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제21 토론회 원고 - 2007년 5월>
환경적 측면에서 더욱 깊게 고려되어야 할 강화조력발전소
- 에너지 문제와 기후변화문제를 중심으로-
이헌석(청년환경센터 대표)
0. 들어가며
얼마 전까지만 해도 풍력, 태양광, 바이오매스 등 재생에너지 도입이 모두 새로운 시대의 대안처럼 회자되곤 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단지 관련 기술을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적정기술의 도입, 분산형 시스템, 민주적(시민참여형) 에너지 시스템의 도입과 같은 재생에너지의 기본 원칙을 지키지 않은 에너지원의 도입이 최근 들어 새로운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풍력 및 태양광 발전소 설치를 둘러싼 환경문제와 지역갈등, 바이오연료 생산 증대로 인한 식량가격급등과 종다양성 훼손문제 등 재생에너지 보급이 확대되고 그 산업적 가치가 인정되면서 생기는 새로운 갈등은 이제 ‘기우’가 아닌 현실이 되고 있다. 이러한 갈등은 제주 난산 풍력발전소 건설 문제처럼 우리나라에서도 구체적인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강화 조력발전소는 또 다른 갈등 요인이 될 공산이 크다.
신재생에너지를 확보하고 CO2 배출을 줄여 환경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고자 한다는 사업목적과 반대로 조력발전이 갖고 있는 기술적 특성과 충분히 검토되지 못한 환경영향 분석으로 인해 대규모 조력발전은 우리 사회에 ‘충분한 검토 없이 진행되는’ 재생에너지의 위험성을 알리는 또 하나의 예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 글에서는 강화조력발전소의 주요 사업 목적인 신재생에너지 개발과 기후변화문제 대응을 중심으로 현재 진행 중인 강화조력발전소의 문제점에 대해 짚어보려고 한다.
1. 교토메카니즘과 CDM을 둘러싼 환경단체의 이견
1997년 작성된 교토의정서(kyotoprotocol)은 부속서 I(Annex I) 국가들이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타국의 온실가스 감축을 돕기 위한 세 가지 협력 메카니즘을 갖고 있다.
- 국제배출권거래제도(IET) : 각국이 자국에서 허용된 온실가스 배출량 중 일부를 거래할 수 있도록 한다.
- 공동이행(JI) : 선진국이 다른 선진국에서의 투자로 인해 발생하는 배출감축을 인정한다.
- 청정개발체제(CDM) : 개도국의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지원을 인정하고 투자국(혹은 투자사) 자신이 사용하기 위한 CER(Certified Emission Reduction)을 발급하는 온실가스배출감축 프로젝트를 허용한다.
소위 교토메카니즘이라고 불리는 이들 협력 방식은 선진국들의 온실가스 감축을 촉진시킨다는 명분으로 적용되었지만, 실질적인 온실가스 감축이 아니라 온실가스 감축을 회피(loophole)하는 수단으로 각 메카니즘이 악용될 것이라는 환경단체의 비판을 받아왔다.
특히 배출권거래제와 CDM의 경우, 선진국의 직접적인 온실가스 감축이 아니라, 선진국의 경우에는 기존 배출양은 그대로 용인하면서 개도국의 배출권을 침해하는 방식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아 온실가스 비감축, 온실가스를 저감을 둘러싼 남북문제 심화, 탄소거래를 통한 기후변화문제 왜곡 등이 교토의정서 채택 이전부터 지적되어 왔다.
이러한 지적은 현재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얼마전 열린 IPCC 3차 보고서 발표에서 르완다를 비롯한 빈국 대표단의 CDM 비판이다. 이들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기술이 공유되어야 함을 주장하고 온실가스 배출의 책임이 없는 빈국들이 온실가스 배출의 책임을 나눠지는 것뿐만 아니라 이후 경제 발전의 미래까지 빼앗기고 있다고 항변하고 있다.
