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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잡기장

새로운 사람을 맞아들이기.. 그리고 떠나 보내기...

1.
몇년 전이었다.
모 시민단체 상근자들로부터 "우리는 20대 젊은 피(!)를 빨아먹고 산다"며 자책하는 이야기를 듣고 적지 않은 충격을 받은 적이 있었다. 학교를 막 졸업한 이들의 젊은 피로 혈기 왕성한 조직을 구성하지만, 이들에 대한 뒷받침이 되지 않아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젊은 피는 "지치고, 비젼을 찾지 못해" 떠나간다는 것이다.
하지만 또 다시 젊은피는 수혈되기 때문에 언제나 활기찬(?) 조직이 된다는 것이다. 자조와 과장이 좀 섞였기 때문에 100% 그대로 받아 들이기는 적절하지 않으나 다른 이들로부터 비슷한 이야기를 종종 들을 수 있었고, 이것을 극복해나가지 않으면 안되겠구나.. 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2.
얼마전 몇 명의 후배들로부터 각각 "탈당을 고민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요즘 당은 뭐해요?'라고 묻곤 하던 이들이고 학교때부터 누구보다 열심히 활동했던 이들이라 이들의 고민이 단기적인 고민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2003년 이후 나에게 이런 이야기는 이제 전혀 충격적이지도, 걱정스러운 일이 아니었기에 간단히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고 헤어졌다.

그들의 고민은 "희망"이었다. 희망을 찾기 힘든 이들과 당장 갖고 있는 희망은 없어나 계속 찾아가는 이 사이에서 더 이야기를 진행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학교 다닐때 함께 보던 러시아 혁명사에서 공부한 '굶주림에 정신이상이 된 어느 혁명가 이야기'나 '양배추 하나도 나눠먹은 이야기'는 21세기에는 잘 맞지 않는 이야기가 된 지도 오래다. 현실을 하나씩 바꾸면서 해 나갈 일은 거대한 '혁명'이 아니어도 많이 있기 때문이다.
'눈빛만 보면 알 수 있고', '네가 하는 일이면 뭐든지 믿는다' 따위의 이야기는 극히 소수의 이야기일 뿐, 희망을 쫒아 움직이는 대중의 이야기는 아니다.

3.
또 다시 새로운 이들이 많이 들어오고 있는 듯하다.
5천을 목표로 수백명씩, 그리고 또 다른 한편에선 10만명을 목표로.
이렇게 움직이는 가운데 문득 어느 학생이 '오늘 가입한 어머니가 그 친구는 요즘 뭐하니라고 묻는 것처럼 당은 요즘 뭐하니라고 물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쓴 것을 보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이런...얼마전까지 이렇게 묻던 많은 이들이 희망을 찾지 못해 탈당하지 않았던가?)

4.
어쨌든 새로운 사람이 들어오는 것은 좋은 일이다.
중요한 것은 단지 그들이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 언제나 우리가 강조했던 것처럼 - 대중을 책임지는 자세이다. 대중을 책임진다는 표현이 너무 권위주의적이라면, 그 단체(혹은 운동)를 내실있게 만들어가는 것이다.

젊은피만 수혈받고 버리는 것이 아니라, 그들과 함께 운동을 만들어가는 것.
떠나가는 이들을 욕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왜 떠나게 되었는 지를 반성하고 새롭게 만들어가는 것.
이런 것이 필요한 때가 아닌가한다.

5.
'내 코가 석자'라고 센터 내부에는 다른 것 신경쓰지 말고 센터라도 제대로 신경쓰라는 요구가 강하다.
센터 외부에선 - 언제나 그렇듯 - 또 다른 요구사항에 직면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 팽팽한 긴장관계는 벌써 10년째 이어져오고 있다.
그 때마다 나의 판단은 달랐다. 그리고 그 판단이 10년을 이어오고 있는 것이다. 그럼 지금은.... 언제나 그렇듯. 가장 현실적인 내용을 바탕으로 냉정한 판단과 설계가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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