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년부터 시작된 이 공사에 대한 반대의견은 정말 많다..
다만 착공을 앞둔 지금.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지속성을 담보할 수 있을지가 관건일 뿐이다.
http://plaza.snu.ac.kr/~woori/bin/article.php?id=284
[ 학원 ] | 2003년 04월 제58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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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순환고속도로, 그 결말은?
얼마 전 서울대 홈페이지(www.snu.ac.kr)에 접속한 사람들은 다음과 같은 내용의 팝업창을 볼 수 있었다. 박수정,정승화 기자 / wanper13@hotmail.com
“서울대학교 교수·학생 및 약 30여개의 환경·시민단체가 공동으로 강남순환도시고속도로 건설을 반대하는 공동대책 위원회를 구성하고, ‘강남순환도시고속도로 건설 백지화’를 위한 홈페이지 (http://gangnamway .jinbo.net)를 개설하였습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이를 보고 많은 사람들이 놀랐던 것은, 서울대가 관(官)에서 하는 일에 공식적으로 반대운동을 벌이는 모습이 낯설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견원지간인 줄만 알았던 학교측과 학생측이 ‘공동으로’ 일한다는 사실 때문이겠다. 게다가 환경단체도 함께 하고 있다니, 서울대와 환경단체가 언제부터 저렇게 가까운 사이였는지 궁금한 사람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서울대 부총장과 서울대 학생, 관악구 지역주민, 녹색연합 사무처장, 민주노동당 시의원 등이 한자리에 모여앉아 대책을 논의하는 장면을 상상해보라. 쉽게 볼 수 없는 희귀한 장면이다.
학교와 학생, 주민, 환경단체
...그들의 의기투합?!
강남순환도시고속도로 건설에 가장 먼저 반대하고 나섰던 사람들은 인근 주민들이었다. 주거밀집지역을 지나가는 4∼6차선의 고속도로를 건설할 경우, 집 바로 앞에서 발생하는 자동차 매연과 소음으로 심각한 피해를 입을 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수천명이 항의 시위를 하는 등 주민들의 저항이 심하자, 서울시는 99년 도로 노선을 도시 외곽 쪽으로 우회하여 안양천과 도림천, 관악산을 지나도록 변경했다.(그림 참조)
“이 노선 변경을 기점으로 싸움의 양상이 달라졌다. 주민들의 개별적 민원이 아닌, 여러 단체들이 합세하여 함께 반대운동을 이끌게 된 것”이라고 ‘건강한 도림천을 만드는 주민모임’의 서진희 간사는 말한다.
먼저 안양천, 도림천 인근 주민들이 반발했다. 특히 하천을 따라 18.7km나 되는 고가도로를 건설하면 하천 생태계가 파괴되는 등 그 지역 환경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었다. 이에 ‘건영아파트 주민협의회’ 등 주민단체는 물론, ‘건강한 도림천을 만드는 주민모임’ 및 ‘안양천살리기 네트워크’ 등의 지역환경단체들도 강남순환고속도로 반대에 나섰다.
하천을 지나는 고가도로 뿐 아니라 관악산, 우면산을 뚫고 지나가는 9.9km의 장대터널도 심각한 환경파괴라는 문제가 제기되었다. 씨 알, SAFE 등 서울대 학생 환경 동아리를 중심으로 ‘서울대학생특별위원회’가 구성되어 도로 건설 반대운동을 시작했고, ‘녹색연합’ 등의 환경 단체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민주노동당 서울시지부’ 등이 합세하면서 운동의 규모가 커졌다.
한편 서울대학교는 2000년 6월 대책위원회를 구성하여 독자적인 노력을 시작했다. 원래 서울대측은 도로 건설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서울대 앞’의 고가도로 및 나들목 설치를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주변 경관이 나빠질 뿐 아니라 교통 혼잡, 소음, 매연으로 인해 정상적 교육·연구 지장을 초래하며, 장기적으로 계획중인 정문앞 부지 매입·활용에 차질이 빚어진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그래서 서울대 대책위가 제시한 대안은 99년 이전 노선으로 되돌리거나 서울대 앞 구간을 지하화하라는 것으로서, 강남순환도시고속도로 전면 백지화를 주장하는 여타 환경단체들과는 다소 상충되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서울시는 서울대의 제안을 거부했고, 서울대는 도로 건설에 전면 반대하는 쪽으로 입장을 바꾸어 2003년초 학생, 주민, 환경·시민단체들과 함께 ‘강남순환도시고속도로 건설을 반대하는 공동대책위(이하 공대위)’를 구성했다.
