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성산과 지율스님에 대한 단상들
- 도롱뇽소송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
1.
내가 지율스님을 처음 만난 것 2004년 4월의 어느 날이었다.
KTX는 이미 개통되었고, 도롱뇽소송은 1심에서 각하와 기각 결정이 내려진 이후였다. 다소 낙담을 하고 있을 것이라 예상했던 나의 예상은 전혀 반대였다. 노트북과 디지털카메라로 찍은 수백장의 사진, 손수 만든 플래쉬 등을 바탕으로 한 설명에는 확신이 차 있었고, 차분히 준비한 자의 모습. 바로 그것이었다.
2.
두 번째 스님을 만난 건 그래부터 한달이 지난 후였다.
우리는 일행과 함께 천성산 기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고, 스님은 창원에서 온 꼬마 손님들을 맞고 있었다. 이들은 공사장에 세워놓은 포크레인에 ‘도롱뇽을 살려주세요’, ‘천성산을 살려주세요’라고 쓴 종이를 테이프로 붙였는데, 이 때문에 포크레인 기사와 언쟁이 붙었던 모양이다. 공사 업체 관계자를 향한 단호하고 강경한 스님의 발언은 산사의 스님 뒤에 감추어진 강한 투사의 모습으로 나에게 다가왔다.
3.
세상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100일 단식이 끝나고 부산으로 내려간 지율스님에게서 공개 메일이 하나왔다. 부산 집에서 키우는(!) 쥐에 대한 내용이었다. 집에 살던 쥐에서 밥을 주면서 사실상 애완용 쥐가 되어버린 집 쥐 이야기와 그 쥐가 새끼를 놓았다는 메일을 받고, 단식 도중에서도 주위의 꽃과 나무, 아이들에게 끊임없는 관심을 보이는 스님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었기에 쥐에게 밥을 주고 있을 스님의 모습을 상상하며 살포시 웃음이 떠올랐다.
4.
'지율‘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많은 이들은 ’단식과 투쟁, 극단적 싸움‘이 떠오를지 모르겠다. 네티즌들이 기네스북에 오를 것이라며 호들갑을 떨었던 100일 단식과 얼마전까지 진행된 100일 이상의 단식 같은 것들만이 보도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적어도 나에게 지율스님은 ‘더이상 물러설 곳이 없이 처절히 싸우는 철거민’의 모습보다는 ‘죽어가는 아들의 인공호흡기를 떼지 못하는 어머니’의 모습이 더 강렬하게 남아있다. 이 ‘어머니’의 아픔은 너무나 큰 것이어서 주변사람들의 만류와 조롱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아이이자, 우리 모두의 아이인 ‘천성산’을 위해 헌신하고 있는 것이다.
이 ‘어머니’는 자본과 권력에 의해 짖밟히고 있는 ‘아들’을 살리기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은 모두 다 했다. 마치 약을 찾아 해 매는 우리 어머니들의 모습처럼 때로는 강경하게, 때로는 유연하게 자신의 모든 것을 받쳐 온 것이다. 지율스님의 천성산 관통터널 반대운동 내내 많은 아이들과 생태적 감수성에 기반한 ‘초록의 공명’이 중심이었다는 점은 지율스님을 단지 ‘투사’로만 기억하는 것이 얼마나 편협한 시각인지를 잘 알려주는 대목이다.
5.
이제 천성산 문제의 가장 큰 축이었던 대법원 판결을 얼마 남겨두지 않고 있다.
최근 법조계의 환경관련 판례나 개발지상주의로 가득찬 사회의 분위기, 지난 1심과 2심의 결과를 놓고 볼 때 대법원 판결에서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지금까지 천성산 문제를 통해 ‘초록의 공명’을 퍼뜨려온 지율스님과 많은 이들의 외침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또한 인터넷 상의 많은 안티들과 고속철도 공단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헛된 세금을 낭비’하는 것은 더욱 더 아닐 것이다.
이미 천성산 주변에서는 그동안 우려했던 지하수 고갈과 같은 일들이 나타나고 있다. 몇 년동안 지하수로 생활하던 주변 주민들이 터널공사와 때를 같이한 지하수 고갈로 급수차로 물을 실어나르는 일들이 생기고 있다. 아직 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아 채 드러나지 않았지만, 지하수 고갈, 진동 피해 등 생태계에 영향을 미칠 일들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다. 대법원이 이러한 문제를 애써 못 본척하고 개발지상주의의 손을 들어준다면, 이는 새만금과 함께 우리 사회가 환경문제를 얼마나 등한시 하고 있는 지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예로 기록될 것이다.
