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스크랩/기타

[사회당 혁신토론] 최혁 - 나의 견해

최혁 (2003-01-23 00:51:04, Hit : 252, Vote : 12)  

나의 견해 - 1. 들어가며

나의 견해

1. 들어가며

대선 이후 당에서 진행되고 있는 주요한 논쟁 주제들에 대한 내 견해를 정리된 글로 밝히겠다고 공언한 지 많은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여러 가지 이유로 내 글을 기다렸을 동지들께 우선 사과의 말씀을 전하며, 잠시 변명을 하고자 한다.

공식적으로 16대 대선은 지난 해 12월 19일 끝났지만 내게는 그렇지 않았다. 연말연초를 잡다한 후속 정리 작업들로 정신 없이 보냈고, 지난 1월 10일 개최된 대선 평가 공개 토론회를 마친 후 비로소 선거본부장이라는 당의 공식 직책을 맡으면서 시작된 나의 대선 투쟁을 끝낼 수 있었다. 그동안 축적된 육체적, 정신적 피로가 가뜩이나 글 쓰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나를 곧바로 집필 작업에 들어가지 못하게 했다. 게다가 이런 저런 사정으로 여러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나의 집중력을 흩뜨리는데 적잖게 기여했다. 그러나 이유는 그것들만이 아니었다. 무엇보다도 대선 이후 당에서 전개된 사태에 관한 내 견해를 밝히는 글을 쓰기에는 내 마음과 생각이 지금 당의 모습처럼 잘 정리되지 않았던 것이다.

오늘 우리가 겪는 다소 고통스런 당의 분열을 나는 이미 대선 전부터 예상하고 있었다. 물론 논쟁이 이처럼 격렬하게 진행될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 나는 우리 당 안에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여러 의견들이 합리적으로 표출되고 충돌되어서 당의 활동을 더욱 풍부히 하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나는 특정한 견해를 옹호하거나 주장하기보다는 가능한 중립적 위치에서 여러 의견들을 조정하고 통합하는 역할을 하고자 했다. 거친 논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나의 이런 기대가 무력하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기는 했지만 내 의욕과 노력 자체가 무의미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적잖은 여운과 미련이 내 마음을, 내 생각을 한동안 흔들었고, 그것을 정리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이 글에서 나는 현재 당 안에서 진행되고 있는 논쟁의 주요 주제들에 대해서 이제까지 당을 이끌어왔던 지도부의 한 사람으로서 내 생각을 가능한 평범하게 밝힐 것이다. 글의 목적을 다른 누구와의 의도적인 논쟁에 두지는 않았지만, 읽는 이의 처지에서 따라 다소 논쟁적으로 느낄 수 있는 대목도 있을 것이다. 개인적인 욕심으로는 청년진보당 창당부터 2002년 대통령선거까지 당의 역사와 활동 전반에 대한 기록과 평가를 담은 글을 쓰고 싶지만 그건 아무래도 다음 기회로 미루어야 할 것 같다.

다시 한번 글이 늦어진 데 따른 미안한 마음을 전한다. 덧붙여 분명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는 부족한 글이겠지만, 나의 노력이 현재 진행되고 있는 논쟁과 당의 발전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최혁 (2003-01-23 00:52:09, Hit : 230, Vote : 11) 



나의 견해 - 2. 대선 평가

2. 대선 평가

12월 19일 오후 6시, 16대 대선 개표 방송이 시작되자마자 나는 큰 충격에 휩싸였다. "설마" 했는데, 3개 TV 방송사 모두 사회당 김영규 후보의 득표율을 0.1%, 순위로는 6명 가운데 6위로 보도했기 때문이다. 솔직히 처음에는 믿어지지 않았다. TV 개표 방송 대신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인터넷 사이트를 지켜보던 나는 개표가 대략 3%가량 진행될 무렵 자리에서 일어났다. 0.1%, 6위라는 우리 당의 16대 대선 성적은 부동의 것이라고 최종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아마도 모두가 같은 느낌이었겠지만, 우리 당이 얻은 대선 결과는 개인적으로 정말 큰 충격이었으며, 당시 내 심정은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참담했다. 솔직히 내가 무능력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대선 기간에는 이런 충격적인 결과가 나오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늦은 출발에도 불구하고 당원들의 열성적인 모금 운동으로 기탁금 5억을 포함한 선거재정이 마련되고, 포스터와 공보, 그리고 인터넷 홈페이지, 방송 광고, 유세단 등등 우리의 역량을 최대한 동원해서 정말 최선을 다한 결과라고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나는 자신이 최선을 다해서 얻은 결과를 늘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또 자랑스럽게 여기는 것을 신조로 삼고 사는 사람이다. 그 어떤 결과에 대해서도 섣부르게 감정을 이입시킨 가치 판단보다는 그것을 자신의 노력과 실력의 객관적 지표로, 어차피 한번의 싸움으로 끝날 것이 아니라면, 새로운 출발의 지점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자기의 노동이 이루어낸 소중한 성과를, 설사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것이라 해도, 자기 스스로 소외시키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런 나의 신조에도 불구하고 이번 대선에서 우리 당이 얻은 결과는 대선 참가 여부를 결정하는 지난 14차 중앙위원회에서 "10년을 준비했다"는 나의 호소를 부끄럽게 만들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한 마디로 말해서, 내가 즐겨 쓰는 표현이 아니지만, 우리 당의 대선 투쟁은 실패, 아니 참패했다는 것이 나의 결론이다.

