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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잡기장

대선 씁쓸함 1에 대한 보충(정책단위)

0.
인터넷 게시판에 글 쓰기는 일반적인 논문쓰기와 많이 다릅니다. 무엇보다 각주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큰 줄거리를 중심으로 쓰다가 다른 이야기가 나오면 괄호를 쓸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다양한 이야기가 왔다갔다 하면서 중언부언하는 측면이 있습니다.(또한  비문과 오타도 많습니다.)
 
그러나 HWP로 첨부해서 글을 쓰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게시판은 논쟁의 공간이고, 저는 문제제기를 위해 글을 쓴 것이기 때문입니다. 몇몇 분들이 논쟁에 화답을 해주신 것을 감사하게 생각하지만, - 과거부터 반복되어 온 당의 문제점(혹은 현실)인 - "침묵하는 다수"를 향해 이야기를 하고 싶은 마음이 더 큽니다.
(솔직히 이제 그 "침묵하는 다수"도 너무 작아져서 걱정입니다.)
 
1.
제 첫번째 글은 정책정당으로 당이 발전하지 못하는 한계를 지적하고 이의 해결을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지도부의 의지"가 있어야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의 보충설명을 위해 청년진보당 시절부터 저의 경험을 중심으로 당의 정책 설정과정에 대해 이야기하겠습니다.
 
오창엽 동지의 말처럼 청년진보당 시절부터 정책단위는 있었습니다. 각종 원고청탁과 성명서, 당보 등 매체 지원이 주요 업무였습니다. 하지만 제가 언급했던 "정책단위"란 이런 업무를 담당하는 곳이 아닙니다. 정당으로서 "국가 정책"의 방향을 만들기 위한 작업을 하는 곳 - 진정한 의미의 "정책"을 생산하는 곳을 의미합니다.
 
이와 관련해 간단하게만 설명하고 넘어갔지만, 우리 당 내부에는 아직도 "정책"에 대한 다양한 정의가 존재하고 있습니다. 앞서 이야기한 매체를 중심으로 한 "선전/홍보"가 정책과 혼동되기도 하고, 맑스나 레닌읽기 같은 교양(혹은 교육)이 "정책"으로 이야기되기도 하고, 당의 발전 전략(혹은 미래조직전략, 포지셔닝, 진보운동재편 등)이 "정책"으로 이야기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는 전형적인 "운동권식 정책"정의 입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책"생산을 전문으로 하는 단위가 필요합니다. 정책은 실제 국가 정책을 분석하지만 운동과 접목되어야 하기에 "학자의 정책분석"과 다르고, 단지 시민운동(혹은 다른 진보정치운동)의 내용을 베껴오는 것을 넘어야 하기에 "선전/홍보"의 영역과 다릅니다. 독창성과 고민, 그리고 당의 정체성과 맞물려 이를 고민할 수 있는 단위가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는 그러지 못했습니다.
일단 선거철을 중심으로 보면, 저는 1998년 보궐선거, 2000년 총선, 2002년 대선, 2004년 총선, 그리고 지금 진행 중인 2007년 대선의 환경정책을 직접 쓰거나 쓴 글에 대한 코멘트를 달았습니다.(2002년 지자체와 2006년 지자체 선거 정책에는 함께 하지 않았습니다.)
 
1998년과 2000년의 선거정책 만드는 풍경은 대충 이러했습니다. 기본 정책에 대한 초안이 작성되면, 다른 후보가 단계적 폐쇄면 우리는 즉각 폐쇄, 누군가가 10% 미만이면 우리는 10% 이상.... 정당의 차별화(급진화 등)을 위해 구체적인 숫자와 실행 계획에 대한 논의(공유) 없이 페이퍼를 만드는 작업을 중심으로 논의가 진행되었습니다.
구체적인 고민과 실천 방안을 고민하지 않고 표현의 급진성, 숫자의 급진성만을 찾다보니 그것이 실제 어떤 의미인지, 얼마나 구현가능한 것인지는 관심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당시 우리의 선거공약이었으나 이후 민주노동당의 핵심 선거 공약이 된 3무정책(무상의료, 무상교육, 무상복지)이 대표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당간부(혹은 당원)들은 이것이 우리의 조직력이 부족해서 그렇다고 자탄하고 말지만, 저는 2000년 당시부터 "왜 실현가능한 공약"에 대한 구체적인 고민을 하지 않느냐고 비판을 가했습니다. 정책은 결국 구체성과 지속성의 싸움입니다. 2000년 대선 이후 우리의 슬로건이었던 '3무정책'은 민주노동당의 핵심 공약이 되었고, 이후에도 비슷한 경험을 몇 차례나 반복되었습니다.(가장 최근에는 "제7공화국 건설"이 비슷한 과정이 아니었나 합니다.)
 
그래도 2000년 선거의 경우에는 "메인 슬로건(우리는 다르게 생각한다. 청년좌파)"과 맥을 연결하려는 시도들이 있었습니다. 아직까지 당원들이 기억할지 모르겠으나 "환경비용의 민중전가 반대!! 환경문제의 직접규제 강화!!" 같은 것들은 - 지금보면 빈틈이 많은 공약이기는 하지만 - 원칙의 천명(선언)이라는 측면에서는 분명한 의미를 갖는 것이었습니다.
 