2006.2. 청년환경센터 소식지 원고
- 도롱뇽소송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
1.
내가 지율스님을 처음 만난 것 2004년 4월의 어느 날이었다.
KTX는 이미 개통되었고, 도롱뇽소송은 1심에서 각하와 기각 결정이 내려진 이후였다. 다소 낙담을 하고 있을 것이라 예상했던 나의 예상은 전혀 반대였다. 노트북과 디지털카메라로 찍은 수백장의 사진, 손수 만든 플래쉬 등을 바탕으로 한 설명에는 확신이 차 있었고, 차분히 준비한 자의 모습. 바로 그것이었다.
2.
두 번째 스님을 만난 건 그래부터 한달이 지난 후였다.
우리는 일행과 함께 천성산 기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고, 스님은 창원에서 온 꼬마 손님들을 맞고 있었다. 이들은 공사장에 세워놓은 포크레인에 ‘도롱뇽을 살려주세요’, ‘천성산을 살려주세요’라고 쓴 종이를 테이프로 붙였는데, 이 때문에 포크레인 기사와 언쟁이 붙었던 모양이다. 공사 업체 관계자를 향한 단호하고 강경한 스님의 발언은 산사의 스님 뒤에 감추어진 강한 투사의 모습으로 나에게 다가왔다.
3.
세상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100일 단식이 끝나고 부산으로 내려간 지율스님에게서 공개 메일이 하나왔다. 부산 집에서 키우는(!) 쥐에 대한 내용이었다. 집에 살던 쥐에서 밥을 주면서 사실상 애완용 쥐가 되어버린 집 쥐 이야기와 그 쥐가 새끼를 놓았다는 메일을 받고, 단식 도중에서도 주위의 꽃과 나무, 아이들에게 끊임없는 관심을 보이는 스님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었기에 쥐에게 밥을 주고 있을 스님의 모습을 상상하며 살포시 웃음이 떠올랐다.
4.
'지율‘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많은 이들은 ’단식과 투쟁, 극단적 싸움‘이 떠오를지 모르겠다. 네티즌들이 기네스북에 오를 것이라며 호들갑을 떨었던 100일 단식과 얼마전까지 진행된 100일 이상의 단식 같은 것들만이 보도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적어도 나에게 지율스님은 ‘더이상 물러설 곳이 없이 처절히 싸우는 철거민’의 모습보다는 ‘죽어가는 아들의 인공호흡기를 떼지 못하는 어머니’의 모습이 더 강렬하게 남아있다. 이 ‘어머니’의 아픔은 너무나 큰 것이어서 주변사람들의 만류와 조롱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아이이자, 우리 모두의 아이인 ‘천성산’을 위해 헌신하고 있는 것이다.
이 ‘어머니’는 자본과 권력에 의해 짖밟히고 있는 ‘아들’을 살리기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은 모두 다 했다. 마치 약을 찾아 해 매는 우리 어머니들의 모습처럼 때로는 강경하게, 때로는 유연하게 자신의 모든 것을 받쳐 온 것이다. 지율스님의 천성산 관통터널 반대운동 내내 많은 아이들과 생태적 감수성에 기반한 ‘초록의 공명’이 중심이었다는 점은 지율스님을 단지 ‘투사’로만 기억하는 것이 얼마나 편협한 시각인지를 잘 알려주는 대목이다.
5.
이제 천성산 문제의 가장 큰 축이었던 대법원 판결을 얼마 남겨두지 않고 있다.
최근 법조계의 환경관련 판례나 개발지상주의로 가득찬 사회의 분위기, 지난 1심과 2심의 결과를 놓고 볼 때 대법원 판결에서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지금까지 천성산 문제를 통해 ‘초록의 공명’을 퍼뜨려온 지율스님과 많은 이들의 외침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또한 인터넷 상의 많은 안티들과 고속철도 공단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헛된 세금을 낭비’하는 것은 더욱 더 아닐 것이다.
이미 천성산 주변에서는 그동안 우려했던 지하수 고갈과 같은 일들이 나타나고 있다. 몇 년동안 지하수로 생활하던 주변 주민들이 터널공사와 때를 같이한 지하수 고갈로 급수차로 물을 실어나르는 일들이 생기고 있다. 아직 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아 채 드러나지 않았지만, 지하수 고갈, 진동 피해 등 생태계에 영향을 미칠 일들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다. 대법원이 이러한 문제를 애써 못 본척하고 개발지상주의의 손을 들어준다면, 이는 새만금과 함께 우리 사회가 환경문제를 얼마나 등한시 하고 있는 지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예로 기록될 것이다.
2006.2. 청년환경센터 소식지 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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