CDM에 대한 또 다른 비판은 이것이 ‘새로운 돈벌이’로만 머물고 있다는 것이다. 애초 선진국들의 온실가스 감축과 무관한 CDM 방식은 기술 및 자본을 투자함으로써 새로운 시장과 부를 창출하고 있다. 이미 전세계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탄소펀드는 30여종 25억유로(3조 1200억원) 규모에 이르고 있다. 탄소펀드는 CDM 사업의 일환으로 온실가스 감축 사업에 투자하기 위한 펀드를 조성, 관련 사업에 투자한 후 확보된 온실가스 배출권을 팔아 그 수익을 다시 투자자들에게 나눠주는 방식의 펀드이다. 날로 심각해지는 기후변화의 위협 앞에 이러한 탄소펀드의 탄생은 문제의 본질을 외면한 채 ‘기후변화 마케팅’의 일환으로 문제를 바라보고 있는 현실을 잘 보여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2. 강화조력발전소 건설의 득과 실
2.1. 전원공급필요성에 대한 검토가 충분히 이루어졌는가?
현재 전력수요의 예측은 2년에 한번씩 15년 단위로 설정되는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통해 결정된다. 전력수급기본계획은 각 발전사업자의 발전의향서와 전력수요예측 등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하기 위한 국가단위의 기본계획이다.
최근 발표된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현재 전력수요 증가율은 계속 감소되어 2013년 이후에는 연평균 1% 대의 전력수요 증가율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구분 |
2006 |
2010 |
2015 |
2020 |
전력수요예측(전국) |
353,086 |
416,623 (4.6%) |
456,443 (1.8%) |
478,555 (1.0%) |
전력수요예측(수도권) |
135,888 |
164,096 (4.8%) |
186,255 (2.6%) |
196,926 (1.1%) |
<전력수요예측 (단위:백만kWh / 괄호 안은 연평균증가율)>
이처럼 전력수요감소가 생기는 것은 점차 우리 사회가 전력저소비형사회로 바뀌어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전력수요예측이 이며, 이에 따라 영흥화력 7~10호기, 보령화력 9~10호기, 태안화력 9~10호기, 신고리핵발전소 5~6호기 등 대규모 발전소 건설계획이 유보되는 일이 발생하였다.
이러한 가운데 25.4MW급 32기(총 812.8MW)의 발전용량을 가진 강화조력발전소의 건설이 국가에너지 정책과 맞물려 함께 고민되었는지에 대해 의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핵발전소 한기의 용량이 1000~1400MW이고, 최근 새로 짓는 화력발전소의 용량이 870~1000MW 라는 것을 생각하면 발전소 가동률이 100%에 미치지 못하는 조력발전소의 특성을 고려하더라도 불필요한 시설의 증설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십분양보해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방안의 일환으로서 조력발전소 건설을 인정한다 할지라도 이는 국가 에너지 정책차원에서 함께 논의되어야 할 문제이지, 지자체와 발전사업자가 논의해서 결정할 문제는 아닐 것이다. 강화조력발전처럼 규모가 있는 재생에너지의 보급은 핵발전이나 석탄화력처럼 환경적으로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발전소의 폐쇄와 함께 논의되어야 될 문제이며, 일방적인 발전소 증설로 발전설비만 증가시키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2.2. 기후변화 해결을 위한 조력발전?
온실가스 감축은 비단 CO2의 감축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CO2는 그 양에 있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그 중요성이 강조되는 것이지 CH4, NOx, HFC, CFCs 등 다른 온실가스의 온실효과에 미치는 영향은 CO2에 비해 월등하다.
따라서 진정으로 기후변화문제 해결을 하기 위한다면, 전력생산을 통한 CDM사업 참여이외에도 다른 방법들이 있다. 아래 표에서 보듯 발전시설을 통한 온실가스 감축량에 비해 다른 생산공정에서 나오는 온실가스나 매립지 매탄가스를 감축함으로 써 얻는 CO2감축량이 훨씬 큰 것을 알 수 있다.
