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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의 대선을 바라보면서 느낀 씁씁함 1 - 정책역량과 지도부의 의지

0.

오늘 대선시민연대 참가단체들이 주최하는 "6대개발공사 개혁"에 관한 토론회에 토론자로 참석하고 돌아왔습니다. 6대개발공사와 관련한 문제는 몇 달전 당의 대선정책팀이 관련 문제로 저에게 몇차례 조언을 구하던 주제이기도 합니다. 사실 당의 태도와 이 주제를 생각하면 조금은 답답하고 조금은 짜증스러웠습니다.(자세한 이야기는 조금 뒤에 자세히 쓰겠습니다.)

이 주제가 아니더라도 요즘 당의 대선과 관련해 이번만큼은 꼭 이야기를 했으면 하는 주제들이 있어 글을 씁니다.(그리고 그냥 말로만 이야기해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기록을 남겨놓고 싶어서 글을 씁니다.)

1.

앞서 언급한 것처럼 당은 그동안 토공, 주공, 도공 등 주요 6대 개발공사에 대한 문제제기를 수차례 검토했습니다. 이를 "사회적공화주의"와 "생태국가"라는 담론으로 연결지으려고 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선거를 60여일도 남겨놓고 있지 않은 지금 생태국가와 관련한 사업은 "보이지 않습니다." 내부적으로 준비가 되고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외부에서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습니다.

이러한 것은 비단 "개발공사"와 관련한 일들뿐이 아닙니다.

올해 설부터 논의가 되어 중집위를 비롯 각종 골간라인에서 주요 사업으로 이야기되던 "고속도로 요금문제"는 이제 어디로 갔는지 찾아보기도 힘듭니다. 얼마전 다시 추석연휴에 어느 당원이 고속도로 요금 문제에 대한 기사를 퍼 오면서 "저작권을 주장해야 하는 것이니냐"는 농담반 진담반 글을 쓴 것을 보면서 조금은 황당하기도하고 씁씁하기도 한 생각을 지울수도 없었습니다. 도로공사 노조원들에게 수모를 당하면서까지 시위를 했던 것은 정말로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고 있는 느낌입니다.

이 외에도 아토피 관련 지역운동 문의, 생태교육관련 문의, 관악산관통도로 관련 문의 등 중앙당 환경정책위원이기때문에 혹은 개인적 친분때문에 많은 문의들이 옵니다. 심지어는 "왜 당신이 속한 조직에선 이런 걸 하지 않습니까?"라는 질타아닌 질타도 많이 받았습니다. 하지만 매번 저의 대답은 거의 한결 같았습니다.(질문하신 분들은 아실겁니다.)

"그렇게 한번의 이벤트로 할 내용이 아닙니다."

2.

지난 2002년 독립좌파 사태를 거치면서 당운동 내부의 운동작풍에 대한 많은 이야기들이 오고 갔습니다.  가장 큰 것은 민주적 운영에 대한 것이었지만, 한쪽 측면에선 "이벤트성 사업태도"에 대한 것이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5년이 지난 지금, 저의 느낌으로는 별로 달라진 것을 느끼지 못하겠습니다. 아직도 당 주위에는 운동을 이벤트성 행사를 통해서 표현하려는 태도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이벤트는 그리 오랫동안 진행되지도 않습니다.


한 두번의 강렬한 액션.


그리고는 끝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끝나는 것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붙는 경우가 많습니다. "조직적 역량이 안되기 때문에", "어짜피 우리가 만들어 놓으면 누군가 가져간다,", "우리는 당(!)이다.(시민단체가 아니다.)", "선거때문에 바빠서(!)"....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러한 사업작풍으로는 단 발자국도 앞으로 나갈 수 없다는 것입니다.

3.

이와 관련해 저는 그동안 당에 여러가지 통로를 통해 안정적인 정책단위의 필요성을 주장해 왔습니다. 정책 관련 실무자하나 없이 몇년을 지속하고 있는 정책위, 정보가 없으니 정보를 달라고 했다가 정보를 주면 너무 많아서 정리해 달라고 하고, 그걸 다시 정리해주면 정책을 써달라는 식의 막무가내식 사업 추진.

