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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환경/생태

동강에 댐이 있었더라면 …

동강에 댐이 있었더라면 …
[중앙일보 2006-07-18 06:14]    

[중앙일보 신혜경.강찬수] "환경론자들의 주장대로 생태계를 보전하기 위해 댐을 건설하지 않은 것이 과연 옳았는가."

태풍 에위니아와 잇따른 폭우로 큰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이런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북한강 수계는 소양강댐.화천댐.춘천댐.팔당댐 등이 방파제 역할을 해줬다. 덕분에 서울과 수도권 지역은 큰 피해 없이 위기를 넘겼다. 하지만 충주댐 하나에 의존하는 남한강 수계는 사정이 달랐다. 16일 남한강 하류인 경기도 여주군 주민 3만5000여 명은 밤새 침수 공포에 떨었다. 남한강 상류인 강원도 영월읍 주민 6000여 명도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

◆ 한강 범람은 댐이 막았다=충주댐은 200년 빈도 홍수 기준으로 초당 유입량 1만8000t으로 설계됐다. 하지만 15일에는 초당 2만2000t이 유입됐다. 확률적으로만 따지면 1000년에 한 번이나 올 정도의 비였다. 16일 충주댐은 상류에서 유입되는 초당 2만2000t의 수량 가운데 68%인 초당 1만5000t은 저장하고 32%인 초당 7000t만 방류했다. 소양강댐도 초당 2900t의 유입 수량 가운데 93%인 2700t을 저장하고 7%인 초당 200t만 방류했다. 건교부 원인희 수자원기획관은 "충주댐과 소양강댐에서 수량이 저장되지 않고 한강에 그대로 합쳐졌다면 한강은 범람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못 짓는 댐=최근 12년간 홍수조절능력이 있는 댐은 하나도 건설되지 못했다. 환경 및 생태 파괴에 대한 우려와 지역주민들의 반발 때문이다.

상습 수해 지역인 경기 북부를 위한 한탄강댐 건설은 환경단체의 반대에 막혀 몇 년째 표류 중이다. 이 지역은 1996년부터 3년간 연속적으로 발생한 홍수로 사망 128명에 1조원의 재산피해를 본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수자원공사 고익환 수자원환경연구소장은 "한탄강 및 임진강 유역은 좁고 깊은 U자형으로 홍수 때 수위가 급상승해 댐 건설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90년 9월 한강 대홍수 발생 때 영월과 단양 지역이 침수된 것을 계기로 남한강 수계인 영월읍 거운리에 영월 다목적댐(일명 동강댐) 건설을 추진했다. 하지만 "다양한 동식물이 서식하고 경관이 뛰어난 곳에 댐을 건설해서는 안 된다"는 환경단체의 반대에 부닥쳤다. 결국 2000년 6월 댐 건설 계획이 취소됐다. 그해 10월에는 홍수조절댐 건설도 유보됐다.

◆ "기상 이변은 잦아지는데…"=인하대 심명필(토목공학과) 교수는 "집중 강우 등 기상 이변이 잦아지고 있어 홍수뿐만 아니라 가뭄 등에 대비한 댐 건설은 국가 안보 차원의 일"이라고 강조했다. 인제대 환경공학부 박종길 교수팀은 "한국에 영향을 미치는 태풍의 숫자가 89년에 증가하기 시작, 2003년까지 12% 증가했다"고 말했다. 따라서 댐 건설이 시급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러나 녹색연합 서재철 국장은 "산사태는 급경사 지역에 무분별하게 확대되는 고랭지 채소밭 등이 더 큰 원인"이라고 말했다. 환경운동연합 김낙중 국토정책팀장은 "정부가 영월댐을 취소한 이유는 여전히 유효하며 영월댐이 건설돼도 남한강 본류의 홍수 조절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혜경.강찬수 전문기자 hkshin@joongang.co.kr 사진=안성식 기자 ansesi@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