내가 대선 결과를 그렇게 평가하는 것은 단지 표가 적게 나왔기 때문이 아니다. 내가 주목하는 것은 0.1%라는 득표율보다는 마지막까지 남은 후보 6명 가운데 6위를 했다는 사실, 즉 국민 일반에게 정치 세력으로 인정받지 못한 어떤 후보에게도 뒤진 결과이다. 물론 저조한 득표율과 관련해서 말하자면, 한 나라의 총리까지 지낸 자가 포함된 이른바 군소 후보들의 득표율을 다 합쳐도 1%가 되지 않는 한국의 후진적 정치 풍토가 먼저 지적되어야 한다. 나는 참담한 결과의 책임을 남의 탓으로 돌리자는 의도에서 이런 말을 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를 제약하는 부당한 환경의 존재를 무시하고 우리 자신만을 지나치게 탓하는 것 역시 객관적이지 못한 처사이며, 그것은 자칫 패배주의나 청산주의에 빠질 소지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지난 50년 동안 반공 이데올로기와 지역 감정에 기초해서 유지되던 보수 독점의 기형적 정치 구조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음을, 또한 그러한 기형적, 후진적 정치 환경이 진보 정당 혹은 신진 정치 세력의 등장을 심각하게 가로막고 있다는 새삼스러운 사실을 나는 다시 한번 절감했다. 대선 전에 이미 여러 군소 후보들을 좌절시킨 고액 기탁금 등 턱없이 높은 진입 장벽의 존재, 결선 투표제 같은 이념과 정책 선거를 유도하는 합리적인 법과 제도의 부재가 유권자들에게 자신의 정치적 소신에 따라 투표하는 게 아니라 "될 사람을 밀어주자"는 후진적 정치 심리를 강요하고 있음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또한 뒤에서 다시 한번 언급하겠지만, 이번 선거에서 그 위력을 유감 없이 보여준 미디어의 철저한 군소 후보 외면과 편파 보도, 그리고 상업적 고려에 따른 네가티브적 보도 행태는 앞으로 당의 사활적 이해를 걸고 싸워야 할 매우 절박한 문제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러나 객관적 환경의 열악함을 아무리 지적하더라도 그로 인해 우리 당의 대선 결과를 합리화하거나 미화하고 싶은 생각이 내게는 추호도 없다. 나는 이번 선거에서 우리 당은 국민에게 유의미한 정치세력으로 인정받는데 실패했다고 본다. 낮은 득표율 때문이 아니다. 정치 활동이기 보다는 포교 활동의 차원에서 출마한 어느 후보에게도 뒤졌다는 사실은 국민이 우리 당을 정치 세력으로 바라보고 있지 않다는 것을 뜻한다. 이런 대선 결과가 초래된 이유를 한두 가지로 정리할 수는 없을 것이며, 대선 준비와 더불어 구체적으로 실행된 여러 실무와 사업들에 대한 면밀한 분석 등이 당연히 따라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작업은 별도로 진행하기로 하고, 여기서는 대선 참패의 원인을 첫째, 미디어, 둘째, 조직력, 셋째, 시대 변화에 조응하는 감성 혁명이라는 세 가지 측면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 미디어. 모두가 확인했듯이 이번 선거는 철저한 미디어 선거였으며, 앞으로 더욱 미디어에 진입하지 못하는 정치 세력은 권력 경쟁에서, 국민의 시야에서 배제될 것임을 말해주었다. 따라서 좌파 정당, 즉 자본주의를 옹호하는 보수 정치 세력과 권력을 다투는 정치 세력이고자 하는 우리 당에게 미디어 진입은 거의 사활적 이해가 달려 있는 과제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오해가 있을 것 같아서 굳이 첨언을 하면, 나는 우리 당의 미디어 진입이 자신의 소신을 저버리거나 굴종한 대가로 얻는 시혜나 동정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그것이 한두 차례의 캠페인이나 점거 농성으로 쟁취될 수 있는 것도 아니라고 본다. 민중 통제 전략이 절차적 민주주의가 강화되는 합리적 방향으로 재편되고 있는 현실에서 과거 군사 독재의 언론 통제에 처절히 저항하는 방식의 투쟁만으로는 국민적 설득력이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미디어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어느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정치적 실력을 인정받아야 한다. 그것은 뚜렷한 이념적 정체성과 함께 구체적인 정책 대안을 지속적으로 제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며, 나아가 그것을 실행할 수 있는 현실적 힘을 당의 투쟁과 조직력으로 입증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우리가 체제를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정치 세력이라는 단순한 사실만으로는 세상의 이목을 끄는 시대는 이미 지났으며, 우리가 구체적이고 합리적인 대안을 가지고 여타의 정치 세력들과 경쟁하고 국민에게 설득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지 않고서는 국민에게 유의미한 정치 세력으로 인정받기 어렵다는 것이다.

둘째, 조직력. 이번 선거는 우리 당이 창당이후 최초로 맞은 전국 규모의 선거였다. 물론 그 이전에 6.13 지방 선거에서 비례 대표 선거가 있었지만 졸속의 이해와 준비 등으로 선거 운동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을 감안해서 하는 말이다. 지난 대선 참가를 결정하면서 우리는 자본주의에 근본적으로 반대하는 정치 세력으로 국민적으로 인정받는다는 목표와 함께 전국 정당화의 기초를 마련한다는 또 하나의 목표를 세운 바 있다. 이를 달리 해석하면, 우리 당의 조직력이 아직 취약하다는 것인데, 나는 그것을 이번 대선에서 뼈저리게 확인하였다. 우리 당의 취약한 조직력은 양과 질의 측면에서 모두 설명될 수 있는데, 우선 지구당 수의 절대적 부족을 지적하고 싶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지구당은 종이 위에 기록된 것이 아니라 실제로 활동하는 지구당을 뜻한다. 창당 이후 4년 동안의 활동과 지구당 건설 사업 등으로 16개 시도를 포괄하는 전국 정당의 구색과 면모는 갖추었지만, 몇 개 지구당을 제외한 대부분은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에 머물러 있을 뿐이다. 다시 말해서 우리 당은 국민을 동원하기는커녕 국민을 일상적으로 직접 접촉할 수 있는 조직력을 아직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질적 측면에서 내가 심각하게 느끼는 것은 바로 당원들의 존재와 활동 방식인데, 한마디로 우리 당원들은 대중 속에서 활동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기성 정당의 당원들이 언뜻 보기와 달리 지역과 부문의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면서 대중을 조직하고 선거 운동에 동원시키는 것에 반해서 이번 선거에서 드러난 우리 당원들의 모습은 자기 한 몸만을 선거 운동에 동원하는 데 만족했다는 것이다. 나는 지난 선거 기간에 열과 성을 다한 동지들의 노고를 폄하하기 위해서 이런 지적을 하는 게 아니다. 내가 힘주어 말하고 싶은 결론은 우리 당의 조직력을 확대하는 더욱 적극적인 노력과 함께 당원의 존재와 활동 방식 전반에 대한 매우 진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가령 당원 수가 각각 10여명과 5명인 지구당들이 있는데, 어떤 싸움이 있을 때 30명인 지구당은 당원 10명만 나오고 5명인 지구당은 한 사람 당 자기가 활동하는 곳에서 10명씩 참가시켜서 50명이 나온다면 과연 어떤 지구당이 더 모범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셋째, 시대 변화에 조응하는 감성 혁명. 나는 이번 선거를 거치면서 나 자신이 세상의 변화에 둔감했으며 여전히 관성적인 실천에서 벗어나지 못했음을 절감했다. 본부장이라는 직책 상 주로 내근을 하느라고 자주 선거 운동 현장에 가보지는 못했지만, 가끔 접하게 되는 현실의 선거 풍속은 나를 내심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결론을 미리 말하면, 나는 우리 당의 선거 운동이, 분명 참신한 시도가 없지는 않았지만, 전반적으로 구시대적 발상과 감성,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본다. 이는 선거 컨셉과 슬로건, 정책과 이슈가 혹자가 지적하듯 구좌파적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거나 대중의 정서와 동떨어진 과격한 것이었다는 비판을 무조건 수용하는 것이 아니다. 물론 그런 지적들은 이론적으로나 선거 기술적 차원에서 진지하게 검토해야할 가치가 충분한 비판들이다. 하지만 정작 내가 더 주목하는 것은 그 어떤 말 한마디로 쉽게 정리할 수 없는 어떤 것인데, 우리가 선거 운동을 하면서 주로 구사하는 어휘나 선호하는 행동 방식 등이 80년대 혹은 90년대 초반과 크게 다르지 않은 데 따른 뭔가 개운치 않은 것이다. 쉽게 정리하기는 어렵지만 시대와 대중의 감성 변화를 우리가 과연 제대로 이해하며 대처하고 있는 지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번 대선에서 더욱 심하게 느낀 이 문제를 나는 2001년 10월 재선거 직후에 심각하게 고민한 적이 있다. 당시 재선거가 끝난 후 발표했던 어떤 글에서 나는 "젊고 진보적이라는 우리 당의 출현에도 불구하고 왜 젊은 사람들의 투표율이 높아지지 않느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한마디로 말하면 우리 당과 같은 젊은 진보 정당조차 젊은 유권자들에게는 투표해야하는 동기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며, 더 적나라하게 말하면 우리 자신의 관념과 착각과 전혀 무관하게 우리의 언어와 행동 방식을 대중은 기성 정당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게 대한다는 것이다. 나는 문제에 대한 답을 머리에서만 찾아서는 안 된다고 본다. 시대와 더불어 호흡하고 대중과 진지하게 대화하면서 배우는 겸손함과 성실함, 그리고 그것을 가능케 하는 감성의 혁명이 필요한 때라고 나는 생각한다

