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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환경/생태

지율이 '자연파괴'... 그게 진짜야?

지율이 '자연파괴'... 그게 진짜야?
[오마이뉴스 2006-06-13 12:14]    
[오마이뉴스 윤성효 기자]
▲ 2일 오후 지율이 기자회견을 열고 대법원의 '도롱뇽 소송' 기각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06 오마이뉴스 윤성효
ⓒ2006 오마이뉴스 윤성효
'천성산 지킴이' 지율이 자연파괴에 앞장섰던 게 사실인가. '안티지율'을 외치는 일부 네티즌들의 주장이다.

이같은 논란은 "지율 스님은 목하 공사 중이었다"는 제목의 글이 발단이 되었다. 이 글은 지난해 5월 말경부터 인터넷을 통해 퍼진 십여장의 사진과 거기에 붙여진 설명을 담고 있다.

10여장의 사진은 내원사 입구 공사 현장과 주차장 모습, 잘려나가 밑둥만 남은 나무 등의 모습이다. 여기에는 '내원사 입구의 교량공사로 파헤쳐진 청정계곡' '계곡 옆에 버려진 레미콘 찌꺼기들과 곳곳의 공사 폐기물들' '천성산 환경지킴이들의 주차장 확보를 위해 희생된 나무들' 등의 글이 적혀 있다.

또한 이 글에는 "도롱뇽과 천성산의 환경을 지키기 위하여 생명을 던진다는 분이 뒤로는 이렇게 청정계곡을 하수구처럼 만들고 관광객을 많이 받기 위해 나무를 뎅강뎅강 베어 주차장을 곳곳에 넓히는 모습이 참으로 실망 그 자체"라며 "강변의 아름다운 돌을 축대쌓는 재료로 활용하여 계곡과 자연이 신음하는 소리에 아연질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청정계속을 하수구처럼 만들고, 관광객 받으려 나무를 뎅강뎅강"

이 사진과 글은 급속도로 퍼져나갔고, 1년이 넘은 지금도 애초의 글 그대로 혹은 비슷한 형태의 편집본이 언론사는 물론, 관련 단체 홈페이지 자유게시판 등에 오르고 있다.

지난 2일 <오마이뉴스> 지율 기자회견 기사(내가 틀렸기를, 법원이 옳기를 바란다")가 네이버에 주요 배치되자, 'freekws'라는 아이디의 네티즌이 여기에 "천성산 내원사에서 환경파괴한 사진들입니다"는 제목으로 댓글을 올렸다. 이 댓글은 무려 3만명이 넘게 조회를 했고, 그 댓글에만 100개가 넘는 '한줄의견'이 달렸다.

또 '1990nice' 아이디의 네티즌도 십여장의 사진과 함께 별도의 설명을 붙여놓은 글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려놓았다. 그는 "지율은 말로는 환경보호를 외치면서 스스로 천성산을 파괴하고 있었던 것"이라며 "정말 자연을 사랑한다면 단식 등의 행위 보다는 직접 몸으로 자연사랑을 실천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했다.

이런 사진과 글을 본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진위 여부를 따지지 않고 지율과 환경단체, 불교계를 비난했다. 심지어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 블로그와 댓글에 실린 사진과 글은 모두 사실인가. 기자는 양산시청과 내원사 등을 통해 사진 속 설명의 사실 여부를 살펴보았다. 결론부터 말하면 사진 속 설명은 모두 사실이 아니다.

[공사 장면] 양산시청이 호우 대비해 교량 건설

▲ 2005년 5월부터 인터넷을 통해 퍼지기 시작한 내원사 계곡과 주차장 주변의 벌목 장면 사진들. ⓒ2006 자료사진
ⓒ2006 자료사진
먼저 내원사 계곡의 공사 장면부터 보자. 사진 속 공사 장면은 양산시가 2004년 12월부터 2005년 12월까지 실시한 내원사 소교량 설치공사다. 댓글과 블로그에서 설명해 놓았던 것처럼 내원사나 지율이 한 공사가 아니다.

양산시청 재난관리과 담당자는 '자연파괴'라는 말에 "어째서 그게 자연파괴냐"고 답했다.

내원사와 천성산 일대에는 한해 수십만명의 관광객이 찾아온다. 특히 여름철에는 피서객이 많이 몰려드는데, 집중호우가 내리면 계곡물이 넘치기도 하고 항상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 119 대원들이 출동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양산시청 재난관리과와 지역개발과은 시 예산을 들여 각각 한 곳씩 관광객들과 주민들을 위한 교량을 설치했다.