서울대, ‘우리학교 앞은 안된다’에서
‘도로 전면반대’로 입장바꿔
서울대가 돌연 강남순환도시고속도로 백지화를 주장하는 것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하는, 혹은 미심쩍어하는 반응이다. 이에 대해 서진희 씨는 이렇게 말한다. “ ‘자기들끼리 하다가 안되니까 전략적으로 입장을 바꾼 것 아니냐’, 심지어 ‘서울시와 모종의 거래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등, 공대위 내·외부에서 말들이 많았다. 그러나 내가 볼 때 그런 것은 아니다. 노선이 한차례 변경되면서 도로계획 자체에 문제가 많아졌는데, 서울대 교수님들도 그런 문제들을 인식하게 된 것이다.” 서울대 대책위 집행위원 김정욱 교수(환경대학원 대학원장)의 말도 크게 다르지 않다. “애초에는 다른 곳에서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알지 못했다. 그런 상태에서 서울대 혼자 도로 건설 전면 반대에 나설 수도 없었던 것이다. 그러다가 학생들이나 주민들, 환경 단체 등의 활동을 보게 되고, 또 도로 건설 자체에도 문제가 많아 이것이 서울대만의 문제가 아님을 깨닫게 되어서 입장을 바꾼 것이다. (최고의 대학인) 서울대가 서울대 앞의 문제에만 반대할 수는 없지 않은가.”
또, 서울대가 도로 건설에 반대하는 것은 NIMBY가 아닌가, 혹은 여지껏 관악산을 파괴해온 서울대가 환경문제에 대해 말할 자격이 있는가를 묻는 목소리도 높다. 그 동안 서울대는 관악산 난개발의 주범으로 비판받아왔기 때문이다. 3월17일자 대학신문에 실린 “서울대의 ‘내집 앞에 도로 못놓게 하기’”라는 글은 그러한 시각을 잘 보여준다. 이에 대해 서울대학생대책위 대표 조정연 씨(자연대00)는 “사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렇지만 학교 내에서 의견수렴과정을 거치고 있는 지금 이 시점에 그러한 칼럼을 실어야 했는가”하며 서운함을 감추지 않았다. 김정욱 교수도 서울대가 환경문제를 말할 자격이 있느냐는 질문에 “사실 없다”며 솔직히 시인했다. “그 동안 환경 친화적 캠퍼스에 관한 이야기도 내부적으로 있어왔으나 묵살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또 하나의 환경문제를 방관하고 있을 수도 없지 않은가”하고 김 교수는 말한다.
서울대측의 이러한 해명을 받아들이든 그렇지 않든, 서울대가 공대위의 일원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이 도로 건설 저지에 큰 힘을 실어주는 것만은 사실이다.
“서울대만의 문제가 아님을 인식한 것”
한편, 공대위가 무려 30여개의 단체로 이루어져있고 그 단체들 간의 성격차가 적지 않은만큼, 내부적으로 단합이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일단 서로 협력하고 있기는 하지만 저마다 다른 이유와 목적을 갖고 있는 ‘동상이몽’과 같은 상태일지도 모른다는 것. 이에 대해 서진희 씨는 “시각 차이가 없지는 않다”고 수긍한다. 예컨대 환경단체는 환경 파괴 문제에, 주민들은 주거권 침해 문제에, 학교는 교육권 침해 문제에 중점을 두고 접근한다는 것. 그러나 “이러한 문제들는 분리되어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로 모아진다”고 그녀는 말한다. “넓게 보면 그 모든 문제가 환경문제에 포함된다”는 조정연 씨의 말도 같은 맥락이다.
서울대학교특위와 서울대학생특위 사이에는 뭔가 껄끄러운 게 있지 않을까 지레 짐작할만도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물론 양측이 손잡고 한 목소리를 내게 된 것은 불과 몇 개월 정도밖에 되지 않았지만 말이다. “작년만 해도 학교와 학생 간에 마찰이 많았기 때문에, 학교측에서 강남순환고속도로 문제로 학생들의 협조를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김정욱 교수는 털어놓는다. 조정연 씨의 말에 따르면, “행정소송을 준비하던 서울대가 총장이 바뀌며 어수선한 틈에 소송시기를 놓쳐버렸고, 이에 학교측은 강남순환고속도로 문제에 학생들이 힘 써 줬으면 하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이후 김정욱 교수 등이 학생특위에 여러 가지 정보를 제공하고, 46대 총·부총학생회장과 여러차례 이야기를 나눈 끝에 지금과 같은 협력 관계가 형성되었다고 한다. 일단 서울대가 도로건설 전면 반대로 입장을 정리한만큼, 학생특위 쪽에서도 이번 일을 계기로 서울대가 환경문제에 대한 고민을 다시 시작할 수 있기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서로 다른 출발점,
그러나 “도로 건설 반대”에는 한 목소리
그렇다면 공대위의 “도로 건설 반대” 외침에 대해 서울시는 어떤 입장을 취하고 있을까? 공대위와 서울시의 주장은 크게 세 부분에서 서로 부딪치고 있다.
