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뀌고 있는 세태, 그리워하는 세태

몇 년쯤 전인가? 한국을 소개해 놓은 여행 책자에서 한국의 문화적 차이에 대해 써 놓은 대목을 본 적 있다. 술잔을 돌린다거나, 남자화장실에 여자청소부가 들어온다거나 등 외국인들이 보기에는 어색한 내용이 쓰여 있었다.

그중에 눈에 띄는 것이 있었는데, 버스에서 가방을 들어준다는 것이었다. 서 있는 사람의 가방을 앉아있는 사람이 들어주기도 하니, 거부감을 느끼지 말라는 것이었다. 순간.. '앗'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간다. '이런게 있었지..' 지금은 사라지고만 풍경. 그 책자는 예전의 이야기를 그냥 싣고 있는 것이었다. 15년전쯤 내가 고등학생일때만 해도 이런 풍경은 종종 있었다. 일상적이라는 것이 더 적절할 것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이러한 것은 사라졌고, 기억에 따르면 '자리를 양보하지 않고', '별로 나이들지 않은(!) 아주머니들과 학생들이 자리싸움을 하기 시작한' 그 시점과 거의 일치하지 않았나 싶다.

무슨 일인지 알수 없으나 - 대학입학철이 가까워오니 그렇겠지만, 올해만의 일은 아닐텐데...- 각종 신문에서 '하숙집'이 없어진다는 기사가 일제히 실렸다. 이제 하숙집도 역사의 저편으로 사라질 듯하다. 집이 서울이라 하숙을 해 본 적은 없어 별 감흥은 없으나 모든 글은 하나같이 하숙집이 사라지는 것을 슬퍼하는 듯하다. 하지만 어쩌랴 그것이 대세이며, 어느 누구도 그것을 거스를 수 없는 것을.. (하숙집이 더 정이 넘치고 현재의 풍토가 개인주의의 소산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진 않다. 다른 모든 것들이 그렇게 바뀌는 데 그것을 '평'하고 '안타까워'하는 것 말고 할수 있는 것이 뭐가 있겠는가? 이것은 세상을 바꾸려는 사람의 태도와는 다른 것이라고 생각한다.)

변화를 두려워하거나 슬퍼하는 건 다분히 기성세대적 생각일 것이다. 이제 대학을 입학하는 신입생들이 하숙집이 사라지는 걸 슬퍼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두려워하지 말고, 변화에 몸을 실어야 할 텐데.. 나도 점점 기성세대화되어 가는 듯하다... 기성세대가 됨을 다시 한번 경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