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redian.org/news/articleView.html?idxno=8320 당신도 핵발전 문제에 관심이 없습니까? | |||||||||
[녹색칼럼] 핵발전 중독에서 벗어나지 않고는 기후변화 대응도 없다 | |||||||||
환경운동의 큰 축 가운데 하나였던 반핵운동 20년 남짓 진행되어 온 한국 환경운동 역사에서 가장 많은 전사(!)를 배출한 분야는 어디일까? 최근 『88만원 세대』로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우석훈은 블로그에서 ‘반핵운동’이 가장 많을 것이라고 답한다. 다양한 생각의 편차가 있을 수 있겠으나 환경운동을 유심히 지켜 본 이라면 ‘반핵운동’을 거론하는 데 이견을 달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80년대 후반부터 영광 핵발전소 건설반대운동, 핵발전소 노동자 피폭 문제 등으로 시작하여, 90년 안면도, 94년 굴업도, 그리고 가장 최근의 부안에 이르기까지 굵직굵직한 사안들 이외에도 정부가 공식 집계하는 핵폐기장 관련 대규모 투쟁만 해도 아홉 차례, 20여 개 지역에 이른다. 그러니 거기에 핵발전소 신규 건설이나 각종 크고 작은 사고까지 모으면 얼마나 많은 일들이 있었겠는가?
이와 함께 지구 온난화와 기후변화협약 대응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늘어나면서 점차 핵발전소 문제를 중심으로 한(형식적으로는 에너지 문제 전체로의 확장의 모양을 구성하고 있지만) 반핵운동보다는 다른 분야로의 관심 이동이 급격히 진행되고 있다. 여기에 우리나라 시민운동의 고질적 한계로 지적되어 온 활동의 ‘전문성’과 ‘지속성’ 문제가 겹치면서 어렵고 힘든 반핵운동에 대한 접근보다는 새롭고 그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다른 운동으로의 이동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반핵운동을 가로 막고 있는 더 큰 걸림돌은 핵발전을 바라보고 있는 무관심과 냉대이다. 고유가 문제, 지구온난화로 경제는 물론 지구가 통째로 무너질 것처럼 호들갑을 떨고 있지만, 현실에서 에너지 문제는 보다 직접적인 피해를 입고 있는 ‘먼 외국의 이야기’에 불과하다. 항상 부족한 국내 에너지 현황과 에너지 안보, 그리고 외국과는 다른 기술적, 지리적 차이가 함께 붙어다니는 이러한 핵발전 중독 발언들은 대부분 각종 TV CF나 언론 매체, 그리고 정부의 논리를 통해 한 번쯤 들었던 것과 동일하다. 물론 이러한 공감을 보이는 이들조차 우리 사회에선 매우 극소수에 불과하고, 해당지역 주민을 제외하곤 많은 이들이 이런 문제에 관심조차 없다는 점에서 핵발전 중독이 석유중독과 달리 별다른 증상 없이 우리 사회에 잠복해 있다는 또 다른 증거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 전력 공급 가운데 40%를 차지하고 있으면, 앞서 이야기한 각종 절차나 핵발전으로 인한 각종 환경문제가 그냥 ‘용서’될 수 있는 것인가? 핵발전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친환경’으로 포장되는 기후변화대책이 가능하기는 한 것인가? 그리고 이러한 모든 문제들이 단지 핵발전소, 핵폐기장 인근 주민들과 소수의 반핵운동가와 환경운동가들의 특수한 주제에 불과한 것인가? 2005년 급하게 개정한 원자력법에서는 고리 1호기에 대해서는 예외조항을 두어 핵발전소의 안전성을 평가하는 주기적 안전성 평가 기한의 특혜를 두었고, 전력수급기본계획 등 전력 공급을 결정하는 계획에서는 고리 1호기 수명연장을 기정사실로 하고 전력공급계획을 수립하였기 때문에 이미 짜놓은 수명연장 계획 강행이 아닌가 하는 비난을 받아온 것이다. 이러한 비판은 실제 안전성 평가 과정에서 사실로 드러났다. 주기적 안전성 평가서, 방사성 환경영향 평가보고서, 주요기기 안전성 평가보고서 등 안전성을 다루는 모든 보고서는 안전성 심사에 영향을 준다는 이유로 공개되지 않았다. 공청회는 진행되지도 않은 채 1주일 전에 일방 통보되어 결국 무산된 설명회와 홈페이지에선 ‘최고의 전문가들이 안전성 심사를 하니 믿을 수 있다’는 말만 반복적으로 흘러나왔다. 더욱 가관인 것은 안전성을 결정하는 최종 회의인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열리기 하루 전인 12월 6일, 사전 보도자료 배포와 기자회견을 통해 고리 1호기의 안전성 평가를 위탁 수행한 결과 ‘안전하다’며, ‘수명연장에는 문제없다’는 내용을 발표한 것이다. 안전성을 검토해야 할 원자력안전위원회는 형식적 결정만을 한다는 사실을 주무부서인 과학기술부가 스스로 인정해 버린 것이다. 정치, 경제의 주요 정책 이슈조차 대선의 쟁점이 되지 못하는 우리 현실에서 에너지 정책이 국가적 이슈로 부각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국민투표를 통해 핵발전 지속 여부를 결정한 서구 유럽의 국가들, 탈핵발전 문제가 총통선거의 주요 쟁점이었던 대만, 매년 에너지 이슈를 중심으로 격론을 벌이는 미국, 취임과 동시에 첫 업무로 기후변화협약 비준을 수행한 신임 호주 총리 등의 예는 반핵운동을 하고 있는 필자에게는 너무나 먼 미래의 일이다. 이런 현상은 점차 축소되어 가는 핵산업계를 일시적으로 연장시키는 일에 불과할 뿐 탈핵 흐름을 바꿀 수는 없다. 인류가 핵발전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탈핵 흐름만큼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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