첫째, 강남순환도로가 교통난 해소에 도움이 되는가 하는 부분이다. 서울시 도로계획과에서는 강남의 격자형 도로망에 환상형 순환체계를 보완, 강남지역의 교통난을 완화시키기 위해 강남순환고속도로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공대위의 주장은 다르다. 노선이 현재와 같은 v자형으로 변경되면서 동-서 연결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울뿐더러, 서울 외곽의 교통량을 끌어와 오히려 교통난을 증대시킨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서울시 전체의 도로망을 봐야 한다. 환상형도로들이 서로 연결되어 거대한 원을 그리는 ‘링 로드’가 필요한데, 강남순환고속도로를 만들어야 링 로드가 연결된다”고 말한다.
둘째, 환경 파괴와 관련된 부분이다. 안양천 구간의 고가도로가 주변 환경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반발 때문에 서울시는 이 구간의 지하화를 고려하고 있다. 그러나 공대위측에서는 지하도로가 안전 문제에 취약하다는 점을 들어 이 구간의 도로 건설 자체를 전면 재검토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한편 공대위에서는 관악산·우면산을 지나는 터널도 큰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터널을 따라 뚫게될 여러 개의 수직 갱은 서울남부의 유일한 허파를 벌집으로 만든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서울시에서는 이 문제를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지 않다. 그보다도 남부순환로와 올림픽대로의 상습적 정체로 인한 대기오염도 생각해보라고 말한다.
셋째, 교통난을 해소하는 방법이 ‘도로 건설’인가 ‘대중교통 활성화’인가하는 문제이다. 김정욱 교수는 “2조원이라는 큰 돈을 도로 건설에 쏟아부을 것이 아니라 대중교통을 좀 더 편하고 안전하게 만드는 데 써야한다”고 강조했다. 선진국에서는 고가도로나 도시고속도로 건설을 억제하고 대중교통 활성화에 중점을 두는 추세라는 것. 그러나 서울시 관계자는 “누구나 자가용을 갖고싶어하고, ‘수요관리’라는 것도 한계가 있다. 일단 기본적인 도로망은 제대로 갖춰놓은 뒤에야 수요관리라든가 대중교통 활성화 등의 방법을 쓸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하며, 선진국에는 도시고속도로의 비율이 5%(서울은 2%)라는 말도 덧붙였다.
평행선을 달리는 양측의 주장, 그 결말은?
“도로 건설 백지화 이외의 다른 대안은 생각하고 있지 않다”는 조정연 씨의 단호한 말과 “도로 건설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서울시의 입장으로 미루어볼 때, 양측이 합의에 도달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양측이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서울시는 이미 환경영향평가서를 작성하여 환경부와 협의중에 있으며, 협의가 완료되면 단계적으로 공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일부 구간은 이미 공사업체 선정을 끝냈다고 한다. 그러나 원래 규정상 60일 이내에 협의가 끝나야하는 환경영향평가가 이미 10개월 넘게 질질 끌고 있는 상황이고 보면, 언제 공사에 착수할 수 있을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일단 공사가 시작되면 그야말로 되돌리기 어렵기 때문에, 공대위측에서는 최대한 착공을 지연시키며 보다 많은 사람에게 이 문제를 알리고자 노력하고 있다. 현재 공대위는 소송가처분이나 국회청원을 고려하고 있으며, 김정욱 교수는 “시위를 벌이는 등 실력행사를 할 것”이라며 의지를 내비쳤다.
일이 계속 이런 식으로 진행되면 최악의 경우 서울시가 공사를 강행하고 공대위가 공사장으로 몰려가 이를 저지하는 사태가 빚어질 수도 있다. 현재 북한산 관통도로 공사현장에서는 불교계와 환경단체로 구성된 시위대가 자리를 잡은 채 공사 진행을 막고 있다. 관악산 앞에서 똑같은 장면이 연출되는 것은 도로 건설에 찬성하는 사람에게나 반대하는 사람에게나 최악의 상황이 될 것이다. 과연 공사가 시작되기 전에 공대위의 도로 건설 백지화 노력이 결실을 맺을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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