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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혁신을 위한 몸부림 - 허용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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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용만 (2003-01-06 04:02:50, Hit : 437, Vote : 44)  
 
  자기혁신을 위한 몸부림
 

악몽’의 2002년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몸담고 있는 조직에 대한 여러 가지 비판적 평가를 지켜보는 감정은 정말 착찹합니다. 비판과 혁신에 동의하면서도 이러한 현실을 만든 책임에서 자유로울수 없는 사람으로서 열어놓고 사회당의 현재 모습을 비판한다는 것이 그렇게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결국 이런저런 생각만 앞서다가 시간만 흐르고 말았습니다. 논쟁은 퍼지고 있고 이제 사회당에 애정과 관심을 가졌던 주변의 당원들까지 현재의 사태에 대해 언급하고 있습니다. 결국 떠밀려 이야기하는 모양새가 되었습니다. 참 자기비판과 고백하기도 힘들군요.

사회당원으로서 저에게 2002년은 ‘악몽’과 같은 시간이었습니다. 물론 다른 분들도 고통스런 시간을 보내겠지요. 연초에 연수원에 있다가 중간에 서울시장 선거캠프 책임자로 돌아왔을 때만 해도 의욕적인 시작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시작은 현재의 사회당의 문제를 드러내는 출발점이 되었을 뿐입니다. 후보와 선본의 호흡부재, 선거기획에 대한 비민주적 훼손 등으로 손한번 써보지 못하고 참패했습니다. 선거결과의 참담함도 있었지만 그런 과정을 만든 내부에서의 갈등이 이후 더욱 힘들게 했습니다. 그 때의 내부 갈등과 지도부의 전횡으로 인한 상처는 선거를 함께했던 동지들에게 무척 크게 남아 있습니다. 경험이 다른 사회당의 간부와 당원에게는 거부감이 느껴질 수 있는 조직내부를 향한 평가글을 쓰는 사람들이 대부분 서울 시장 선거에서 활동했다는 사실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 때에는 ‘그렇게 수동적인 사람을 쓰려면 일을 맡기지나 말지’, ‘누가 이런 상태에서 소신있게 일할 수 있겠는가’ 등 주로 용인술과 관련된 불만이 주요 내용이었습니다. 즉 그 시기에는 현재와 같은 당의 노선에 대한 전면적인 회의보다는 노선을 관철시키는 방식에 대한 거부감이 컸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출마자 동지회(출동)가 당내 비공개모임으로 제안되고 현실화되는 과정에 비판적 문제의식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다만 출동으로 표현된 2004년 총선을 준비하는 노선에 모든 것이 종속되어 집행되고 있는 줄은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했습니다. 그것이 자랑이 아니며 오늘의 사회당의 위기의 현실적 계기가 되었고 이에 대해 단한번 공개적인 비판과 제동을 걸지 못한 제 스스로에 대해 안타까울 뿐입니다. 이곳 게시판에서 현재 조직내부를 비판하는 동지들에게 지난 시기 당이 이렇게 흘러가도록 방치한 것을 비판한 것은 전적으로 타당한 것입니다. 여러번 지적되었고 사회당의 장점이었던 조직에 대한 헌신의 결과가 이렇게 되돌아 올지 몰랐습니다. 너무 순진하고 좌파정당의 간부로서 바보같은 말이라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겠죠. 사회당이 세상에 열려있는 조직이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당의 사상, 정치, 조직 전반에 대한 철저한 인식에 기반했어야 했는데 우리의 가족주의적 온정적 풍토가 결국 사회당 발목을 잡고 말았다고 생각합니다. 10년 이상을 헌신한 운동과 조직에 대한 자부심은 소중한 주변 사람들에게조차 사회당의 존재가치를 설명하기도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습니다. 중간 중간 힘겨운 점도 있었지만 운동과 조직에 헌신할 수 있었던 것은 우리가 가는 길이 옳다는 자기확신같은 것이 있었는데 그것이 무너진다면 조직과 운동가로서의 개인의 존재의의가 없어지는 것이겠지요. 


출동해산은 당헌개정으로 할 수밖에 없다

우선 지금 게시판에서 2004년 원내 1석을 위해 사회당운동을 타락시킨 출동에 대한 제 생각을 간략하게 언급하겠습니다. 출동은 단순하게 2004년 총선 출마자들의 자발적인 조직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사회당 간부가 되려면 처음부터 가입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을 부인하지는 않겠지요. 이미 최초 사회당 국회의원 후보도 결정해 놓고 하는 모임이었습니다. 사실상 사회당운동방향을 결정하는 또다른 조직이었습니다. 알고 보면 총선 전술이 결정되지도 않았는데 출동이 만들어졌다는 사실 자체가 불행의 시작이었습니다. 2000년 총선때 출마자 조직이 따로 있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는 사실에서도 알수 있듯이 출마자들의 조직이 따로 있어야 하는 이유는 오직 하나, 전지역구 출마를 위한 것 말고는 특별하게 존재할 이유가 없었던 것입니다. 그런데도 지역발전전략에 대한 판단없이 전체 목적(원내 1석)을 위해 간부들을 무리하게 채워 나가는 방식으로 일을 진행하면서 부작용만 낳았습니다. 결국 출동이 관철되는 방식으로 당헌은 개정되었고 당은 이전보다 형식적으로는 비대해졌으나 정치적 영향력은 현격하게 감소하는 2002년을 보냈습니다. 이렇게 폐혜를 일으킨 조직내 조직인 출동은 자진 해산하는 것이 순리이겠지만 이미 16개 시도라는 당의 공식체계로 우리에게 다가와 있습니다. 그래서 출동에 대한 문제제기는 결국 당헌개정과 조직발전전략에 대한 논쟁으로 옮겨갈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당헌개정은 김정식님이 제안한대로 당원의 자발성을 고양하고 직접민주주의가 강화될 수 있는 방향으로 진행되는게 옳다고 생각합니다.


