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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진보정당의 가능성과 과제

2008.10.22

<진보신당 평가토론회 : 진보정당의 분화과정에 대한 평가와 새로운 진보정당의 가능성 토론문>

 

새로운 진보정당의 가능성과 과제

 

이헌석(청년환경센터)

 

○ 토론회가 크게 두 가지 축(진보정당 분화과정 평가와 새로운 진보정당의 가능성)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것을 알고 있다. 이 중 첫 번째 사안(분화과정 평가)에 대해서는 자세한 내용을 알고 있지도 않으며, 내 스스로 평가할 만한 위치에 있지도 않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두 번째 내용(새로운 진보정당의 가능성)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려고 한다.

 

새로운 진보정당의 가능성 그리고 한계

○ 현재의 진보신당의 구성에서 새로운 진보정당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을까?

○ 촛불 국면, 소위 ‘지못미’ 당원들의 급속한 증가는 이러한 가능성을 찾을 수 있는 최소한의 실마리를 제공한 것은 사실이다. 전통적인 운동진영들이 중심이 된 정당에서 새로운 - 그리고 자유분방한 - 사람들이 당의 한쪽을 매우고 있는 측면은 새로운 돌파구를 열어가야 하는 지금의 시점에서 분명한 자극제일 것이다.

 

○ 그러나 문제는 그 다음이다. 새로운 얼굴들이 대거 당원으로 가입한 것은 사실이지만, 당내 주요한 사업의 기획-집행 역량은 과거 민주노동당 시절에 비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이는 단지 국회의원확보 등 현실 정치영역에서의 역량 문제도 있을 수 있지만, 이것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몇 가지 문제들이 있는 듯 하다.

 

- 첫째, 평등, 생태, 평화, 연대라는 4가지 가치는 처음 당을 만들 때부터 강조해 오던 것이기는 하나, 개념적으로 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 당의 이미지를 만들어가는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 이는 아직 당의 상태가 '아직 당을 만들어가고 있는 도중'이라는 측면을 고려한다 할 지라도 심각하다. 과거 민주노동당 시절 당내에서 '노동'과 '농민'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을 무시할수 없었던 것처럼 현재의 진보신당에서 이들 가치는 더욱 구체좌되고 실제 당 안팎으로 진보신당을 설명할 수 있는 기재가 되어야 할 것이다.

- 특히 이들 가치가 전통적인 운동진영이 표방해 온 가치 표현을 넘어 보수진영에 의해 전용되고 있는 - 따라서 보기에 따라서는 식상하게 보일 수도 있는 개념들이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현재와 같이 '선언'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당의 구호는 더욱 심각할 것이다.(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 선언이나, 한나라당의 '한반도 평화'구호를 생각해보라!)

- 또한 이들 가치는 현재 당의 안팎에서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되고 있는 '몇몇 명망성 있는 인사들의 당내 비중'을 낮추는데도 큰 역할을 할 것이다. 초창기 당 구성에 있어 명망성 있는 인사들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특히 촛불 국면에서 대중적 영향력을 가진 인사들의 당원 모집효과는 당에 큰 활력을 가져다 준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 역할은 거기까지이다. 인물을 중심으로 한 정치는 우리나라 정치사적 측면에서도 극복대상이며, 진보정당에 있어서는 더욱 그러할 것이다. 가치를 중심으로 당을 다시금 묶어 세우지 않는다면, 자발적으로 모인 이들의 이탈은 매우 당연한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 둘째, 진보정당의 당내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 어느 때보다 다양한 경험을 했던 이들이 모여있는 공간이 진보신당이다.

- 현재 진보신당의 중심 공감대는 민노당 때의 경험, 촛불집회 정도이지 않을까한다. 현재의 당구성을 놓고보았을 때 전자의 경험은 소수의 경험이고, 후자는 너무나 약한 (혹은 매우 광범위한) 경험이다. 당내 공감대란 때로는 문화적인 것일 수도 있고, 때로는 정치적인 것일 수도 있다. 또한 당의 역사적 흐름을 통해 만들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의 당내 상황은 너무나(!) 이질적인 이들의 동거라고 볼 수 있다.

- 물론 이것을 갖고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1년된 정당에서 이러한 경험을 만들어가기는 쉽지 않은 일일테니까. 하지만, 현재의 상태라면 앞으로도 당내 공감대를 형성해가기는 쉽지 않을 것같은 우려감이 있다.