위에서 언급한 세 가지 측면에서 나는 이번 대선 결과가 참패라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결과가 비참하다고 해서 우리가 얻은 성과가 전혀 없다거나 혹은 간과해도 상관없다는 식의 태도는 역시 경계해야 할 것이다.

나는 비록 실망스러운 결과로 빛이 바래긴 했지만 우리 당이 그 누구의 도움도 없이 5000 당원에 기반한 우리 자신의 힘으로 대선을 치렀다는 사실은 분명 정당하게 평가받아야할 성과라고 생각한다. 선거가 진행되던 중에 어떤 당원에게 전해들은 이야기인데, 어느 보수 정당의 지구당 간부가 "우리 당의 한 지구당보다 적은 재산을 가지고 있는 사회당이 전 국민을 상대하는 대선에 나섰다는 사실이 놀랍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나는 이 말을 그냥 스쳐지나가거나 비분강개할 조롱으로만 들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번 대선을 거치면서 우리는 독자적으로 전국적 규모의 선거를 치를 만큼 우리 자신이 성장했다는 사실을 떳떳이 인정해야 한다. 그것은 우리의 부족한 실력을 외면하기 위함이 아니라 거꾸로 시대가 우리에게 부여한 역사적 소명과 책임을 새롭게 가다듬기 위한 차원에서 반드시 강조해야할 대목인 것이다. 또한 대선 평가 공개 토론회에서 "패배한 것이 가장 큰 성과였다"라는 윤성환 동지의 역설적인 지적처럼 우리 당의 장점과 한계가 숨김없이 드러나고, 그래서 냉정한 반성과 새로운 출발을 다짐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 것도 지난 대선이 우리에게 가져다 준 정말 큰 선물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또 하나 내가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성과로 꼽고 싶은 것은 대선이라는 전국적 규모의 정치 투쟁을 현장에서 직접 경험한 당원들, 특히 청년 학생 당원들이다. 나는 이번 선거를 하면서 나와 무려 나이 차가 십수년 가량 나는 청년 학생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들과 만나면서 내가 당부했던 말이 있는데, 그것은 자신과 당의 미래를 위해서 가능한 많은 경험과 교훈을 얻도록 노력해달라는 것이었다. 이미 잘 알려진 사실로써 나는 92년 민중 후보 운동에 20대의 젊은 나이로 참여했다. 그때도 나보다 나이가 많은 선배들은 1%라는 결과에 좌절했다. 당시 늦은 새벽까지 사무실에서 개표 방송을 지켜보던 나도 적잖게 실망했지만, "이게 우리 실력이구나, 내가 빨리 힘을 키워야겠다"고 다짐하면서 소주 한 잔 마셨던 기억이 난다. 오늘날 주변을 둘러보면 92년 대선의 성과를 말하지 않거나 심지어 기억조차 못하는 자가 많은 게 사실인데, 나는 당시의 활동을 큰 자랑으로 삼으며 지난 10년의 세월을 살아왔다. 그 때 내가 획득한 정치적 경험이 이후 나의 정치 활동의 든든한 밑천이었음 또한 분명하다. 이러한 사실에서 누가 내게 92년 대선의 가장 큰 성과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다소 거만하게 들릴 지 모르겠지만 바로 "나"라고 답할 수 있다. 어떤 역사적 사건의 성과가 그 사건이 발생한 당시에 곧바로 드러나야만 한다고 나는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의 투쟁의 의미를 소중하게 기억하고 그것을 지키려는 자신과 후대의 실천이 지속될 때 그것은 비로소 획득되는 것이다. 맑은 눈망울과 뜨거운 열정으로 운동의 대의와 당의 미래를 위해서 헌신한 청년 학생들이야말로 이번 대선 투쟁의 가장 큰 자랑이자 성과이고, 바로 그들에 의해서 2002년 우리 당의 대선 투쟁은 빛을 발할 것이라고 나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 지면을 빌려서 다시 한번 지난 대선 투쟁에 헌신한 청년 학생 동지들께 뜨거운 존경과 연대의 인사를 전한다.

