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내 잡기장

대선 씁쓸함 1에 대한 보충(이벤트성 사업)

1.
두번째 이야기는 "이벤트성 사업"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저의 문제의식은 금민 지도부가 출범하던 작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유럽출장 중이어서 당대회에 참여를 하지 못하고 돌아와 홈페이지에서 당대회 사진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플랭카드에 "사회적 공화주의"라는 글자와 함께 "제7공화국 건설"이라는 처음 보는 슬로건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사회적 공화주의야 강령 등에서 대한 논의에서 일부나마 이야기 되었으나, "제7공화국건설"이란 슬로건은 정말 생소한 것이었습니다. 이후 몇몇 당간부들에게 그 실체에 대해 문의를 했을 때 "사회적 공화주의를 실현하는 공화국"이라는 설명과 함께 "자세한 것은 추후 계획에서 나올 것"이라는 설명을 들었습니다. (이후에 다시 나오겠지만, 이와 비슷한 표현을 참 많이 들었습니다.)
 
저는 사실 "제7공화국 건설"과 같은 슬로건에 반대합니다.
노회찬이 같은 슬로건을 들고 나왔을 때 심상정이 "언제 헌법이 잘못 되어서 문제가 있었던 적이 있는가?"라고 되받아친 적이 있었습니다. 헌법학자가 보면 까무러칠 일이지만, 그만큼 서민들에게 헌법은 먼 이야기입니다. 정치 슬로건은 매우 구체적이고 선명해야 한다는 점에서 "청년좌파", "돈세상뒤엎어라" 식의 추상적이고 선언적인 어법은 초창기 우리를 들어내는 데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현 시점에선 맞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하여튼 이후 "제7공화국 건설"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들이 나오기를 기다렸습니다. 관련 특위까지 꾸려졌지만, 구체적인 내용이 나오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함께 사업을 진행한 "대학생 사람연대"가 나름대로 개헌을 중심으로 한 대자보와 교양자료를 배포하면서 나름의 역할을 진행하였습니다만, 당이 제7공화국 건설(혹은 개헌국면)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한 것은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앞서 글에서 언급한 "고속도로 이용료"도 마찬가지입니다.
애초 고속도로 이용요금 관련 내용으로 저에게 문의가 왔습니다. 저는 환경적 측면에선 언급할 내용이 많지 않다고 답변을 주었습니다. 무분별한 도로건설에 반대하고, 자동차 문화가 지나치게 확대되는 것을 경계하는 입장에서 "고속도로 이용료"를 낮추거나 무료화를 적극 주장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사회정의적 차원에서 국가의 역할과 관련해서는 필요한 부분이라 생각했기에 반대하지는 않는다는 내용의 조언이었습니다.
 
또한 과거 같은 문제제기를 했던 이들이 많았기에 - 지금도 진행중인 사안입니다. - 단기간의 문제제기보다는 장기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조언을 함께 덧붙였습니다.
 
이후 당의 공식사업이 되었고 지역별로 캠페인을 진행했으나 그다지 더 진행되지는 못했습니다. 저처럼 미온적인 태도를 취하는 사람이나 임세환 동지처럼 반대하는 사람도 있었겠지만, 어쨌든 당의 사업인데 그냥 흐지부지되는 것에 대해서는 안타까운 심정입니다.
 
이는 공당으로서의 한계를 드러냈기 때문도 있지만, 이와 비슷한 일은 몇 번 더 있었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중앙위에 제출된 2005년 하반기 계획서에 포함된 "천성산 관련 사업"입니다. 중앙위원이 아닌 저는 관련한 내용을 듣고 바로 반대 의사를 전달했습니다.(중앙위원회가 끝난 이후였습니다.) 2005년 하반기는 지율스님의 단식이 끝나고 천성산 투쟁이 소강기에 접어들 당시였습니다. 따라서 당이 주요 사업으로 이를 채택하기는 적절치 않다는 의견이었습니다.
 
하지만 당은 자신의 계획으로 천성산 투쟁을 계속 이어가고 각종 캠페인과 계획을 추진하는 것을 잡았습니다.  "당 환경정책위원"의 역할과 "천성산 투쟁에 적극적인 단체 대표"의 역할을 맡고 있는 제 입장에선 너무나 무리한 계획이라고 생각해 문제제기를 했습니다.
 
하지만 중앙위가 끝나고 문제제기 하는 것은 너무 늦은 일이었고, 비정규직, 장애인 관련 사업과 함께 주요 핵심사업으로 선정된 천성산 투쟁은 결국 별다른 사업추진도 없이 그냥 지나버렸습니다.
(사후 평가에 있어서도 큰 언급없이 지났던 것으로 기억납니다.)
 
2.
이번에 이런 글을 쓰게 된 발단이 되었던 "6대 개발공사"이야기는 그 다음에 나옵니다. 선거 정책팀에서 역시 "6대 개발공사"에 대한 자문을 구해왔습니다. 과거 홍성태 교수팀을 중심으로 책까지 나와 있는 상태라 기초자료는 만들어져 있는 상태였기에 자료를 찾기는 쉽겠으나, 개발공사 개혁이 민영화로 귀결되어서는 안된다는 답변을 주었습니다.
 
또한 "사회적 공화주의"를 선거의 메인 슬로건을 사용할 것이면 "6대 개발공사"보다는 "사회적 공화주의"에 맞는 다른 정책이 더 낫지 않겠냐는 의견도 함께 제시했습니다. (당 강령 등에서 밝히고 있는 사회적 공화주의와 생태국가는 논리의 간극이 너무 커서 사실 어떤 관계인지 알기에 어렵습니다. 최소한 저는 모르겠습니다.)
 
