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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잡기장

진보대연합에 대한 단상 정리

사실 간단한 단상을 쓸까 말까하다가 그래도 정리해 두는 것이 이후에라도 - 현재 분위기라면 써 먹을 일이 있을 듯..-_-;; - 하여 보다 구체적으로 적어본다.

1. 진보대연합론의 현 상황.
정치구상이란 항상 '현실론'이다. 대중들이 이 문제를 정확히 이해하고 있어야 하고, 이것이 더욱 실천력을 얻기 위해서는 더욱 더 그럴 것이다.

그러나 현 상황에서 진보대연합론은 '사실상 폐기된 문제의식'이라고 보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많은 이들은 이미 민주노동당의 대선후보로 '권영길'이 선출되었음을 인지하고 있고 대선이 80여일도 안 남은 시점에서 이를 뒤짚어 엎는 대선 전략이란 '선거를 하지 말자'는 이야기와 다름이 아니다. 즉 대선국면 초기에 광범위한 지지기반을 얻으며 민주노동당을 중심으로 좌-우를 모으겠다고 했다면 이야기가 다를 수 있으나, 현실적으로 모두 다 선거국면에 뛰어 들고 있는 상황에서 - 이러한 측면에서 신당과 민주당은 선거에 별 관심이 없는 듯하다. 지금처럼 진흙탕 싸움을 하는 것은 대선 승리보다는 '(차라리) 나는 이후 정국에서 주도권을 잡고 싶어요'라는 티를 너무 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한다. - 대연합을 하자는 것은 초기 문제의식이 어떠했던 '대선에서 우리를 지지하라'는 이야기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2.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진보대연합론을 주창하는 사람들.
본격적인 제안을 한 민노당 내부는 복잡함으로 인해 아직 '자신의 주장'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지 않다. 그러나 외각에서 최근 진보대연합론을 다시 강하게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왜일까?' 라는 생각과 함께 솔직히 '진정성'에 강한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현실적으로 진보대연합론이 물건너가고 있는 상황에서 '실리를 챙겨보겠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처음 진보대연합론은 매우 광범위한 진보대연합을 통해(열린우리당좌파~문국현~민주노동당~사회당~기타 좌파까지) 대선에서 새로운 흐름을 만들고자 하는 다수파의 전략이었다. 그러나 논의과정을 거치면서 민주노동당 내부 교통정리마저 되지 못하면서 현재는 '소수파의 주장'으로 급격히 바뀌고 있다.
'소수파'들이 현시점에서 진보대연합론을 부르짖는 것은 좀 의외처럼 보이긴 하지만 사실 별로 놀라운 것이 아니다. '다수파'가 사실은 '진보대연합에 관심이 없다.(바꿔말하면 패권주의에 빠져있다)'는 모순을 보여주기에 이처럼 좋은 기회가 없기 때문이다. 이제는 일반시민들도 내용을 조금씩 알고 있는 민주노동당 다수파의 행보에 대한 비판을 다양하게 있었다. 이 문제점은 최근 하나둘씩 외각으로 표출되고 있는데, '진보대연합'을 둘러싼 아이러니 - 제안자는 소극적이고, 피제안자가 오히려 적극적인 - 만큼 그간의 문제점을 드러낼 수 있는 기회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바꿔말하면 전형적인 '소수파' 정치의 한 단면이다.
자신의 정체성을 있는 그대로 - 정테제의 형태로 드러내지 못하고, 남을 비판 혹은 문제점을 폭로하면서 나타내는 방식 말이다. (이는 최근 진보대연합론에 대한 긍정적 논의에 대해 내가 부정하는 이유 중 하나이다.) 이러한 방식을 통해 2008년 총선과 이후 진보정치 개편을 준비한다는 발상은 2007년 대선을 제대로 맞는 방법은 아닐 듯하다. 왜냐하면 이는 철저하게 '운동권 내부'의 정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 - 심지어 진보정치에 관심이 있는 이들 조차도 '진보대연합론'에 대해 관심이 없으며, 문국현 등 제3의 주자들이 강하게 자신의 주장을 펼치며 나아가고 있는데, '국민들을 향해'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운동권 내부'를 향해 "나는 진보진영의 대동단결을 위해 이렇게 열심히 일했다. (하지만 저들은 그렇지 않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무슨 의미란 말인가? 실로 답답한 노릇이다.