 



최혁 (2003-01-23 00:53:09, Hit : 216, Vote : 11) 



나의 견해 - 3. 출동

3. 출동

지난 1월 19일 열린 출마자 동지회(이하 출동) 총회에서 출동의 해산이 결정되었다. 이런 저런 이유로 출동 1차 총회를 비롯해 이전에 한 차례도 회의에 참가하지 못한 나는 매우 착잡한 심정으로 내겐 처음이자 마지막인 출동 총회를 지켜보았다. 아마도 1년 조금 넘는 시간동안 질주해왔던 출동의 파산은 그것을 비판하는 동지이건 찬성하는 동지이건 모두에게 적지 않은 고통과 아쉬움, 그리고 앞으로의 진로에 대한 혼란스러움을 느끼게 했을 것이다. 거두절미하고 출동에 대한 내 생각을 밝히면 나는 기본적으로 출동 노선을 지지해왔다. 뿐만 아니라, 물론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지금도 출동 노선의 취지를 지지하고 있으며 앞으로 만약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한번 추진하고 싶은 생각을 여전히 가지고 있음을 굳이 숨길 생각이 없다. 덧붙여 지난 대선의 참패의 원인을 출동 노선으로 돌리는 것에도 반대한다. 이미 앞서 길게 언급했듯이 지난 대선의 참패는 우리가 가진 실력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이며 출동 노선과 직접적 인과 관계는 없다는 게 내 결론이다.

나는 비록 출동 노선이 출동의 공식적 해산으로 철회되기는 했지만 그것이 추진된 배경과 문제 의식 등이 제대로 공유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여기서 출동 노선의 의미를 다음의 두 가지 측면에서 살펴보고자 하는 바, 그것은 첫째 2004년 총선 전략, 둘째 전국 정당화이다.

첫째, 2004년 총선 전략. 이른바 출동 노선은 2004년 총선에서 1석의 국회의원을 만들어내기 위한 총선 전략, 즉 227개 지역구 전원 출마를 실현하기 위한 방안으로 기획되고 추진된 노선이다. 물론 처음 외국에서 출동 1차 총회에 관한 소식을 들었을 때는 솔직히 잘 이해가 되지 않는 구석이 없지는 않았다. 정확한 내막을 모른다는 단서를 달기는 했지만 그런 단순하고 무리한 방식만으로는 모험일 수 있다는 우려가 들었던 것이다. 당시 내가 가지고 있던 문제 의식은 2004년 총선에서 반드시 우리 당이 원내 의석을 획득해야 한다는 것이었고, 그것을 위해서는 가능한 많은 지역구 출마를 성사시킬 수 있는 지구당 조직 확대와 함께 당을 시급히 현대적인 정책 정당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앞서도 언급했듯이 언론을 비롯한 미디어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풍부한 정책 내용을 갖추는 것이 긴요했고, 나아가 당시 추진되던 좌파 통합뿐만 아니라 시민 사회 운동까지를 포괄하는 연대전술을 구사하여 정치 관계법의 개정을 강제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세간의 일부 오해와 달리, 나는 내 구상이 그 자체로 출동 노선과 배치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모든 전술의 성사 여부를 결정적으로 좌우하는 것은 다른 무엇이 아닌 바로 자신의 힘이며, 따라서 전 지역구 출마를 위한 조직 확대는 자신의 힘을 배가하는 매우 훌륭한 전술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내가 귀국 후 정책위원장을 맡고 부문 정책 협의회를 잠시 운영했던 것은 그런 취지에서였다. 하지만 얼마의 시간이 지난 후 나는 내 계획을 철회하고 출동 노선을 전면적으로 지지하기로 마음을 바꾸었다. 이유는 간단했는데, 그것은 내 의도와 무관하게 부문 정책 협의회와 출동 노선이 충돌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총선 전략이나 당의 발전 전략에 관한 것이 아니었다. 주어진 시간 안에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진행하는데 무리가 따르는 상황에서 우선 하나를 완성하고 다른 하나는 잠시 미루는 선택의 문제가 제기되었던 것이다. 내 결론은 2004년 원내 의석 확보 방안과 관련한 내가 구상한 병진 계획은 매우 이상적이라는 것이었다. 실제로 당시에는 주요 간부들의 지지를 크게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실현 가능성은 매우 희박했다.

내가 출동 노선을 전면적으로 지지하기로 마음을 굳힌 것은 그것이 2004년 원내 진출을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이며, 그로 인해 당의 정책 정당화가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쉽지만 잠시 미루어질 뿐이었다. 출동 노선, 즉 227개 지역구 출마가 실제로 1석을 보장하는가 하는 질문이 자주 제기되는데, 나는 그렇다고 생각한다. 물론 최근 그 가능성은 점점 커지고 있지만 아직 비례 대표제는 도입되지 않은 상태이고, 그나마 그것이 어떤 모습으로 도입될지 아직 모른다. 그렇다고 우리가 우리의 원내 진출을 보장하는 정치관계법의 개정을 이끌어낼 수 있는 힘이나 계획을 보유하고 있다고 나는 믿지 않는다. 그런 상황에서 227개 지역구 전원 출마를 통한 전국 득표율 3%는 물론 쉬운 일은 아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은 결코 아니다.

출동 노선과 관련해서 어떤 사람들은 "국회의원 한 석 확보가 그렇게 중요한가?"라고 반문 하면서 이를 사상적 타락으로 규정하기도 했다. 나는 문제를 그렇게 제기하는 동지들의 마음을 이해한다. 또 그런 비판을 들을 소지가 기존 출동 노선의 추진 과정에서 없지 않았다고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출동 노선의 취지와 그것의 추진 과정에서 파생된 문제를 엄격히 구분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특히 2004년 원내 진출의 의미를 간과하는 경향에 대해서 비판하고자 한다. 나는 2004년 원내 진출은 우리 당의 사활 문제로 본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사활의 대상은 당을 구성하는 사람들의 운동 관계가 아니라 바로 정당으로써 사회당이다. 미리 말해두거니와, 나는 2004년 원내 진출에 실패하더라도 당에 남을 것이며, 당 재건을 위해서 최선을 다할 것이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동지들이 그럴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하지만 그런 각오와 결의와 무관하게 우리가 맞게될 상황은 매우 어려울 것임을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들어 2004년 총선에서 이른바 개혁 진보 진영의 원내진출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 것이 사실이다. 개혁국민정당이나 민주노동당 뿐만 아니라 녹색평화당도 원내에 진출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그러나 우리 당의 가능성은 출동 노선이 철회된 마당에 솔직히 비관적이다. 만약 나의 주먹구구식 예측이 실제로 일어난다면, 다시 말하면 모든 개혁 진보 세력이 이제 원내에서 진출하는데 유독 사회당만이 원외정당으로 남게 되는 사태를 우리는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나는 이 문제를 97년 청년정당의 창당을 빗대어 설명하고 싶은데, 만약에 당시 우리와 경쟁하는 운동권 세력이 시대의 흐름에 부합하는 정당 형태의 운동으로 자신의 지위를 전화시키는 상황에서 우리가 공안기관의 건수 올리기 대상으로 남아서 활동하기를 고집했다면 당시 우리의 창당 제안을 거부한 많은 좌파 단체들처럼 우리도 정치적으로 무의미한 임의 단체로 겨우 연명하거나 아예 사멸했을 것이다.