이후 별도의 팀까지 구성해서 논의가 진행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조만간 정책이 완료될 것이다는 이야기도 전해 들었습니다만, 정작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관련 논의가 진행되는 국면에서 "어려울 듯하다"는 이야기 들리는 것을 보고 사실 조금은 "황당"하고 조금은 "또(!)"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서 글에서 간단히만 언급하고 넘어갔지만, 당의 지도부가 "글" 혹은 "정책" 혹은 "계획"을 밝히겠다고 이야기했지만 제대로 진행되지 않은 일들은 꽤 많이 있었습니다.
 
올해 있었던 일들만 정리해봐도 "사람연대 개편안(사람연대에 대한 논의는 이번 글들에서 쟁점이 아니라 그냥 넘어가겠습니다.)", "생태주의에 대한 입장과 조직화 계획", "생태교육에 대한 입장 및 계획".... 어떤 것은 "책"의 형태로 어떤 것은 계획과 실천의 형태로 발표될 것이라는 "예고편"이 많이 돌았습니다. 또한 일부는 어느정도 단계까지 진행되고 있는 모습도 보았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한편에선 아직 실체를 알 수 없는 그 내용에 대해 "확대 재생산"을 감행하는 - "대단한 내용일 것이다"라는 식으로 - 몇몇 이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위의 내용 모두에 대해 제대로 된 결과를 보지 못했습니다. 그나마 "사회적 공화주의"에 대해 자세한 설명일 것이라는 책이 동일한 이름의 기존 칼럼을 정리한 형태(몇개의 글을 첨가해서)로 나왔고, 당에 대한 해설이 담긴 짦은 글로 나온 것에 대해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것입니다.
 
이러한 일들을 몇몇 지도부에 대한 비판으로 이해하면 곤란합니다.
특히 당 지도부에 대한 직간접적 비판을 불편해하는 많은 이들이 오해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공당이기 때문에 이는 당간부를 비롯한 지도부의 책임이기도 하고, 당원 전체의 책임이기도 합니다.
 
오히려 더 큰 문제는 약속과 계획이 제대로 추진되고 있는지 감시하고 감독해야할 많은 이들이 "침묵하는 다수"로 남아 있는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제가 "이벤트성 사업"이라고 이야기했던 사업 작풍에 대한 치유책으로 연결됩니다.
 
"이벤트성 사업"이란 애초 치밀한 계획없이 즉자적인 생각과 판단만 갖고 사업이 진행되다 흐지부지되거나 단기간에 끝난 것을 이야기합니다. 따라서 지속되지 못하고 내용의 깊이가 얕으며 비슷한 다른 일을 할 때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입니다.
 
지금의 국면에서 "이벤트성 사업"은 조직역량이 없기 때문에 더욱 그러한 경향을 띠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이 조직역량이란 사업을 지속성 있게 하는 실력이기도 하겠지만, 지속적으로 진행하도록 하기 위한 당의 시스템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아직 우리에게는 이러한 시스템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서로가 서로에 대한 비판에 불편해 하고, 비판을 받아들이지 않는 일들도 많으며, 괜히 나서서 "집중 포화"를 맞고 싶지도 않아 하는 것 같습니다. 이것이 현재의 문제점이자 해결의 단초가 아닌가 합니다.
 
2.
사족을 하나 더 붙이겠습니다.
 
관악산 관통도로 사업의 경우에도 앞서 맥락에 맞춰 "남들이 수년전부터 하던 사업을 '그냥 찔러보는 식'으로 한다면 비젼없다.", "남들이 다들 들고 나올땐 조용히 있다가(참고로 관악산 관통도로 반대는 2002년 원용수 서울시장후보의 공약이기도 했습니다. 그 후 사회당의 반대활동은 전무했습니다.) 이제 나서는 것에 대해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는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또한 관통도로 한 개 보다는 관악구 지역활동을 염두해 두고 폭넓은 의미의 "관악산 살리기"로 확대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도 덧붙였습니다.
 
저는 관악산 관통도로가 이벤트성 사업의 예가 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아직 완결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의 진행에 있어 중요한 것은 이 일을 중심으로 하고 있는 서울시당이 이후 조직적 성과를 어떻게 남길 것인가라는 측면입니다.
물론 서울시당내 환경위와 같은 조직적 성과가 남지 않는다고 해서 이벤트성 사업을 했다고 볼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 자체로도 충분한 성과일 것입니다.
 
하지만 외각에서 보는 눈은 다릅니다.
지금은 누구나 환경을 "구색"으로 맞추고 싶어하는 시대입니다.
지역정치에서 "환경단체 회원" 명함이 없는 사람이 없고, 누구나 친환경적이고 싶어 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슈가 있을 때 한 번 왔다가는 사람을 좋게 보는 환경단체, 지역단체는 없을 것입니다.
해당 지역에서 비슷한 이슈가 있을 때 계속 발언을 이어가지 못한 다면 그 애초의 마음이 어떠했든 "한 번 찔러보는 것"이상 이하도 아닐 것입니다. 특히 정치 영역은 그렇게 보입니다.
 
이후 계속되는 사업들에서 서울시당의 이름으로 사업을 연결해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따라서 저는 이후 사업 진행에 있어 서울시당의 역할에 많은 기대를 갖고 있습니다. 건투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