양산시청 재난관리과 관계자는 "2002년 태풍 '루사'로 교량이 유실되기도 했고, 집중호우로 인해 주민들은 항상 불안에 떨고 있었다"면서 "주민 숙원사업 차원에서 이루어진 소교량 건설공사였으며, 사람이 죽고사는 문제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나무 벌목] 소나무재선충 걸린 나무 베어

또 문제의 글에는 내원사와 지율 스님이 주차장을 확장하고 나무를 벌목한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확인해 보았더니 이 또한 모두 사실이 아니다.

내원사 아래 주차장에는 30여년 전에 조성된 상가가 있다. 상가가 만들어지기 전에는 마을 주민들이 텐트를 치고 관광객들을 상대로 물건을 팔았는데, 주민들과 내원사가 계약을 맺고 '건물이 허물어질 때까지' 주민들의 영업권을 인정하기로 한 것이다.

이런 계약조건 때문에 내원사 측은 건물이 낡고 오래 되어도 새로 짓지 않고 있다. 주차장 역시 마찬가지. 그리고 지율은 이런 계약이 있은 뒤인 1990년대 초 내원사에 들어왔다. 지율이 들어온 뒤에는 주차장 확장이 없었으며, 단지 주차선만 정기적으로 새로 긋는 정도였다.

사진 속에 나와있는 벌목도 '자연파괴'와 거리가 멀다. 댓글과 블로그에서는 "천성산 환경지킴이들의 주차장 확보를 위해 나무가 희생되고, 이런 나무들의 희생으로 넓은 주차장이 확보되었다"며 "천성산 환경 지킴이 손에 배어진 처절한 나무의 모습들"이라는 표현까지 해 놓았다.

양산시청 녹지공원과 관계자는 벌목은 주차장 확장과 거리가 멀다고 설명했다. 그는 "내원사 주차장 주변에서 나무를 벤 적이 있는데 그것은 양산시에서 한 것이며, 소나무재선충에 걸린 소나무를 베어내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차원이었다"며 "태풍으로 인해 쓰러진 나무를 베어내기도 했다"고 말했다.

또 그는 "벌목은 양산시에서 담당하고 있다"면서 "내원사는 주차장 확장에 반대하고 있으며 자연 그대로 보존하려고 애를 쓰는데 나무를 벌목했다가는 큰일날 일"이라고 말했다.

처음 사진올린 블로그는 폐쇄... 법적 대응 검토

이같은 사진을 찍어 설명을 붙이고 인터넷에 올린 사람이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밝혀지지 않고 있다. 블로그가 처음 만들어진 때는 2005년 5월 20일로 보이며, 사진은 5월 14일과 18일에 촬영한 것으로 되어있다. 이 네티즌은 "우연히 남자친구와 내원사에 갔다가 자연파괴 현장을 보았다"고 했다.

이 블로그는 현재 폐쇄된 상태다. 그러나 '안티지율카페' 등의 사이트에서는 당시 만들어진 사진과 글을 올려놓고 있으며, 시간이 지나면서 네티즌들에 의해 확대 재생산되고 있는 것. 기자는 처음 사진과 글을 올린 것으로 보이는 사람과 최근까지 댓글에 사진을 올린 네티즌 몇 명과 이메일 접촉을 시도했지만 대부분 답이 없었고, 한 네티즌은 "블로그에 '스크랩'했을 뿐이며, 다른 네티즌이 댓글로 블로그 주소를 연결시켜 놓았다"고 대답했다.

천성산대책위 측은 문제의 내용을 올린 글과 블로그에 대해 명예훼손 등의 법적 책임을 묻는 방안에 대해 검토 중이다. 대책위 관계자는 "지율이 최종적으로 판단할 문제이지만, 사실이 아닌 내용을 인터넷에 올라오고고 계속 확대 재생산되고 있어 차단하기 위한 차원에서도 경찰에 고발하자는 의견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지율은 "자기와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사실이 아닌 것을 갖고 어떻게 그렇게까지 할 수 있느냐 하는 생각이 든다"면서 "지난해 간혹 사진이 올라올 때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최근까지 다른 형태로 편집되어 나돌고 있어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