나는 우리가 다른 그 무엇이 아닌 합법 정당을 하고 있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다. 우리는 노동자 운동 단체와 같은 임의 단체가 아닌 국민을 상대로 정치를 하는 정치세력, 즉 정당인 것이다. 물론 우리 당은 이른바 대중 투쟁을 배제하지 않으며 자신의 정치 활동을 원내로만 한정하는 정당이 아니다. 그러나 대중 투쟁의 유의미성을 인정하고 원내 활동의 한계를 지적하는 것이 선거 참여나 원내 진출의 의미를 폄하하는 근거가 되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우리가 정당이라는 형태의 운동을 선택한 이상, 스스로 그러한 지위를 벗어 던질 생각이 아니라면 선거나 의회와 같은 국가 정치의 영역에 진출해서 원외의 대중 투쟁의 주제들을 제기해서 싸우고 그런 방식으로 대중 투쟁에 복무하는 것을 더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국회의원 한 석이 뭐가 중요하냐?" "국회의원 한 석이 없다고 당이 망하느냐?"는 식의 질문에 대한 나의 대답은 "그렇다면 무엇 때문에 정당을 하냐?"는 것이다. 과거 다른 좌파들과의 논쟁에서도 수 차례 밝혔듯이 나는 세상을 바꾸는 운동이 오직 합법 정당만으로 진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합법 정당이 필요한 것이 객관적 사실이고 기왕에 합법 정당을 하는 이상 그 지위에 걸맞은 활동을 잘 하려고 애쓰는 것은 칭찬 받아야지 결코 비난받을 일이 아닌 것이다.

나는 우리가 능력이 부족해서 할 수 없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조금 더 노력하면 될 수 있는 것을 하지 않는 것은 죄악이라고 생각한다. 참담한 대선 결과와 그로 인한 당의 분열이 2004년 원내 진출을 목표로 하는 출동 노선의 성사를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따라서 나는 지금 시점에서 출동 노선을 다시 추진하자고 고집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출동 노선이 본래부터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거나 사상적으로 타락한 노선이라는 주장에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 나는 오로지 현재의 상태가 시급히 지양되기를 바랄 뿐이다.

둘째, 전국 정당화. 나는 출동 노선이 가지는 또 하나의 의미는 당을 실질적으로 전국 정당화하는 데 있다고 본다. 물론 이 문제도 꼭 양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인정하지만 그것이 양을 무시하는 주장으로 이어지는 것에 반대한다. 전국적이라는 의미가 모든 지역을 전제하고, 모든 지역의 총합으로 이루어진 무엇이 아니라는 주장은 기본적으로 옳다. 전국적이라 함은 세상을 보는 관점이며 당의 정치 활동의 방향과 주제에 관련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출동 노선의 추진과 함께 각 지역에서 고군분투하는 동지들에게 단일한 관점과 정치 활동의 방향 및 내용을 제출하려는 노력이 뒤따르지 못한 것은 커다란 실책이라고 본다. 그러나 그러한 실책이 출동 노선 그 자체에 필연적으로 기인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억지이다. 문제 제기는 출동 노선이 제대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이런 저런 과제들이 보완되고 해결되어야 한다는 긍정적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앞서도 언급했듯이 현재 우리 당이 겪는 고통의 주된 지점 가운데 하나는 조직력의 취약함이다. 조직 많이 만들어서 무엇할 것이냐는 반문이 따르겠지만, 부족하나마 만들어낸 그 무엇을 가지고도 대중을 만날 수 있는 조직 자체가 부족한 것이 더 심각한 문제이다. 혹자는 전국 정당화라는 출동 노선을 지역주의로의 일탈로 규정하면서 비판하기도 하는데, 이는 지나친 비판이라고 본다. 오히려 나는 더욱 더 지역으로 진출해야 함을 강조하고 싶다. 왜냐면 대중의 기본적 존재 양식과 지역은 매우 밀접하며, 실제로 수많은 지역에 우리 당 조직이 없는 이유로 그 곳에 사는 대중은 사회당의 세례를 받지 못하고 있음을 우리는 자책해야하기 때문이다. 개인적 경험을 한 가지 말하자면, 92년 대선 때 울릉도에서 8표가 나오는 것을 보면서 매우 놀랐다. 후보가 단 한 번도 가지 않았고 운동하는 단체가 있는지조차 모르는 곳에서 8명씩이나 민중 후보에게 표를 던졌다는 사실에서 나는 그곳에 진보 정당의 지역 조직을 만들어 활동한다면 수 년 뒤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우리를 지지할 것이라고 상상했지만, 그럴 수 없었던 당시 상황과 내 자신의 처지가 너무나도 안타까웠다.

전 지역구 지구당 창당을 통한 전국 정당화 실현이라는 출동 노선의 또 다른 의미는 그것이 관성적인 좌파 운동 활동의 방식을 전환하는 시도라는 데 있다. 학생운동을 마친 유능한 활동가들이 중앙 조직 사무실에 모여서 한탕주의 방식의 사업을 반복하는 작풍은 시급히 청산되어야 한다. 내가 학생 운동을 할 때 민족해방 계열에서는 이른바 '애국적 사회 진출 운동'이란 것을 했다. 그들은 당시 대중 속에 권력이 있음을 깨닫고 자주 민주 통일의 이념을 가슴에 품고 대중의 바다로 진출했다. 90년 중반 무렵 그들은 다시 한번 "고향 가서 군수 되자!"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지역으로 대중 속으로 들어갔다. 오늘날 여전히 운동권에서 다수파 지위를 지키고 있으며 본격적 정치세력화를 눈앞에 두고 있는 그들의 진정한 힘의 근원이 그들의 경전이나 중앙 조직의 정치 방침의 올바름이 아니라는 것은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지구당을 건설하는 것 자체가 비난받을 일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본다. 더욱이 능력 있는 젊은 활동가들이 오랜 세월을 내다보면서 지역에서 진보의 씨앗을 뿌리는 삶을 산다는 것은 환영받아야 하고 적극 권유되어야 한다고 본다.

