며, 제주 난산문제는 새로운 문제제기를 함으로써 향후 환경운동과 생태주의 심화에 큰 영향을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