사업명 |
연간감축량 (천tCO2) |
사업참가자 |
비고 |
울산화학 HFC 열분해사업 |
1,400 |
울산화학,퍼스텍 |
CER 발행 |
로디아폴리아마이드N2O흡수시설 |
9,151 |
로디아(본사,일본) |
CER 발행 |
시화조력(254MW) |
315 |
수자원공사, 에코아이 |
등록 |
강원풍력(98MW) |
149 |
유니슨, 에코아이, 마루베니 |
등록 |
수도권매립지가스(50MW) |
1,210 |
수도권매립지공사 |
등록 |
LG화학 나주공장 연료전환사업(27천KL) |
219 |
LG화학 |
등록중 |
대전매립지 가스발전 |
233 |
대전시, 에코아이 |
등록중 |
대구 방천매립지가스발전 |
497 |
대구시, 에코아이 |
등록중 |
등록완료 CDM 사업 소계(14건) |
13,918 |
전세계 감축량 140,4천tCO2(650개 사업)로 한국은 9.9% 차지 | |
등록중 CDM 사업 소계(5건) |
1,082 |
<주요 국내 CDM 사업등록현황>
이는 기존의 화력발전에서의 CO2 배출량을 기준으로 CDM 사업을 적용하는 것보다 다른 온실가스 감축을 통해 CDM 사업을 참여하는 것이 - 원래 목적으로 밝히고 있는 것처럼 - 기후변화 해결에 더욱 도움이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예가 될 것이다.
2.3 조력발전에 대한 환경적 문제제기
조력발전으로 인한 환경적 피해와 관련해서는 충분하고 제대로 된 검토가 필요하다.
조력발전이 지속적인 에너지원으로 인정되는 것은 화석연료처럼 CO2 배출과 폐기물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지 건설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방조제가 친환경적이라는 것이 아니다.
조력발전의 환경적 문제가 가장 많이 언급되는 어류생태계 파괴(어업권 피해)와 토사 퇴적의 변화에 따른 갯벌유실, 수질악화 등의 문제를 부실하기 그지없는 현재의 환경영향평가제도를 통해서만 검증받겠다는 생각은 버려야 할 것이다. 강화갯벌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생태적 중요성이 강조되는 세계 3대 갯벌 지역 중의 하나이며,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곳이기도 하다.
특히 과거 새만금, 시화호 사례에서 방조제 건설로 인한 해류의 변경과 이에 따른 해양생태계 변화는 심각하게 문제제기 되었던 만큼 충분한 환경영향평가와 지역주민, 시민단체의 의견 수렴이 이루어진 이후 발전소 건설에 대해 결정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또한 대규모 발전소 건설로 인한 송전탑 건설, 테마파크 건설로 인한 부수적인 자연생태 파괴 문제 역시 강화도를 둘러싼 환경적 문제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지점이다.
3. 문제해결을 위한 다면적 접근이 필요하다.
이미 맹목적 재생에너지에 대한 환상은 깨어졌다.
무조건적 재생에너지 확대를 둘러싼 지역주민, 환경단체의 문제제기가 이미 진행되고 있으며, 이를 해결하지 않는 가운데 재생에너지 확대는 - 인류의 중요한 과제임에도 불구하고 - 결코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
바꿔 말하면 ‘환경적 가치’ 접근에 있어 이제는 다면적 접근이 필요하다.
단지 에너지원으로서 재생에너지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해당에너지원이 적용될 때 생길 수 있는 사회-문화적 요인, 에너지문제 이외의 다른 생태적 피해 문제, 지역주민과 시민사회의 의견 수렴 문제, 해당지역에 적정한 기술의 선택 문제 등이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이러한 고려 없이 진행되는 조력발전소 건설은 분명히 거대한 반발에 부딪칠 것이며, 특히 지금처럼 해안선의 모양마져 바꿔버릴 정도로 심각한 자연 훼손 행위가 지자체의 일방적인 발표로 진행되게 된다면 그 저항은 더욱 증폭될 것이다.
강화조력발전소를 둘러싼 결정은 아직 늦지 않았다.
환경적 피해에 대한 분석, 경제성과 전력수요에 대한 검토 등을 충분히 거쳐 결정해도 늦지 않은 문제이다. 당장의 전력이 부족한 것도 아니며, 조력발전소 건설이 지역의 숙원사업인 것도 아니다. 강화의 아름다운 갯벌과 서해안 중요성은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사업계획과 맞바꿀 만큼 그렇게 가벼운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별첨 - CDM사업의 싸이클>
<별첨 - CDM 사업에서 사용할 수 있는 지속가능성 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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