출동 노선이 중앙당의 공백을 불러 일으켰으며 그것이 제반 중앙 정치의 강화를 가로막았다는 주장이 있는데, 나는 이 말에도 선뜻 동의할 수 없다. 이 주장은 지난 지방 선거 직후에는 다소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 기억으로 98년 창당 이후 중앙당에는 늘 최소 20여명이상의 고급 인력으로 가득 했지만, 더욱이 출동 노선도 없었지만, 그 때도 정책 생산이나 중앙 정치는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문제를 극단적으로 대립시켜서 보지 말자는 것이다. 중앙 정치력의 강화는 출동 노선과 무관하게 다른 차원에서 검토되어야 할 사안이다. 물론 지방선거 이후 출동 노선의 추진 과정에서 중앙당에 적잖은 무리가 있었으며, 또한 그로 인해 개인적으로 상처를 입은 사람들이 있음을 모르지 않으며, 선배의 한 사람으로서 정말 미안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개인적 경험을 지나치게 확대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 중앙 정치력이나 정책 역량의 강화를 위한 사업이 자체로 존중되어야 하듯이 지구당 확대 사업도 존중되어야 한다. 다만 두 가지 사업을 동시에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불가피하게 선택을 강요받을 수 있는데 그럴 경우에는 구성원들 사이의 소통과 합의를 통해서 해결하면 된다고 나는 생각한다.

지구당 건설을 지나치게 강조한 출동 노선으로 인해 당내 부문 조직이 축소되었다는 지적도 있는데 나는 이 역시 오해라고 생각한다. 나는 오래 전부터 진보 정당의 골간 조직은 지역과 부문이라고 주장해왔다. 그것은 대중이 지역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부문이라는 영역으로도 편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중 속으로!'라는 출동 노선의 기치가 부문을 배제하는 것으로 이해된 것을 나는 정말 안타깝게 생각한다. 그러나 여기서 부문 조직과 관련된 한 가지 편향을 지적하고 싶은데, 그것은 당의 골간 조직으로써 부문 조직을 중앙당의 집행 기구로 이해하는 것이다. 나는 온전한 의미의 부문 조직은 집행 기구가 아니라 지역 조직과 마찬가지로 부문의 이해를 중심으로 형성되는 대중 단위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부문 조직은 중앙당에서 임의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해당 부문 대중의 결사에 기초해서 아래로부터 건설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말해서 출동 노선이 부문 조직을 축소했다는 것은 완전한 진실이 아닌 것이다.

출동이 해산한 마당에 이렇게 출동 노선을 옹호하는 글을 쓰자니 뒷북치는 감이 없지는 않다. 하지만 2004년 총선 전략과 무관하게 우리 당에서 지속적으로 견지되어야 할 출동 노선의 합리적 핵심조차 무참히 매도되는 것은 곤란하다고 보며, 당의 조직 발전 전략에 관한 동지 여러분의 진지한 고민을 다시 한번 촉구하고자 한다.

끝으로 덧붙이고 싶은 것은 출동 노선의 추진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에 관한 소견이다. 나는 그동안 출동 노선이 추진되면서 동지들 사이에 심각한 갈등과 문제가 파생되었음을 잘 알고 있다. 이 지면을 빌려서 많은 동지들이 받았을 상처와 고통에 대해서 진심으로 미안한 마음을 전한다. 무엇보다도 나는 출동 노선이 그것을 실행해야 할 주체들의 자발적 동의에 충분히 기초해서 추진되지 못한 점을 비판하고 싶다. 이런 문제는 비단 출동 노선뿐만 아니라 향후 모든 당 사업에서 척결되어야 할 작풍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어떤 일의 의도나 내용이 아무리 훌륭하고 올바르더라도 그 일을 해야할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한 채 강요에 의해서 억지로 한다면 그 일이 제대로 추진될 리가 만무할 것이다. 시간이 다소 걸리는 것 같아도 정도를 가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라고 나는 믿는다. 또한 출동은 분명한 목표와 방향이 있었지만 그것을 실제로 완성시키기 위한 다양한 수단과 세밀한 계획을 등이 뒷받침되지 못했다. 무엇보다도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지역에 내려간 동지들에 대한 세심한 배려와 사업 지도가 뒤따르지 못한 것이 동지적 신뢰 관계에 기초하여 모두의 힘과 의지를 하나로 모아왔던, 즉 이제까지 우리 당이 견지해왔던 전통에 부합하지 못하는, 출동 노선의 추진 과정에서 나타난 최대 실책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최혁 (2003-01-23 00:54:56, Hit : 212, Vote : 11) 



나의 견해 - 4. 통일좌파

4. 통일좌파

출동 노선과 함께 대선 참패의 원인으로 자주 거론되는 것이 바로 통일좌파 노선이다. 나는 이 문제가 단순히 대선 평가에 한정되지 않는, 향후 우리 당의 진로와 관련하여 매우 중요한 주제라고 생각하며, 당 안팎에 존재하는 통일좌파 노선에 대한 오해에 대한 해명, 그리고 관련한 몇 가지 견해를 밝히고자 한다.

나는 우선 통일좌파 노선이 실패했다는 주장에 반대한다. 나는 통일좌파 노선은 실패했는가 혹은 성공했는가 하는 식으로 따질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 좌파 정당이고자 하는 우리 당이 일관되게 견지해야 할 정신이자 관점이라고 생각한다. 모두가 잘 알고 있듯이 운동이 대중적으로 복원된 80년대부터 그것을 무엇이라고 표현하건 자신을 좌파라고 생각하는 운동세력의 통일, 즉 당적 통일은 좌파 운동의 최고의 과제였다. 매 시기 상황과 조건에 따라, 그리고 추진하는 주체에 따라 그 방식과 상은 조금씩 달랐지만, 좌파가 하나로 통일되어 노동자 계급과 국민 일반에게 하나의 정치세력으로 다가가야 한다는 것은 어느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과제인 것이다.

우리 당은 대선 전에 통합 좌파 정당 건설과 그에 기초한 대선 투쟁을 전개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이를 실현하고자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 하지만 우리의 노력은 실패했으며, 그 결과 완전히 우리 혼자만의 힘으로 대선을 돌파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을 맞게 되었다. 여기서 분명히 해둘 것이 있는데, 그것은 당시 세웠던 통합 좌파 정당 건설과 그에 기초한 대선 투쟁 방침이 실패했다는 엄연한 사실이 우리에게 통일좌파의 정신을 버릴 하등의 이유가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왜냐면 아직 우리 주변에는 우리와 당으로 하나가 되어야 좌파 동지들이 있으며, 한국의 노동자 계급과 국민은 그것을 강력히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일좌파와 관련하여 또 하나 분명히 집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그 노선이 어떤 특정인을 당의 대선 후보로 만들기 위해서 추진되었다는 오해이다. 물론 당시 통일좌파 계획이 성공했다면 오세철 교수가 당의 대표 혹은 대선 후보가 되었을 가능성이 높았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 때 그가 그런 지위로 거론되었던 단 하나의 이유는, 그가 당의 지도부와 인간적으로 친하거나 표 많이 받을 것 같은 명사이기 때문이 아니라, 지난 10년 동안 한국의 좌파 운동을 인격적으로 대표해왔던 통일좌파의 명백한 한 주체였기 때문이었다.