이후 2002년 대선에서의 정책 개발은 사실 촉박한 시점과 가장 뒤에 나온 "메인 슬로건(정책기조)"으로 인해 "선거 공약 나열집"(당시 당원용 교양자료집에도 똑같은 표현을 사용했다.!)의 의미 이상이하도 아니었습니다. 환경정책과 관련해 한반도 정책과의 충돌등이 걱정되어 (지금도 KEDO를 통한 북한에 핵발전소를 건설하는 것은 환경운동과 평화운동의 쟁점사항이다.) 당시 선거 정책팀에 관련한 논의가 있어야 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던졌으나 들을 답변은 "알아서 하라"는 것이었습니다. 당내에서 이에 대한 논의는 없이 임박한 선거에 정책을 채우는 - 사실은 다른 곳에서 낸 정책을 짜집기 하는 - 수준을 원하는 것이었습니다. 몇가지 한계와 문제제기를 했으나 정책은 그대로 선거자료집이 되었고, 사회당의 선거 공약이 되었습니다.
 
2002년까지 몇 차례 경험을 하고 나서 저의 태도는 "냉소적으로" 바뀌었습니다. 선거 정책을 선거를 위한 구색맞추기 정도로 할 수 밖에 없는 물리적 상황(시간의 임박함, 인력과 재정의 한계)와 정책이 어떻게 나오는 지 별로 중요하지 않은 조직적 상황(매번 선거에서 핵심 정책이 무엇이었는지 생각보라! 구체적인 정책대응이 아니라 "보수정치 타파" 같은 것이 핵심이지 않았던가?)이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인력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오창엽동지는 최광은 동지를 비롯한 정책역량이 계속(다른 조직보다 안정적으로) 있었다고 이야기하지만, 저는 다르게 생각합니다. 앞서 이야기한 선거들에서 선거 정책담당자는 모두 다른 사람이었습니다. 2003년 이후 최광은 동지가 정책위원장을 맡은 것은 사실이지만, 동시에 5-6개의 직함과 역할을 맡고 있는 동지가 안정적인 정책을 담당할 수 없다는 것은 매우 자명한 사실입니다. 그나마 최광은 동지가 정책위 활동을 통해 당보나 선거 자료집이 아닌 정책자료집 "Socialist"이 - 당 10년역사를 통 털어 최초이자 마지막으로 - 나왔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입니다. 이는 최광은 동지의 -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 헌신적인 노력과 의지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제가 보기에 현재의 당조직은 개인의 의지를 통해 어렵게 문제를 풀수 있는 상태이지 조직적으로 "정책정당"을 지향하고 있는 진보정당은 아닌 듯합니다.
 
어쨌든 2004년과 2006년 선거에서 저는 공식적으로 "그냥 있는 거 쓰세요"라고 답했습니다. 지자체 선거에서는 중앙의 환경정책보다는 해당지역에 맞는 정책을 개발해야 하는데 어짜피 부족한 시간에 그것을 할 수 없는 상황이기도 하고, 정책을 만들어 봤자 당의 내부로 그것이 투영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직접규제 강화"가 몇차례 강연과 설명으로는 당의 실 내용으로 직접 투영되지 않은 것처럼 어떤 정책이 당의 내용으로 심화되기 위해서는 "당 내부에 사람이 있어야 합니다." 1998년 이후 당에 환경 담당자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을 했지만, 2004년 이후부터는 더욱 적극적으로 1명이 할 수 없다면 0.5명이라도 좋으니 저와 함께 일을 만들수 있는 사람을 세울 것을 요구했습니다. 2002년 독립좌파 사태의 여파도 있었겠지만, 결국 인력은 충원되지 않았고 - 간혹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네가 해야지!"는 공허한 답이 들리기도 했습니다.
 
다람쥐 챗바퀴 도는 일들이 돌고 돌아 이제 2007년이 되었습니다.
올해는 또 다른 정책담당자가 환경정책을 만들겠다고 사무실을 찾아 왔기에 위의 이야기를 1-2시간 동안 계속 했습니다. 그리고 필요한 것이 있으면 언제라도 연락을 하라는 이야기도 잊지 않았습니다.
 
보내온 정책만큼의 코멘트를 달아서 보낸지 딱 한달이 지난 오늘 2007년 환경정책 최종안이 다시 왔다. 여러가지 정책을 한꺼번에 담당하고 있어 너무나 힘들었을 것입니다. 또한 다소 짖꿎게, 그리고 까칠하게 코멘트를 달았던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을 지도 모릅니다.하지만 이전보다 깔끔하고 보기 좋은 환경정책이 나온 듯해서 그나마 마음이 가볍습니다. 아직 답변을 하지 않았지만, 지금까지의 정책에 비해 완성도는 좋은 듯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것으로 만족하지 않습니다.
진보정당에 있어 "정책"은 핵심이기 때문입니다.
시민사회, 다른 진보정당의 좋은 정책이 있으면 가져오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만, 그 속에서 우리의 특색이 있어야 합니다. 우리의 정치적 기반, 사상적 이념과 맞아 떨어지는 정책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그건 그저 "베껴온 숙제"에 지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2.
아래 임세환 동지의 "동지는 무엇을 했습니까?"에 대한 답이 되었으면 합니다. 저는 이런 일을 했습니다. ^^ 짧은 글에 이런 이야기를 다 쓸 수 없어 그냥 두리뭉실 썼던 것입니다. (질책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는 것 아실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