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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8일 오전 서울지역에 갑작스레 비가 내린 후 청계천 물고기들이 집단 폐사했다. ⓒ MBC 캡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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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오전 서울지역에 갑작스레 비가 내린 후 청계천 물고기들이 집단 폐사한 것과 관련해 누리꾼들이 ‘청계천은 과연 성공적인 복원 모델일 수 있는가’를 두고 격론을 벌이고 있다.
청계천 물고기들은 이날 오전 관수교~오간수교 일대에 6.5mm의 비가 내리고 10여개의 우수관 수문이 동시에 열리자 떼죽음을 당했다. 청계천 수로에 빗물과 함께 인도에 있던 기름찌꺼기 등과 같은 오염물질이 함께 유입됐기 때문이다.
문제는 우수문 개방으로 청계천 물고기들이 영향을 입은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 4~5월에도 산란기를 맞아 청계천으로 올라온 어류들은 국지성 호우와 함께 우수문이 개방되자 피해를 봤다.
청계천 우수관은 15~20분간 집중호우가 내릴 경우 수문이 자동으로 열리면서 빗물이 청계천으로 유입되도록 설계돼 있다.
서울시 측은 이번 물고기 집단폐사와 관련해, 비가 아예 적게 왔으면 수문이 열리지 않았을 테고 더 많이 왔다면 빗물이 유입되면서 오염물질이 희석돼 물고기 떼죽음으로 이어지지 않았을 거라며 ‘어중간하게 내린 비’를 원인으로 짚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 누리꾼들은 하천복원의 성공적 모델로 꼽히고 있는 청계천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청계천 물고기 집단폐사 관련 기사를 포털 사이트 네이버를 통해 접한 누리꾼 ‘qixip’은 “끊이지 않는 외벽보수공사에 물이끼 청소, 물고기 사체 건져내기 등 청계천은 말 그대로 수족관일 따름”이라며 “세계에서 가장 비싼 수족관으로 기네스에 올리자”고 말했다.
그는 “이번에만 물고기가 떠오른 게 아니고, 비가 올 때마다 물고기 사체가 떠오르는 건 한참이나 된 사건사고이건만 조중동(조선·중앙·동앙)가 너무 조용하다”면서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언론들의 침묵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누리꾼 ‘jkh1914’도 “청계천 공사에 온 언론이 칭찬 난리부르스를 치더만 지금은 뭐하냐”고 따져 물었다.
또 “비가 오면 생활하수가 청계천으로 흘러드는 구조로 설계돼 있다고 서울시 관계자들은 말하는데, 오염문제가 충분히 예상됐던 만큼 대책마련 등과 같은 구조적 해결책을 사전에 좀 더 고민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임기 내 업적달성에만 급급했던 이명박 시장은 차후 발생할 문제를 차기 시장에게만 전가할 생각이냐”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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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리꾼들이 ‘청계천은 과연 성공적인 복원 모델일 수 있는가’를 두고 격론을 벌이고 있다. ⓒ 네이버 화면 캡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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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꾼 ‘pnccc’는 청계천을 ‘청계 아쿠아리움’이라 표현하며 “도대체 관리사무소장은 누구냐”고 조소했다.
이번 사태와 함께 청계천 복원을 자연하천 복원으로 대다수 시민들이 잘못 인식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문제가 제기됐다.
누리꾼 ‘neofelis’는 “한강물을 펌프로 초당 3억 톤씩 퍼다 계속 흘려보내야 하는 게 바로 청계천”이라면서 “그야말로 거대한 ‘밑 빠진 독’ 아니냐”고 지적했다.
그는 “청계천은 바닥을 콘크리트로 했다는 점과 하천의 본래 기능인 강수(降水)배수로의 역할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물을 채우기 위해 다른 곳에서 계속 가져다 쏟아 부어야 한다는 점에서 ‘비(非)자연복원’이라 말할 수 있다”면서 “천문학적 액수의 세금이 양수시설 유지관리 및 전기세로 매일 쏟아져 나가고 있다”고 꼬집었다.
누리꾼 ‘mswtm’은 “토목기술자로서 청계천을 보면 그저 안타까울 따름”이라며 “최소한의 자정능력도 없는 인공하천을 급조해야만 했냐”고 따져 물었다.
그는 “청계천은 이미 하천이 아니라 ‘청계어항’인 셈”이라면서 “자연하천을 만드는 일이 어려운 게 아닌데 (이 시장이)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임기 내 (복원을) 서둘러 끝내려다 보니 저런 조잡한 어항이 돼버렸다”고 잘라 말했다.
한편, 물고기 집단폐사 등의 문제가 반복되는 청계천 복원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누리꾼들이 현재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노들섬 오페라하우스 건립에도 비판적인 견해를 전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김세옥 (okokida@dailyseoprise.com)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