통일좌파의 진정성도 간혹 제기되는데, 우리 당이 할 진실로 그것을 성사시킬 의지가 없었다는 것이 비판의 요지이다. 당시 우리 당을 사지에 몰아넣는 결정을 하면서까지 통일좌파의 실현을 추진했던 명백한 사실이 말해주듯, 그 결정에 대한 비판은 할 수 있어도, 통일좌파를 정치적 제스추어에 불과했다고 비난하는 것은 옳지 않다. 아무리 좌파의 통일이 중요한 과제라고 해도 거기에는 통일되어야 할 가치가 있으며, 그 가치를 합의해야 할 상대가 있는 법이다. 당연히 각자의 처지에서 가치는 다를 수 있다. 모두가 잘 아는 사실이지만, 대선 전에 다른 좌파들은 통일좌파의 전제로 우리에게 합법정당 노선과 좌파 진영 독자의 대선 참가 전술의 포기를 요구했다. 그들이 요구한 통일좌파의 상은 우리의 것과 너무나도 달랐다. 우리는 통일지상주의자가 아니다. 문제는 진정이 아니라 관점과 견해의 차이에 있는 것이다.

당시 통합 좌파 정당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적하고 싶은 문제는 역시 당내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통일좌파의 문제 의식과 다른 좌파 동지들과 실제로 충돌하는 지점에 대한 진지한 논의와 검토 대신에 특정인의 입당만이 소문으로 나돌았으며, 어떤 결론이 나오더라도 맞게 될 대선에 대한 실제 기술적 준비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것은 통일좌파 노선의 정당함이나 그것을 실현하려는 각고의 노력과는 전혀 무관하게 반드시 비판되어야 할 실책이자 오류였다.

지난 얘기는 대충 여기에서 정리하기로 하고 미래에 대해서 말하고자 한다. 나는 지난 대선을 거치면서 통일좌파는 여전히 우리 당이 움켜쥐어야 할 기치라는 결론을 내렸다. 최근 빛과 소금, 진보승리 등 몇몇 동지들이 통일좌파를 주장했는데 나는 기본적으로 환영의 뜻을 밝히는 바이다. 내가 이런 결론에 도달한 이유는 우리 당이 정치적 고립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위기감에만 있지 않다. 나는 앞으로 노동자 운동에 대한 우리 당의 정치적 조직적 활동이 강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는 당의 성격을 혹자가 주장하듯이 계급 정당으로 바꾸자는 데 동의하거나 그동안 많은 관심을 기울여왔던 소수자 운동이나 환경, 여성 등의 부문 운동, 혹은 반전 평화 운동 등을 이제 버리자는 것이 결코 아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조금 뒤에 다시 말하기로 하고, 내 고민은 민주노총이 민주노동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 방침을 고수하는 상황을 아무리 감안하더라도 현실의 다수자 운동에 기반하지 않는 좌파 정당 운동의 한계는 명백하다는 것이다. 나는 다른 좌파 동지들이 오해하는 것처럼 우리 당의 노선이 노동자 운동에서 일탈했다고 단 한번도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동안 우리가 견지해왔던 이른바 '노동자주의'에 대한 지나친 경계가 노동자 운동과의 정당한 연대의 노력마저 등한시하는 모습으로 비추어졌음을 솔직히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여기서 나에 대한 지나친 오해도 풀고자 내 견해를 분명히 밝히자면, 나는 우리 당이 반자본주의라는 공통 분모 위에서 다양한 좌파들이 결집하는 통일좌파 정당이어야 하며, 특히 노동자 운동의 중심성을 강조하는 좌파 동지들이 참여해야만 그것이 완전히 이루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우리 당은 단일한 정파라는 외부의 오해와 달리 최근 그 모습이 드러난 독립좌파 뿐만 아니라 환경좌파, 여성좌파, 노동좌파 등 다양한 좌파들이 공존하는 미완의 통일좌파 정당이다. 나는 지금 우리 당에서 벌어지는 논쟁이 아직 우리 당에 참가하지 않는 좌파 동지들이 사회당을 새롭게 이해하고 동참하는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며, 남들이 말하는 이른바 사회당 대주주의 한 사람으로서 모든 좌파 동지들에게, 특히 노동자 운동에 헌신하는 좌파 동지들에게 사회당의 문이 활짝 열려 있음을 분명히 밝히는 바이다.

덧붙여 내가 정말 힘주어 말하고 싶은 것이 하나 있는데, 나는 처음 당을 창당할 때부터 우리 당이 특정한 좌파의 전유물이 아니라 자본주의에 근본적으로 반대하면서 동시대에서 함께 투쟁하는 좌파들 모두의 공기(公器)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우리 당을 특정한 정파로 규정하거나 또는 폐쇄적이라고 비난하는 것에 솔직히 동의할 수 없다. 오히려 내가 반문하고 싶은 것은 그런 말을 하는 자들이 사회당을 지난한 좌파 운동의 역사적 산물로 인정하고 실제 좌파 모두의 것으로 만들고자 진지하게 노력을 했냐는 것이다. 하지만 사정이 여하하든 그동안 청년진보당 시절부터 오늘의 사회당에 이르기까지 배타적인 모습을 느끼게 했다면 그렇게 느낀 모든 동지들에게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전하며, 다시 한번 사회당을 자본주의에 반대하는 좌파 모두의 통일 단결된 투쟁의 무기로 만들 것을 간곡히 호소하는 바이다.

기우에서 한 마디 더 첨언을 하면, 사회당이 노동자 계급의 지도력이 관철되는 계급 정당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좌파 동지들은 그것을 다른 좌파들에게 강요해서는 안 된다. 사회당이 계급 정당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좌파를 배제해서는 안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 반대의 경우도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나의 확고한 생각이다. 나는 노동자 운동의 중요성을 인정하나 그 운동의 중심성 내지 지도성을 선험적으로 인정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나는 사회당에 그런 동지들이 참가하는 것을 결코 반대하지 않는다. 거듭 말하지만 사회당은 모든 좌파들에게 열려 있으며, 노동자 계급의 중심성을 강조하는 좌파이거나 독립좌파이거나 자신의 실력으로 사회당의 당권을 장악하는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내가 개인적으로 약속할 수 있는 것은 사회당을 다양한 좌파가 서로 경쟁하면서 공존하는 공당(公黨)으로 만드는 것이며, 사회당이 어떤 색깔의 정당이 되느냐는 특정한 색을 염두에 두고 있는 각자의 몫인 것이다.