이러한 것을 10년 가까이 겪어온 "만년 정책위원"(저는 청년진보당 시절부터 환경정책위원을 하고 있습니다.) 의 입장에선 매번 선거때마다 새로 들어오는(그리고 선거가 끝나면 나갈) 정책 신참에서 단어의 뜻부터 다시 이야기하는 일에 지쳐가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왜 요즘 당의 적극적으로 선거에 참여하지 않는냐고 물어보더군요. 그러면 저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더 이상 똑같은 일을 10년간 반복하고 싶지 않아서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경정책과 관련한 일이 있으면 많은 조언을 해 주는 데 시간을 아끼지 않고 일을 진행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정책과 관련한 이러한 충돌이 생길 때면 "내가 괜한 짓을 하고 있구나"는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는 것이 일선에서 느끼는 감정입니다.

4.

이러한 상황에 대한 문제해결책은 "지도부의 판단"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당은 그동안 암묵적으로 정책라인에 대해 소홀히 해온 점이 있습니다. 심지어 많은 간부들조차 "정책"과 "맑스주의 원전읽기"같은 교양사업을 혼동하는 경우도 많으며, 국가의 정책을 움직이기 위한 일들에 많은 투자를 하지 않았습니다.

안정적인 당 상근인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정책라인 뿐만 아니라 모든 부분이 마찬가지이지만, 중앙당의 상근인력이 20여명일때나, 5명일때나 정책관련 부서에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선거때만 되면 인력이 충원되었다가 선거가 끝나면 빠져나가기를 10년째 반복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일들을 그냥 "당의 역량"이나 "독립좌파사태"와 같은 상황 논리로 이야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습니다. 우리가 조직력이 약하며, 한국의 선거를 조직선거에서 정책선거로 바꿔야 한다는 것은 거의 상식에 가까운 일이지 않습니까?

하지만 우리에게 이러한 일들은 아직 요원한 일인 듯합니다.

이번 선거가 끝나면 어떻게 될지 두고 볼 일이지만, 정책적 투자를 얼마나 할지는 분명히 - 인사권을 갖고 있는 - "지도부의 의지"와 관련된 일이며, 이를 믿고 당원들이 함께 가는 것입니다.

5.

선거가 60여일도 남지 않았습니다.

"사회적 공화주의"라는 말 이외에는 당의 정책을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생태국가와 관련한 정책초안에 대해 의견을 주긴 했습니다만 의견첨삭후 완안을 보지 못했습니다. 나머지 부분은 마찬가지입니다.) (혹시 이런 글을 쓰면 메일로 보내주겠다는 "친절한 분"이 계십니다. 위의 말이 제가 정책을 보지 못했다는 말이 아니라, 공개되지 않았다는 말이라는 점 이해 바랍니다.)

올해 초반부터 많은 회의를 통해 이야기되던 "진보적 사회경제 대안모델" 프로젝트는 결론을 내렸는지 알수 없고 - 당에서 하는 거의 최초의 프로젝트인 이 프로젝트를 둘러싼 의미 부여는 요란했습니다. 그러나 중간보고 이후 발표 시한이 지났지만 결과는 알 수 없습니다. - 사회비판아카데미와 함께 하고 있는 발표회는 당의 정책인지 발표자 개인의 생각인지 알 수 없습니다. 흔히 당의 행사라고 해도 당의 직함이 없는 개별 발표자의 생각은 당의 입장과 다른 것이 보통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책선거"로서의 2007년 대선에 대해 현재의 지도부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6.

2007년 대선을 보면 씁씁함을 지울 수 없습니다.

이는 당을 중심으로 한 것뿐만 아니라 2007년 대선이 갖고 있는 특성 때문입니다. 이명박의 떨어지지 않는 지지율, 신당의 경선과정에서의 혼탁과 잡음, 정치 신인 문국현의 급등과 3수생 권영길의 정체.... 어느 것 하나 마음 편하게 하는 것이 없는 2007년 대선입니다.

하지만 당 안쪽으로 눈을 돌리면 이것저것 눈에 걸리는 것이 많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단지 2007년 현재의 당의 한계라기보다는 청년진보당 시절부터 계속되고 있는 당의 한계를 뛰어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더욱 그렇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