노선논쟁을 즐기면서 받아들이고 참여하자

제가 출동을 해산하자고 하고 사회당운동 대해 비판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을 대선에서의 저조한 선거 득표로만 연결짓지 말기 바랍니다. 물론 당연하게 선거결과의 저조함도 인식의 근저를 형성하고 있지만 그보다는 사회당이 과연 세상에 존재할 의의가 있는 실천과 행동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사회당의 많은 간부들은 저와 비슷한 경로로 조직에 헌신했을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분명하게 한가족이었지요. 그런데 현재 사회당의 모습에 대한 판단이 어떨지 확신할 수 없습니다. 조직 내부에 비판을 쏟아붓는 동지들에게 어떤 감정일지 궁금합니다. 지금 많은 사회당의 간부와 당원들이 당내 논쟁에 대해 다수가 침묵하는 것은 평가와 토론이 박약한 조직문화도 원인이지만 그 전에 당활동에서 앞장섰던 동지들이 조직내부를 향해 비판의 칼날을 겨누는 것이 생경하기 때문이기도 할 것입니다. 당활동 과정에서 발생한 인간적 갈등이나 아니면 자리에 대한 욕심 때문에 현재의 비판을 수행한다고 생각하는, 즉 동기의 순수성이 결여되어 있다고 판단하시는 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바로 이 지점이 우리가 서 있는 자리입니다. 게시판에 당내부를 향해 격하게 비판했던 동지들은 당연하게 대안에 대해 고민할 수밖에 없습니다. 비판의 출발점이 이성적이든 감정적이든 결국은 그렇게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생각해보아야 할 것은 한가족이라고 생각했던 우리에게 이런 분화가 왜 발생했는가라는 것이며,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입니다. 제가 주목하고 싶은 점은 후자입니다.

2002년을 보내면서 저는 심적인 고통을 많이 겪었습니다. 저 위의 지도부에 대한 원망도 솔직하게 많았습니다. 반대로 저에게 그런 감정을 느낀 동지들도 있겠지요. 하지만 감정을 차분하게 정리하고 나면 결국은 사회당운동방향과 관련된 노선의 문제였습니다. 그런데 실력도 문제이지만 우리와 같이 가족주의적 정서가 강한 곳에서 노선 문제를 드러내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닙니다. 위에서 밝혔듯이 저는 누구보다도 사회당 운동의 전사에 자부심을 느끼면서 살아왔던 사람입니다. 제가 이렇게 내부의 비판자를 넘어 당노선 전반을 회의하고 다른 견해를 가질 것이라고 생각도 못해 왔습니다. 그런 생각을 했다면 조직과 실천에 대한 지나친 강조보다는 균형잡힌 행동을 해왔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제 현실을 받아들일 생각입니다. 내가 사회당운동을 오랜 기간 해왔다는 사실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가 속한 조직이 올바른 길을 가고 있는가, 그래서 이 시대를 함께 고민하는 동지들이 참여할만한 조직인가를 끊임없이 점검하고 비판하는 사람이 되려고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신년초부터 격하게 일고 있는 당내 논쟁을 즐기면서 보고, 참여하고 실천할 생각입니다. 물론 과정에서 감정도 상할 것 같고 때론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을 미워하는 감정을 가질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크게 보면 올바른 길을 가기 위한 진통으로 생각하고 마음을 다스리면서 성숙한 모습을 보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자기혁신을 위한 몸부림

누구나 변화를 원하지만 자신이 변하기란 그리 쉬운 문제는 아닐 것입니다. 사회의 근본적 변화를 꿈꾸고 실천하는 우리 모습에서 그런 것을 더욱 느낌니다. 저는 현재 조직 지도부에 대해 비판적이지만 냉정하게 이야기해서 그것은 사회당의 수준을 반영한다는 평가를 부정하지 못하겠습니다. 노무현이가 그랬죠. 그 나라의 정치 수준은 그 나라 국민의 정치적 수준을 나타낸다고요. 맞는 이야기이죠. 사회당의 현실은 그 당원의 그 간부, 그 간부의 그 지도부라고 생각합니다. 현실을 반영한다는 이야기입니다. 당원이나 간부들을 비하하기 위해서 하는 말이 아닙니다. 자신의 정치적 진로를 타인의 판단에 맡기는 풍토가 만연해 있는 곳에서 사회당이 꿈꾸는 사회는 요원합니다. 지금까지 사회당의 당원, 후원인은 한국 사회에서 사회당같은 정당이 가는 길이 힘겹기 때문에 많은 것을 양보하면서 간부들을 도와주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도래할 시대는 더 이상 그런 방식으로 당원, 후원인의 지지와 참여를 끌러낼 수 없다는 것이 자명합니다. 그들은 우리 말고도 감동받고 살 수 있는 정치인과 집단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제 더 이상 한국은 지배계급이 악의 화신으로 등장하지는 않습니다. 우리를 혁신하지 않으면 당장은 지도부를 올바르게 세울수 없을테지만 장기적으로 주변으로부터 외면받을 수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하는 행동은 몸부림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시작이 그렇다면 인정하고 할 수 밖에요. 2003년을 맞이하는 마음이 무겁기는 하지만 더 이상 속앓이를 하지 않아도 되어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건강하게 보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게 나만의 생각이 아니기를 바랍니다. 새해 건강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