3. 문국현의 파급력에 대비해야 한다.
정치 경험이 전무한 문국현이 단번에 10년 정치 경력의 권영길과 민주노동당의 지지율을 뛰어 넘은 것에 대한 다양한 분석이 많다. 분석은 다양할 수 있고 그에 대한 비판은 또한 적지 않으나 중요한 것은 '문국현이 권영길을 앞지르고 있다'는 것이다. 즉 다시 말해 10년 역사의 진보정당운동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최근 몇번의 권영길 진영의 대응은 상당히 실망스럽다.
앞서 이야기한 '다수파'가 다시 '소수파 정치'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국현 깍아내리기. 이는 바꿔 말하면 권영길 깍아내리기의 다른 말일 수 있다. 3~5%를 왔다갔다 하는 이들끼리 싸움을 하면 뭐가 남는가? 아직은 초창기이기때문에 그리고 민주노동당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있는 듯하니 두고봐야 하겠지만, 역시 답답하기는 마찬가지이다.

4. 사회당의 '진보대연합론'에 대해서.
대선을 앞두고 하는 정치적 액션에는 의미를 둘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 있다.
이러한 가운데 사회당이 새진보연대와 진보대연합론을 함께 하기로 약속한 듯하다.
사회당은 이에 대해 2008년 대선, 혹은 2007년 대선 후보 전술과 무관한 '2017년 집권을 위한 미래전략'차원에서의 '진보대연합'이라는 측면을 애써 강조하고 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대선이 70여일 남은 시점에서 이러한 논리 전개는 선거판을 모르는 순진함이거나 논리적 모순이다. 2017년 집권 전략과 의제를 - 한참 선거로 바쁘며, 그렇지 않아도 다양한 이야기가 난무하는 지금(!) 하자는 것에 동의 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특히 미래 전략과 의제는 평소(!)에 짜는 것이다. 아직 제대로 소개되지 않아 - '앞으로 소개할 예정'이라는 '미래전략'을 지금 이야기하자는 식의 논의는 최근 신당의 경선 파행만큼이나 '선거하지 말자는 이야기'이다.

어짜피 10월 6일 민주노동당 중앙위원회가 끝나면 선거연합 추진기구의 인선도 확정될 것이다. (오늘 보니 사실상 인선은 끝났듯 하지만 ) 그러면 자연스럽게 '진보대연합론'에 대해서도 확정이 될 것이다. 나는 혹시라도(이건 정말 노파심이다.) 진보대연합론이 되지 않는다고 해서 그것을 갖고 '봐라! 저들은 원래 그랬다!' 식의 선동에 이용하지 않았으면 한다. 그러한 운동방식은 이미 80년대에 끝나지 않았던가? 지금은 21세기다.

(첨언 : 2002년 독립좌파 사태를 겪으며, 최소한 당시를 겪은 이들이라면 자기조직의 운명을 '연대'에 거는 짓이 얼마나 허망한가를 느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도박에 가까운 올인(1억보증금으로 대표되는 통일좌파의 직설적 연대전략, 며칠동안 조직전략이 급변하는 혼란 등)의 후과가 그만큼 컸기 때문이다. 그러나 2007년의 상황을 보면 2002년의 반복이 아닐까 싶어 한때 걱정스러울 때가 있었다. - '진보대연합론 주장하다 민주노동당이 함께 하자면, 공동후보전술로 가는건가?', '그러면 사회당은 당원들과 그럴 심적 준비가 되어 있나?' 이런 노파심이다. 물론 이후 상황을 보니 그건 정말 노파심이라고 생각되었지만, 허망하긴 마찬가지이다. 결론적으로 보면 2002년의 교훈은 제각각이고 그리 많지 않았던 모양이다.)

몇가지 고민이 더 있지만, 오늘은 여기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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