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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환경/생태

한강 잠실대교 하류는 얼지않는다… 왜? ①짠 바닷물 밀려온 탓 / ②준설로 수심 깊어져

한강 잠실대교 하류는 얼지않는다… 왜?
①짠 바닷물 밀려온 탓
②준설로 수심 깊어져

서울의 한강은 요즘 왜 잘 얼지 않을까? 3일 서울의 아침 기온이 영하 14도까지 내려갔지만 한강대교 밑으로 강물은 유유히 흘렀다. ‘10한(寒)1온(溫)’이라는 신조어를 만들며 월평균 기온이 영하 3.9도를 기록해 겨울 전력 사용량이 여름을 추월했던 기현상을 보였던 지난해 12월. 하지만 서울 강북과 강남을 연결하는 다리 밑은 얼지 않았다. 1980년대 중반까지 한강은 꽁꽁 얼어 사람들이 걸어서 건너다녔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날씨가 따뜻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비밀도 있다. 한강이 다 같은 게 아니다. 송파구 잠실대교 아래에 설치된 한강수중보를 기준으로 상류는 얼고 하류는 얼지 않는다. 이유는 바닷물 때문이다. 오전 7시와 오후 7시 하루에 2번 인천에서 밀물이 올라온다. 밀물과 썰물 때는 수심 차이가 크게는 1m나 난다. 하루에 2번씩 한강물이 크게 섞이는 것이다. 그러나 밀물은 잠실대교를 넘지 못한다. 지난 1986년 취수원 관리를 위해 한강수중보가 건설되면서 잠실대교 위로는 짠물이 전혀 올라가지 못하게 됐다.


▲ 3일 잠실대교 아래 한강수중보 인근. 영하 14도의 날씨에도 강물은 얼지 않았다.(오른쪽) 2003년 1월 한강수중보보다 상류에 있는 천호대교 부근. 겨울이 되면 자주 얼어붙는 곳이다.(왼쪽) 조의준기자·조선DB

잠실대교 부근의 한강시민공원에서 근무하는 방귀복(54) 관리원은 “최근에 날씨가 그렇게 따뜻했는데도 지난 1일까지 잠실대교 상류 쪽으로는 얼음이 얼어 있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이유는 한강의 유량(流量)이 늘었다는 것. 한강에 유람선이 다닐 수 있는 최저 수심 2.5m를 유지하기 위해 1987년 강서구 행주대교 아래에 수심관리용 수중보를 하나 더 만들었다. 그 이전에는 겨울철에 강물이 말라 얕은 곳은 사람이 걸어서도 건널 수 있었단다.


기상청의 결빙측정 지점도 착시(錯視)를 일으킨다. “한강이 얼었다”는 기상청의 발표는 잠실대교 하류이면서 행주대교의 위쪽인 용산구의 제1한강대교 부근을 기준으로 한다. 이 지역은 옛 노량진 나루터가 있던 곳으로 1906년부터 전통적으로 한강의 결빙(結氷)을 측정해왔다.


이런 이유로 기상청 관측 한강 결빙일은 급속히 감소했다. 1980년 한강에 처음 얼음이 언 날은 그 해 12월 28일, 마지막으로 얼음이 녹은 날은 3월 1일이었다. 그러나 1990년에는 1월 8일 처음 얼음이 얼었다가 2월 26일에 사라졌다. 2000년에는 더 짧아져 1월 5일 얼음이 얼었다가 같은 달 21일 녹았고, 올겨울에는 작년 12월 18일 살얼음보다 약간 두꺼운 얼음이 얼었다 사라졌다.


공광훈 중앙대 화학과 교수는 “수중보로 막아 유량이 늘어났고 강물이 바닷물과 하루에 두 번씩 크게 섞이면서 얼음이 어는 빙점이 상대적으로 낮아졌을 것”이라며 “그러나 기온이 높아진 것이 얼음이 얼지 않는 가장 큰 이유”라고 말했다.

조의준기자 joyjune@chosun.com
전병남 인턴기자·외국어대 스칸디나비아어과 4년

입력 : 2006.02.03 18:53 14' / 수정 : 2006.02.04 04:24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