- 이는 바꿤라하면 대중적 공감대를 형성해 가는 진보정당의 모습으로 이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때에 따라서는 투쟁의 현장에서 진보정당의 깃발이 흩날리는 것일 수도 있지만, 그보다 내가 접하고 있는 생활 근거지에서 진보정당의 모습을 확인하는 것이 더욱 큰 영향력을 미칠 것이다.

 

- 셋째, 새로운 연대를 위한 중심역할이 필요하다. 이는 발제문 중 '진보적 중심형성론'과는 조금 다를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정당과는 다른 형태로 구성, 운영되고 있는 노동조합 등 대중조직과 시민단체 등 당의 외각을 염두해 둔 역할이다.

- 과거 민노당 시절, 민노당과 시민단체의 역할은 가깝고도 먼 관계였다.(!) 2004년 국회진출이전까지 시민단체의 거리두기 전략을 생각했을 때 이들관계는 먼관계이고, 2004년 국회 진출이후 시민단체와 긴밀한 사업들을 벌였던 모습들이 가까운 관계일 것이다.

- 사실 전통적 시민단체의 입장에서 정당은 '이용할 대상'이다. 때로는 정치적 색깔과 무관하게 보이기도 하고, 때로는 정치적 입장을 공유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전통적 시민단체들이 자신의 편의에 따라 정당을 이용해 왔기 때문이다. (더 극단적으로 이야기한다면, 자료 수집처, 이슈를 함께 부각시키는 업무파트너 정도의 표현이 적절하다고 생각될 정도이다.)

- 이러한 시민단체의 관점이 적절할 지와 무관하게 정당의 입장에서 본다면, 이는 역으로 매우 적극적으로 이용가능한 수단이 될 것이다. 즉 시민단체와의 적절한 관계 - 마찬가지로 가깝고도 먼 관계 형성 - 을 통해 현재 진보정당운동이 부족한 측면을 보충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특히 진보신당과 같이 신생정당, 원외 정당이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 수 있다면, 이는 진보정당 역사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굴하게 될 것이다.

 

정책정당의 가능성과 새로운 문화 창출의 가능성

- 나는 진보정당은 정책정당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는 당위론적 차원이 아니라, 한국에서 존재하지 않는 - 그러나 한국정치사를 개척해 나가는 의미에서 정책정당이어야 한다고 본다.

- 한국의 정당 질서에서 정책정당은 성공하기 힘들다. 거의 모든 조직질서는 내용보다는 '인적, 조직적 질서'가 우선하고, 정책은 그에 따라 오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선거판에서 한번도 정책이 쟁점화 되어 본적이 없고, 선거에서 정책을 이야기하면 '똑똑한 후보'로 불릴지는 몰라도 '표'로는 연결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보정당은 정책 역량을 강화하고 이를 실제 정책에 반영시키기 위한 노력을 기우려야 할 것이다. 이는 당장 권력을 잡지 못하더라도 미래 권력 쟁취를 준비하는 의미도 있을 것이고, 우리 사회가 그동안 고민하지 못한 정책적 비젼을 제시하는 의미를 지닐 것이다.

- 이러한 측면에서 정책 정당의 기획은 과거 운동진영의 '이벤트성 기획'을 뛰어넘었으면 한다. 하나의 문제를 설명하고 이를 설득하는데 있어 다양한 '이벤트(혹은 퍼포먼스)'는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그 때'뿐이고 세상을 바꾸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 정책정당으로서 진보정당은 보다 먼 시야를 갖고 사회 근저를 바꾸기 위한 노력들과 이를 뒷받침 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여야 할 것이다.

 

- 또한 새롭게 구성되는 진보정당은 새로운 문화를 만들 수 있었으면 한다.

- 정책마련을 통해 법-제도는 바꿀 수 있을 지라도 이것으로는 불가능한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전통적 운동진영의 경직된 분위기, 남성중심, 연령우선, 양성회운선, 비장애 우선, 인간중심적 분위기들은 법-제도로는 설명되지 못할 무엇이며, 이는 나를 포함한 운동진영의 숙제이기도 하다.

- 우리가 꿈꾸는 미래사회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 할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서의 진보정당이 재편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