 



최혁 (2003-01-23 00:55:53, Hit : 202, Vote : 7) 



나의 견해 - 5. 마치며

5. 마치며

사회당은 내 청춘이 담긴 곳이다. 다시 말해서 사회당은 나의 삶이며 나의 투쟁 그 자체이다. 오늘 우리 당이 처한 상황이 내게 정말 큰 고통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바로 거기에 있다. 하지만 나는 지금의 이 고통을 저주스러운 그 무엇으로 여기지 않으며, 오히려 우리 당과 나 자신이 걸어온 지난 세월을 치열하게 반추하는 계기로 적극 받아들이고자 한다. 왜냐면 이제까지 걸어 온 길보다 앞으로 가야할 길이 더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려되는 것이 없지는 않다. 그것은 치열한 논쟁과 반성의 과정에서 동지들이 상호간에 상처를 주고받는다는 사실이다. 나는 진실로 오늘의 우리 당을 이만큼 성장하게 만드는 데 헌신한 모든 사람들이 지금의 난국을 돌파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당부하고 싶은 것은 서로의 진심을 의심하지 말자는 것이다.

나는 현재 우리 당이 겪고 있는 혼란이 무슨 거창한 사상이나 이론, 혹은 강령이 부재하기 때문이라고 보지 않는다. 청년진보당을 창당하고 활동할 때나 지금이나 상황이 크게 달라진 것은 없으며, 그 때 없던 그럴 듯한 사상이 지금 당장 만들어질 수 있다고도 믿지 않는다. 물론 이런 나의 주장을 당의 정치 활동 내용을 더 올바르고 풍부하게 만들어 내기 위한 정신적 노력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으로 이해해서는 안 될 것이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좌파 운동에서 신주단지처럼 여기는 이른바 사상이라는 게 몇몇 사람들의 머리에서 뚝딱거려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며, 또 그런 것이 없으며 정치적 실천을 제대로 못한다거나 마치 당이 좌초할 것처럼 말하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는 것이다. 90년대 초반 '역사의 종말'이후 전 세계적 차원에서 좌파 운동이 겪는 정신적 혼란이 힘겨운 것은 어느 누구에게나 마찬가지 일 것이고 따라서 그런 상태를 지양하는 것 역시 좌파 운동의 중요한 실천 과제 가운데 하나라는 주장을 나는 결코 부인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것이 전일적 체계의 그 무엇이 있어야 좌파 운동의 미래가 있다는 낡은 관념을 옹호하자는 것이라면 나는 단호히 거부한다. 좌파 운동의 미래는 누군가의 머리 속이나 종이 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비인간적 현실에서 맞서 투쟁하는 곳에, 그리고 당면한 투쟁을 잘 하기 위해서 현실을 부단히 학습하고 연구하는 실천 속에 있다고 나는 믿는다. 굳이 덧붙이자면 소위 사상이란 것은 그러한 실천의 과정에서 그것들의 축적 속에서 후대에 이루어지는 것일 뿐이다.

나는 현재 우리 당에서 제기되는 다양한 문제 - 강령, 정치 노선, 조직 노선 등 - 들은 각각의 사안을 해결하는 구체적인 노력과 함께 당내 민주주의를 확립하는 것으로 풀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오래 전부터 우리 당이 공당(公黨)이어야 함을 주장해왔지만, 내 능력의 부족으로 아직 우리 당이 그런 모습을 갖추지 못한 데 대해서 적잖은 안타까움과 책임감을 느낀다. 나는 현재 당의 혁신을 요구하는 독립좌파를 비롯한 여러 당원들의 주장에 대해서 전적으로 동의한다. 아울러 이러한 혁신 운동을 통해서 당내 민주주의가 확대되고 우리 당이 한층 성숙한 공당의 면모를 갖추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내가 이해하는 당내 민주주의는 단지 당헌과 당규의 몇 가지 항목을 수정하여 합리적으로 제도를 바꾸는 것이 아니다. 무엇보다도 당내 민주주의의 핵심은 당내에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다양한 의견들이 조화를 이루면서 당의 정치적 조직적 실천의 동력으로 전화되도록 하는 합리적 기제를 창출하는 것이다. 또한 현재 당이 혼란에 빠진 원인 가운데 하나로 지적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지도력의 한계인데 이 또한 지난 시기의 단일 지도 체제에서 벗어나 당의 역량을 총화할 수 있는 집단 지도 체제를 도입하는 것으로 돌파할 수 있다고 본다. 특히 이 문제는 앞서 통일좌파에서도 밝혔듯이 현재 당 안에 존재하는 의견뿐만 아니라 아직 우리 당에 참가하지 않고 있는 여러 좌파 동지들에게 좌파 운동의 공기(公器)인 사회당의 문을 개방하는 차원에서도 적극 모색되어야 한다. 아울러 우리가 국민 일반을 상대로 정치를 하는 정당인 만큼 그에 걸맞은 공적 의사 결정 체계와 지도부 및 공직 선거 후보 선출 제도를 정비하는 것은 당내 문제를 넘어서 국민 일반에 대한 의무 차원에서 추진되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당내 민주주의와 관련한 구체적인 제도나 개혁안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발표하도록 하겠다.)

지도부에 대한 비판이 다소 거칠게 제기된다. 나는 그럴 자격이 없는 사람들, 즉 당원이나 후원인이 아닌 사람들을 제외한 모든 당원, 후원인들의 비판과 질책을 겸허하게 수용할 자세가 되어 있다. 아무리 나의 의도가 선하고 당을 위해서 최선을 다했다고 해도 그것이 자연스럽게 면죄부를 부여하는 것이 아님을 잘 알고 있다. 따라서 작금의 사태에 대해서 지도부의 일원으로서 책임을 지라는 요구에 대해서도 전혀 회피할 생각이 없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을 나의 거취에 대해서 지금 내가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단 하나 뿐이다. 그것은 나는 앞으로도 계속 자랑스러운 사회당 당원일 것이라는 사실이다. 나머지 문제에 대해서는 내가 진심으로 존경하고 사랑하는 당원과 후원인 동지들의 마음을 기꺼이 따를 것이다.

다시 한번 이제까지 당을 이끌어왔던 지도부의 한 사람으로서 동지들에게 커다란 실망과 고통을 안겨준 것에 대해서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과 드리며, 앞으로도 한 사람의 당원으로서 당의 발전을 위해서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린다.

2003년 1월 23일 새벽

최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